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이들이 지난 26일 중국동포 밀집 거주지인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거리를 지나고 있다.
최해국 선임기자 seaworld@seoul.co.kr
지난 26일 오후 1시 30분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의 한 초등학교 정문에서 손자를 기다리던 중국 지린성(吉林省) 출신 김모(78)씨는 “1994년부터 22년째 한국에서 살고 있지만 조선족에 대한 편견은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중국동포 할머니 “손녀, 한국 아이에게 놀림당해”
이곳 대림2동은 주민 2만 4266명(3월 기준) 가운데 34.5%가 중국 동포다. 대표적인 다문화 지역이다. 중국인까지 포함하면 다문화 주민이 40.3%에 이른다. ‘작은 중국’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붉은색 한자 간판이 많은 걸 빼곤 다른 동네와 그다지 차이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이 동네엔 모두가 아는 비밀 하나가 생겼다. 어느 쪽이 먼저랄 것 없이 다문화가구는 모여들고, 원주민이라 할 한인 주민들은 떠난다는 사실이다.
학교 앞에서 손녀를 기다리던 구모(72·여)씨는 “아이가 이전 학교에서 한국 아이들에게 자주 놀림을 당해 할 수 없이 올해 초등학교 2학년이 되면서 이곳으로 이사 왔다”며 “그래도 지금은 편안하게 학교에 적응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등포·구로·금천 학교 10곳 학생수 18.9% 줄어
다문화가정 아이가 늘면서 한국 학생들이 학교를 옮기는 사례는 비단 이곳만의 얘기가 아니다. 중국 동포 밀집 지역이 있는 영등포·구로·금천구에서 다문화 학생 비율이 전체 학생의 10%를 넘는 학교 10곳을 조사했더니 2012년 5878명이던 학생 수는 지난해 4767명으로 18.9%(1111명) 줄었다. 자녀를 이 학교에 보내는 이모(32)씨는 “조선족 가정의 아이와 마찰은 없지만 아무래도 한국 아이들이 많은 곳으로 전학을 보내고 싶다”며 “경제 여건이 갖춰지는 대로 동네를 떠날 생각”이라고 말했다. 학교 앞의 한 음식점 주인은 “한국 아이들은 향신료 냄새가 난다는 이유로 이 골목으로 잘 다니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 동포 김모(40)씨는 “편견이 나아졌다지만 아직도 조선족을 범죄자로 일반화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한숨지었다. 손자·손녀만은 한국 아이들과 잘 어울렸으면 좋겠다는 이들의 소망이 이뤄지기는 결코 쉽지 않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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