경기불황 여파 취업난 극심
“토박이들도 어려운데…” 푸념
언어·문화적 장벽도 큰 어려움
#. “서울대 나오고 중대(중앙대) 나온 동포들도
취직이 안되더만요. 요즘 명문대 나온다고 취직 잘 된답니까?”
지난 2000년 중국
하얼빈에서 한국으로 이주한 중국동포 김명조 씨는 최근 자신의
고등학생 아들을 인천에 있는 화교고등학교로 보냈다. 한국행(行) 초기 그의 바람은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이 한국에서 제대로 잘 정착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김 씨는 여느 다른 중국 동포들처럼 자녀들을 서울의 일반학교를 보냈다. 한국식
교육을 통해 아들이 한국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길 바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2년 전 아들의 고등학교 진학 시기에 김 씨는 서울의 학교 대신 인천에 있는 한 화교고등학교를 선택했다. 김 씨는 “요즘 한국서 취직이 하늘에 별 따기 아니냐. 한국 토박이들도 어려운데 조선족은 얼마나 더 어렵겠냐”며 “좀더 기회가 많은 중국 본토에 취직시키려고 (아들을) 화교학교에 보냈다”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한국의 경제 불황으로 취업시장 전반이 어려워지면서 중국 동포 2세들의 취업도 위기다. 그래서 중국 동포들 사이에서는 어렵게 한국에서 자식들을 취직시키느니 중국 본토나 대만에 취직시키는 게 낫지 않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중국 동포 1세들은 어느 정도 한국에 정착했지만 2세들의 미래는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부산지역에서 개인
사업을 하는 조선족 동포 이철호 씨도 “한국에서 중국 동포 2세들은 취직은 커녕 학교 다니는 것도 힘들다”며 “지금은 아들이 한국
유치원을 다니지만 나중에 중국
대학교로 보내 그곳에서 취직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중국 동포 2세들이 상대적으로 중국 언어와 문화에 진입 장벽이 낮은 것도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 인천화교고등학교의 중국 동포와 같은 내국인 수는 거의 없었다가 2014년 3명, 2015년 5명으로 매년 일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미 한국을 떠난 동포 2세들도 있다. 구로구에 거주하는 전학봉 씨는 얼마 전까지 외손녀 장혜조 양과 한 동네에 살다 지금은 떨어져 살고 있다. 외손녀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대만 까오숑의 한 중학교로
입학하기 위해 한국을 떠났기 때문이다. 그는 “아이의 장래를 위해서는 대국(중국)에서
공부를 계속하는 게 손녀에게도 좋을 것이다. 앞으로 한국에서 할 수 있는 일보다 대국(중국)에서 일이 더 많다”며 “아이도 한국에 있을 때보다 대만학교에 다니는 걸 더 만족해 한다”고 했다. 전씨의 손녀는 현재
상하이 대학교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한국의 계속되는 경기 침체와
성장하는
중국 경제가 만든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설명이다. 문흥호 한양대
국제학부 교수는 “중국 동포들에게 과거의 한국은 경제적으로 기회의 땅이었다”며 “지금은 한국과 중국 경제상황이 지금 역전됐다고 느끼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교육은 미래, 비전을 보는 일인데 중국 동포들이 한국에서 자식을 키우면서 기회면에서 중국이 앞으로 한국보다 낫다고 보기 때문에 중국 쪽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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