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조선족안해와 한국남편의 이야기
엄정자
'중국색시'에 나타나는 이돌라적 요소와 해결법
조선족 디아스포라문학의 대표적 작가 허련순의 『중국색시』는 그의 디아스포라 소설 3부작의 완결편으로서 격변의 시대에 국제결혼의 방법으로 한국사회에 뛰여든 조선족 녀성이 한국사회와의 모순충돌속에서 소통해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한족 아버지와 조선족 어머니의 사이에 태어난 주인공 단이는 혼인소개소를 통해서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데다가 한쪽 다리마저 잃고 장애인이 된 한국남자 도균이와 국제결혼을 한다. 허련순은 단이가 이 비정상적인 결혼생활속에서 겪게 되는 갈등 고민 성장 과정을 그리면서 소통을 통해서 조선족과 한국사회와의 벽을 넘어보려는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
조선족이 한국행을 시작한 지 30년이 넘는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는 이 벽은 조선족이 한국사회에서 살아가는데 가장 큰 장애물이다.
그러면 허련순이 그리고있는 조선족과 한국사회와의 벽은 어떤것이고 그런 벽이 생기는 원인은 무엇인가?
그것을 알기 위해서 16세기의 사상가 철학가인 프랜시스 베이컨의 이돌라리론을 빌어서 풀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닐까 하는 취지로 이 글을 쓰게 되였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러저런 ‘선입견’과 ‘편견’을 가지고있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이것을 이돌라(Idola‘우상’)라 하였고 이런 각종의 편견들이 인간의 정상적인 사고와 판단을 흐리게 한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편견을 종족의 이돌라, 동굴의 이돌라, 시장의 이돌라, 극장의 이돌라 이렇게 네가지 형태로 나누어서 분석했다.
『중국색시』에서 단이와 도균, 조선족과 한국사회에는 첨예한 갈등이 존재하는데 이는 바로 이런 이돌라로부터 초래된 선입견 편견때문에 생긴것이다.
첫째, 종족의 이돌라
“종족의 우상은 우리 인간의 립장으로만 자연이나 세상을 보게 됨으로써 오는 편견”을 말하는데 이는 자신이 몸을 담고 있는 무리에 대한 보편적인 선입관으로서 내가 속해있는 나라 조직단체는 무조건 상대방보다 우월하다고 믿는것이다. 이런 선입관은 필연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비하적인 편견을 생성시킨다.
도균이가 몸을 담고있는 한국사회에도 이런 이돌라가 존재한다. 한국은 중국보다 부유하고 한국인은 조선족보다 우월하다는 이런 ‘종족의 이돌라’가 도균과 한국인, 한국사회에 존재하기 때문에 그들과 단이 사이에 ‘벽’이 생길수밖에 없다.
혼인소개소에서 맞선을 볼 때 도균은 단이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그렇다면 한가지만 물어볼게요. 단이씨는 자신을 한족이라고 생각해요? 아니면 조선족이라고 생각해요?” (『중국색시』 57-8)
이런 물음에 단이는 처음에는 대답을 회피하나 결국 자기의 생각을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저의 몸에는 아버지의 피도 흐르고 어머니의 피도 흐르죠. 그러니깐, 저는 한족이면서도 조선족이고 거꾸로 한족도 아니고 조선족도 아니죠. 그런 저는 무엇일가요? ” (『중국색시』 60)
이런 단이의 대답은 중국조선족이라면 누구나 겪는 정체성의 갈등을 잘 표현하고있다. 중국조선족들에게 있어서 중국이 아버지와 같은 존재라면 한국은 어머니같은 존재일것이다. 하지만 중국사람이면서 조선족일수밖에 없는, 이런 특성때문에 같은 피를 나눈 같은 민족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인들의 시선은 좋지 않다.
단이와 도균사이에서 정체성문제는 모든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이 된다. 그때문에 감정대립이 생기면 도균의 의식속에 잠재하고 있던 편견은 단이를 무시하는 발언을 하게 한다. 첫날밤에 자기의 절단된 다리를 보고 질겁하는 단이를 보고 도균은 이렇게 욕을 한다.
“감히 네가 날 괴물취급을 해? 더러운 XX인 주제에? 어디 괴물한테 당하는 심정이 얼마나 처참하고 슬픈지 내가 그 맛을 보여줄께.” (『중국색시』 181)
김도균의 이런 종족의 이돌라로 인해 생긴 관념의식은 그들의 소통을 가로막는 벽이 되였다.
둘째, 동굴의 이돌라
“동굴의 우상은 자기의 경험에 비추어 세상을 판단하려는 개인적 편견”(위키백과)을 말하는데 『중국색시』에 나오는 법무부 직원들은 이런 이돌라에 빠져있다. 장기간 종족의 이돌라로 인한 ‘한국우월주의’에 습관되여왔고 주로 불법체류자들과 접촉하고 있는 그들은 자연히 한국사람의 말은 믿을수 있으나 조선족의 말은 믿을수 없다는 편견이 생겼다.
단이는 한국에 있으면서 두번 법무부에 구속당한다. 한번은 ‘불법취직’이라는 명목으로, 두번째는 ‘결혼을 빙자해서 한국에 와 매음을 한다’란 명목으로, 문제는 두번 다 ‘심사관’들은 진실을 말하는 단이의 말을 믿지 않았다는것이다.
“조선족은 거짓말을 잘한다. 단이는 조선족이다. 때문에 단이는 거짓말을 할것이다.”라는 연역추리의 사유방식때문에 그들은 단이의 말을 믿지 않았다. 한국사람인 도균이 증언을 해서야 법무부는 그녀를 석방하였다. 가족이 되고싶은 단이가 마주한것은 이방인에게 먼저 벽을 세우는 한국사회의 모습이다.
셋째, 시장의 이돌라
“시장의 우상은 직접적인 관찰이나 경험 없이 다른 사람 말만 듣고 그럴것이라고 착각하는 편견”(위키백과)인데 많은 한국사람들은 직접 조선족을 경험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선족은 돈밖에 모르고 돈을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지 서슴지 않는다는 편견을 가지고있다.
도균의 친구 경석의 안해에게도 이런 편견이 있다. 그녀는 남편과 별거중이면서도 단이를 동정해서 도와주는 남편의 처사가 돈을 목적으로 남편을 유혹한 단이에게 넘어간것이라 억측하고 집까지 찾아와서 행패를 부린다.
“조선족인 주제에 주제도 모르고 어디와서 까불어!”...(『중국색시』428-9)
남편의 한 일에 남편을 탓하는 대신 단이를 탓하는것은 조선족이고 감히 한국인인 남편을 쳐다보았다는데 더 화가 났기 때문이다.
넷째, 극장의 이돌라
“극장의 우상은 자신의 소신없이 권위나 전통을 아무런 비판없이 받아들이는 맹신에서 생기는 편견을 말한다.”(위키백과)
프랜시스 베이컨은 “기존 학문의 권위만 따라서 생겨나는 편견”이라는 의미에서 이 개념을 썼지만, 학문의 범위를 벗어나서도 이러한 편견은 존재한다. 한국인으로서 가장 큰 자랑거리는 ‘한강의 기적’일것이다. 한국은 1950년 6.25전쟁이후 1997년 구제금융이 있기까지 경제 초고속 성장을 하여 반세기도 안되여 세계 최빈국에서 세계 13위의 경제 강국이 되였다.
이런 력사를 가진 민족으로서 자신감이 넘치는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력사에 대한 맹신으로부터 시대적 흐름에 따라 돈벌러 한국에 온 조선족을 업신여기는 사회적 풍조가 생긴것도 사실이다. 이런 과신때문에 도균도 한국법무부 직원도 경석의 안해도 단이를 경시하고 믿지 않고 거리낌없이 폭행을 가할수 있었다.
또한 “나이도 많고 한쪽 다리가 없는 김도균이 예쁘고 어린 단이와 선을 볼수 있었고 결혼까지 갈수 있는것도 바로 이런 한국인은 조선족보다 우월하다는 사회적 의식과 풍조가 그 기저에 깔려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단이는 ‘중국색시’로 통한다. 하지만 이 호칭에는 한국사람들의 조선족에 대한 비하적 이미지가 들어있다. 그러므로 이 호칭은 곧 단이와 도균사이의 벽을 의미하는 기호이기도 하다.”
그러면 이런 4가지 이돌라로부터 생긴 벽을 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허련순은 단이와 도균의 관계를 풀어감에 있어서 ‘소통’이라는 해결책을 제시하였다.
물론 이 과정이 쉬운것은 아니다. 단이는 도균과의 10년 결혼생활중에서 3번이나 리별을 겪는다.
첫번째 리별에서 그들의 갈등의 초점은 민족 정체성에 대한 문제였다. 어머니가 자살하고 아버지가 한족녀자와 배다른 동생을 데려와서 ‘새 가족’을 만들었고 거기에다 외할머니와 첫사랑 룡이가 죽음으로써 외톨이가 된 단이는 자기의 가족을 만들기 위해서 도균이와 선을 보고 결혼한다.
사랑이 아니라 절박한 사정때문에 한 결혼이라 상호간의 리해도 없는데 도균은 첫날밤까지 자기의 장애를 속이였다. 거기에다 절단된 다리를 보고 쇼크받은 단이에게 도균은 자존심이 상한다고 모욕한다. 한국사람인 내가 중국사람인 너와 결혼해줬으면 감사하게 생각해야지 거부하다니, 그런 종족의 이돌라심리로부터 나온 욕인것이다. 단이는 자기는 조금이라도 서로 리해해보려고 자기의 출신에 대해서 솔직하게 말했는데 장애를 속인것도 모자라서 절대 기피해야 할 금단구역까지 건드리는 도균에게 실망할수밖에 없다. 절망을 느낀 단이는 가출을 한다.
두번째 리별에는 민족 정체성에 대한 갈등이 여전히 존재하지만, 많이 극복되였고 그대신 녀자와 남자의 사랑갈등이 전면에 나섰다.
가출했다가 법무부에 구속된 단이는 도균의 증언으로 풀려나와 다시 도균의 ‘장미려관’에 돌아온다. 여기에서 같은 동포인 화연이를 만나는데 그녀는 단이와 도균의 갈등을 격화시키는 촉매제 작용을 한다. 도균과 선을 보았던 화연이는 려관의 녀주인 자리를 탐내면서 단이의 앞에서 공개적으로 도발적인 언행을 보여준다. 그런 화연에게 단이가 신경을 쓰는것을 알면서도 도균은 려관의 수익때문에 화연이를 받아주고 매음까지 시킨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외도때문에 불륜에 알레르기가 있는 단이는 그 두사람을 의심할수밖에 없고 이런 의심 오해는 도균과의 관계를 파멸로 이끈다.
도균은 려관경영때문에 힘든 자기의 어려움을 알아주지 않고 의심을 하는 단이에게 짜증을 낸다. “당신들 중국사람들은 왜 그렇게 의심이 많아?” (『중국색시』 351) 문제가 생기면 ‘중국사람’이라는것부터 따지고 드는 도균에게 실망을 느낀 단이는 다시 리별을 결정하고 중국으로 돌아간다.
‘장미려관’에서의 생활은 지옥같은 경험이기는 했지만 단이가 도균에 대한 애정을 깨달아가는 과정이기도 했다. 화연이를 질투하였다는것은 그녀의 마음에 도균이에 대한 사랑이 싹트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두번째 리별은 첫번째 리별과 달리 재회의 가능성을 내포한 그런 헤여짐이였다.
세번째 리별은 두사람의 엇갈린 생각과 오해때문이다. 려관이 파산되고 도균이 모든것을 잃었을 때 단이는 자기도 그에게 뭔가 도움을 줄것 같았고 그에게 필요한 사람이 될것 같아서 한국으로 찾아온다. 하지만 도균은 이미 어디론가 종적을 감춘뒤였고 그래서 단이는 도균의 외숙모네 집에서 그를 기다린다.
단이가 불법매음이라는 죄명으로 법무부에 구속되는 사건은 도균에게 단이를 잡을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경석이와의 사이를 의심하는 그의 불신때문에 단이는 자살기도까지 했고 결국 중국으로 돌아간다.
이렇게 세번이나 리별하면서도 단이는 다시 다시 도균에게로 돌아갔고 도균과의 소통을 시도하였다. 그 과정에서 점차 도균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깨쳐가게 된다.
도균에게 있어서도 단이는 치유였다. 부모를 잃은 아픔을 가진 그들이 정신적 상처를 치유하는 유일한 처방은 사랑으로 새 가정을 만드는것이였기 때문이다. 그것을 깨닫는데 무려 5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도균은 결국 단이를 찾아서 중국에 온다. 도균과 단이의 성장이 완성될 때 작가는 두사람 사이에 ‘아이’라는 키워드로 줌으로써 갈등을 해결하였다. “가정이 이루어지면서 사랑은 완성된다. 집을 잃고 흔들리던 정체성이 사랑을 통해 새 가족이 만들어지면서 국가나 민족을 초월한 새로운 정체성으로 확립된다.”
허련순이 제시한 소통으로 ‘벽’―편견을 극복해가는 해결방법은 조선족과 한국사회가 서로 편견을 극복하고 화해와 화합을 이룰수 있는 해결책이기도 하다.
프랜시스 베이컨은 연역추리 사유방식으로 인해 생기는 편견을 귀납추리 사유방식으로 풀것을 제시하였다. 허련순이 제시한 ‘소통’의 방법은 프랜시스 베이컨이 제시한 귀납추리 사유방식의 과정이라고 볼수 있다.
정확한 결론을 얻으려면 많은 자료가 필요하다. 바꿔말하면 선입관이나 편견을 깨려면 상대방이 참고할수 있는 많은 자료를 제공하여야 한다는것이다. 『중국색시』에서 단이는 도균과의 소통과정에 자연히 자신의 진실한 모습을 보여주게 되였고 이는 도균이 편견을 깨뜨릴수 있는 자료가 되였다. 자신의 ‘동굴속’으로부터 나왔을 때, 도균은 단이를 리해하게 되였고 단이를 찾아가게 된다.
한국사회에 편견이 생기게 되는데에는 동포자매들을 매춘으로 내모는 강마담이나 돈을 위해서 동포의 뒤통수를 치는 화연이 같은 사람들이 한몫했다고 볼수 있다. 비렬한 수법으로 리익을 취하는 행위는 한국사람들에게 나쁜 자료를 제공하였다. 그러니 한국사회의 편견을 깨기 위해서는 조선족 자신의 노력도 필요하다는 말이다. 조선족 모두가 자기앞의 일을 제대로 열심히 하면서 자기의 개발에 힘써나간다면 그런 나쁜 실례들이 줄어들것이고 그러면 자연히 조선족에게 유리한 좋은 자료들이 축적될것이다.
현실적으로도 재한조선족 1세가 피땀으로 돈을 벌어서 자식들을 교육하고 로후를 마련했기 때문에 재한조선족 2세는 이제 대학교 대학원에서 고등교육을 받고 안정한 직업을 가질수 있게 되였고 사회의 주인공으로 떳떳이 나서게 되였다. 지금 조선족은 한국인 못지 않게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면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있다.
이런 사회적 환경속에서 한국사회도 변화하는 조선족들의 모습에 눈을 돌리고 그들의 긍정적인 면을 보려고 해야 할것이다. 이제는 이돌라에서 벗어나서 보다 넓은 시야로 조선족을 보고 그들에게 다가가야 할 시대이다.
이런 소통이 있어야 조선족과 한국사회의 진정한 리해와 화합이 이루어질수 있다.
단이는 솔직하고 노력한다. 단이같이 자신에게 솔직하고 현실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며, 그래서 성공한 조선족이 대다수이다. 때문에, 조선족은 진실하고 열심히 현실을 개척해가는 멋진 민족이다.
이제는 이런 귀납법을 배울 때가 되였다.
엄정자 략력
1982년 1월, 연변대학 조문학부 졸업.
1982년 연길시 10중 국어교사, 1983년 길림시조선족중학교 국어교사.
1994년 길림신문사 기자, 1997년부터 일본에 거주.
현재 일본 ECC외국어학원 한국어강사.
연변작가협회회원, 일본조선학회회원, 일본조선족연구학회회원.
재한동포문인협회 해외리사.
수상경력: 수필 “화산 우에서 사는 사람들” 제9회 《도라지》 장락주문학상 수필부문 대상. 수필 『감나무에 담긴 정』 제1회同胞文學安民賞. 수필부문 우수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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