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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 가리봉시장의 분주한 모습. © News1 허예슬 인턴기자 |
"4남1녀 모두 한국에 살아요. 다 모이면 20명도 넘어서 온 집안이 시끌시끌하죠."
최대 명절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에 사는 중국동포들도 명절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일가족 수십명이 모이는 풍경이 많이 사라진 요즘, 타지에서 명절을 나는 이들은 여전히 온 가족이 모인다고 했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에서 만난 김원용씨(62)는 90년대 중반 중국에서 한국에 온 이후 매년 명절을 꼭 가족끼리 모여 보낸다고 했다. 김씨는 "처음에는 내가 먼저 들어오고, 그 다음 아내와 자식들이 하나둘 한국으로 왔다"며 "한국에서 태어난 손자·손녀까지 다 모이면 20명도 넘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평소엔 일하느라 바빠 얼굴 보기도 힘들기 때문에 이럴 때라도 함께 어울려야 한다"며 "곧 가족들 만날 생각을 하니 행복하다"며 웃어 보였다.
추석엔 어떤 음식을 먹을까. 김씨는 "한국사람들처럼 송편 등을 먹는다"며 "이외엔 특별히 명절이라서 챙기는 음식은 없고, 사람이 너무 많아 외식을 주로 한다"고 말했다.
30년 넘게 가리봉동에서 과일가게를 운영해 온 이모씨(54·여)는 "명절이 되면 곳곳에서 모인 중국동포들로 동네가 북적인다"며 "조선족들은 집에 갈 때 뭐라도 사가는 습성이 있다. 2만원대 과일바구니가 가장 많이 팔린다"고 말했다.
이씨는 "예전에는 사과, 배 등 종류별로 차례용 과일을 사는 경우가 많았는데 몇 년 전부터 차례용 과일을 사 가는 사람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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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연휴를 앞둔 지난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농협하나로클럽 양재점이 제수용품과 명절 성수품을 구매하는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 News1 박세연 기자 |
요즘엔 중국동포들도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추세다. 차로 5분 거리에 있는 한 대형마트는 추석선물을 사러 온 손님으로 북적였지만, 이와 달리 가리봉시장은 한산한 분위기였다.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는 정모씨는 "여긴 추석이든 설이든 (손님)발길이 뜸하다"고 말했다. 정씨는 "가까운 곳에 대형마트가 있어 다들 거기서 장을 본다. 여기선 가끔 저녁 찬거리나 조금씩 사는 정도"라면서 먼지떨이로 물품을 정리했다.
정씨는 가게 운영이 빠듯해 최근 배달도 시작했다. 아내와 종업원까지 전 직원이 3명뿐이지만 가리봉동에서 멀게는 대림동까지 전화 주문을 받아 식료품을 배달하고 있다.
한편 홀로 사는 동포들은 비교적 조용한 추석을 보낸다. 김대성씨(62)는 "사정상 가족들이 함께 살지 못하지만 동네 어르신께 인사라도 드리러 갈 계획"이라면서 "지난 설에도 세배드리러 가 안부를 전하고 왔다"고 말했다. 김씨는 "명절이 되면 중국에 있는 가족들 생각이 많이 난다"면서 "아쉬운 마음에 전화라도 하고 싶지만 마음 쓰일까 봐 자주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가리봉시장에서 만난 박모씨(33·여)는 "먹고사느라 바쁘고 부모 등 가족들도 중국에 있어서 추석이라고 특별하게 생각한 적은 없다"면서 "남편, 친구들과 함께 집 근처 식당에 가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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