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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드림’ 안고 떠났는데…樂대신 病 안고 돌아와
조글로미디어(ZOGLO) 2017년7월14일 09시14분    조회:20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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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룡강신문=하얼빈)렴청화 연변특파원= 필자는 최근들어 두번의 부고를 접했다. 이국타향에서의 떠돌이삶을 마치고 귀국한 뒤 돌연 사망한 사연으로, 그저 체류했던 시간만 다를 뿐 망자들의 이야기는 매우 흡사했다.
 
  조선족사회를 덩어리로 하여 공무원, 자영업, 출국로무일군 등 생업수단별로 나눠봤을 때 가장 거대한 집단으로는 단연 코리아드리머(한국에서 일하는 사람)를 꼽을수 있다. 한국바람이 인지도 30년이 흘렀고 재한조선족은 이제 70만명을 넘어섰다. 하여 명절 때마다 북적이던 가족의 밥상이 한국으로 옮겨진것도 현재로선 너무 익숙한 풍경이다.반대급부로 안타까운 사연도 많아졌다.
 
  리모(63세, 남)는 오랜 지병으로 고생하는 아내를 위해 한국에서 말없이 땀흘려온 자상한 남편이였다. 여유가 생기는가 싶더니 가정을 이룬 아들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겠다는 마음에 귀국은 또 미뤄졌다. 얼마전, 미장공으로 고된 일상을 반복해오던 리모는 숙소에서 돌연 사망했다. 뇌출혈이였다. 리모의 형은 "평생을 가족을 위해서만 살아온 내 동생입니다. 제수의 건강도 좋아졌고 아들도 잘 자랐건만, 정작 본인은 뭔가를 누릴새도 없이 허망하게 가버렸어요. 쪽방에서 홀로 쓸쓸히 죽어간것도 가족으로선 미칠 지경인데 주검이 이틀뒤에야 발견됐으니 우리 심정이 어땠겠어요”라며 말을 흐렸다.
 

 
  형이 위독하다는 련락에조모(62세, 남)가 부랴부랴 귀국한건 지난 4월 초. 생명이 경각을 다투는형을 두고 "어서 일어나오. 같이 시골가서 살기로 약속해놓고 왜 이렇게 누워있소"라며 조모는 흐느꼈다. 병원을 나선 뒤 가족은 식사자리를 가졌다.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그게 마지막 회포가 되리라곤…심장질환이 발작한 조모가 그날로 사망한것이다. 그의 녀동생은 "누워있는 둘째보다, 문안하러 온 셋째(망자)가 더 마르고 아파보여 안그래도 이상했다"고 회상, "유언 한마디 못남기고 죽어간 오빠라서 우리 가족은 더 괴롭다"고 말했다. 조모가 사망하면서 남긴 재산은 인민폐 만원이 전부, 돈을 버는 족족 같은 타향살이로 힘든 자식들에게 보태주던 "못난" 아버지였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만 8년을 일했어요... 그런데 단돈 만원이 전부라니, 기막히지 않아요? 오빠 장례를 치른 뒤 조카에게 돈을 건네주는데... 그 '거미'같은 일생에 내 가슴이 얼마나 미여졌게요"라며 그녀는 울었다.
 
  한국바람이 일고서 강산은 세번 변했다. "가족 중에 한국간 이가 있으면 그집은 살고난다"던 옛말와는 달리 재한조선족이 70만을 넘는 요즘에 와선 가는 곳마다 조선족이 보인다. 허나 그 땅에선 해를 이고 나갔다가 달을 지고 들어오거나, 일상을 분 단위로 쪼개여 생산성을 이뤄내야 하는게예나 지금이나똑같은 기본이고 디폴트값이다. 다시 말해, 자본이 관심을 가지는건 1로동일 내에 운동시킬수 있는 로동력의 최대한도일 뿐이라는 맑스의 명언과 같은 맥락이다. 씁쓸하지만 현실이다.
 
  땀흘릴 각오가 돼있음에도 상상 이상으로 록록치 않은 현실에 몸은 늘 고달프다. 그러나 몸이 지치는것 만큼이나 안타까운게 마음마저 피폐해지는것이다.
 
  하루 10시간씩 서있는 자세로 작업하는 허모(56세, 녀)는 하루하루가 무릎이 나갈 지경으로 힘들다. 필자는 3년 전 무릎연골연화증으로 수술받은 이력이 있는 그녀가 꼭 이렇게 몸을 혹사해야 하는지 납득되지 않아 “병원은 자주 다니냐”고 물었다.“① 하루 자리비움으로 월급이 깎이는게 싫고, ② 병원에서 무서운 소리를 들을가 무서워서 안다닌다.” 다시 말해 진단받기를 꺼려하는 태도가 “알고 속상할려니 차라리 모르고 살래”라는 마인드에서 비롯된것이다.
 

 
  그렇다고 한국행을 마냥 비관적으로만 보는건 옳지 않다.이를 통한 자본축적으로 팔자를 편 조선족이 부지기수임은 물론이고, 쉽게 만들어지는 자본이란 원래부터가 없기 때문이다. 지리멸렬한 떠돌이삶이라 할지라도 그런 힘듦을 지나고 보면 꽤 근사한 무용담과 더불어 한결 풍요로운 생활이 차려지기도 한다. 그래서 일할수록 닦달당하고 마모되는데도 너도 가고 나도 간다. 아들도 가고 엄마도 간다.
 
  하지만 "램프가 아직 불타고있는 동안에 인생을 즐겁게 보내라, 장미꽃이 시들기 전에 그것을 따라"는 요한 M. 우스테리의 말이 과연 사치스럽기만 한 충고일가.
 
  그 어떤 명분인지를 떠나서 고된 로동에 혹사당한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은채 아무렇지도 않게 방치해둔다는건 “고비용, 저효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사람들은 다가오지 않은 래일을 위해 몸이부서져라 일을 한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다보면 방치로 일관해온 몸은 볼품없이 뭉뚱그려지고, 설사 “돈”이라는 월척을 낚아챈다 할지라도 이를 누릴 자리조차 없어진다.
 
  마지막 인터뷰이는 지인 황모(49세, 남). 멀쩡해보이던 몸이 귀국하고선 마음의 탕개가 풀어져서인지 아프다는 신호를 보내더란다. 그렇게 찾은 병원에서 들은 소리가 “췌장암” 진단이였다. 황모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벗삼아 11년을 분투해온 끝이 이런건가 싶어 그저 눈물났다고 말한다. “벌어온 돈을 다 쓰면 내 병이 치료될가요? 참 아깝습니다. 그게 돈인지, 청춘인지 잘 모르겠지만요.”
 
  “죄와 벌”에서 “이는 사회적인 인습과 그로 인한 관습 때문입니다”라는 라스콜니코프의 말에 소냐는 “제발 그런 말 하지 마세요. 그렇지 않아도 괴로운 일이 많으니까요!”라며 면박준다. 하루하루가 너무 모질다. 소냐처럼 회피해갈수 있는 일이 아니다. “웃으면 복이 와요”, “다 잘될겁니다”라며 무작정 다독이기엔 70만명 재한조선족들의 삶이 너무 버겁다. 징글징글한 고뇌와 무거운 삶의 무게를 잠시 잊겠노라 소주 한잔을 들이킬 때가 아니다. “병원나들이”야말로 십분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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