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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련휴 내내 바늘방석이었어요. 오늘은 허탕치면 안 되는데…."
서울 최저 기온이 올가을 들어 가장 낮은 8도로 떨어진 5일 오전 4시께. 남구로역 인근 인력시장에서 만난 중국동포 김모(65) 씨는 "지난달에 일한 날이 손에 꼽을 정도"라고 말했다.
10여년 전 한국에 정착한 이후 인력시장에 매일 같이 나왔다고 밝힌 김씨는 "요즘처럼 일자리 구하기 힘든 날이 없다"며 "명절 닷새 동안 잘 쉬었으니 오늘은 반드시 차를 잡겠다"고 털어놨다. 이날 일할 수 있는 인력으로 뽑혀서 서울이나 수도권의 건설 현장으로 떠나는 승합차를 타겠다는 의미다.
'오늘은 일자리 찾을 수 있을까'
5일 오전 4시께 서울 남구로역 근처 인력시장에서 일자리를 찾기 위해 외국인 근로자들이 대기하고 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외국인 근로자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남구로역 인력시장에서 명당자리라 할 수 있는 자판기 옆 천막 아래 비치된 간이의자에 앉은 중국동포 A씨도 "마음이 불편해서 뜬눈으로 뒤척거리다 오전 3시에 나왔다"며 "갈수록 일자리는 찾기 힘든데 일하려는 이들은 늘어서 큰일"이라며 연신 담배를 피워 물었다.
인근 인력사무소의 김모 인력과장은 "일용직 근로자 10명 중 7∼8명은 중국동포 아니면 조선족이고 최근 들어서는 한족까지 몰리고 있다"며 "숙련로동자 일부를 제외하고는 인력시장에서 내국인 찾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고 전했다.
고용로동부에 따르면 8월 현재 림시·일용직 근로자는 193만 5천명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12만 6천명(7.0%) 늘었다.
오전 5시가 되자 인력사무소가 몰린 남구로역2번출구 근처 약 50m 길이의 인도는 인파로 가득 찼다. 발 디딜 곳이 없어 린근 차도까지 밀려날 정도였다.
차도에 내려온 근로자와 이들을 싣기 위해 대기 중인 승합차 수십대, 시내뻐스, 목장갑 따위를 파는 로점상 등이 뒤엉켜 남구로역 일대는 극심한 혼잡을 빚기도 했다.
안전관리를 위해 현장에 나온 시의 관계자는 "보통 700∼800명 정도 모이는데 오늘은 명절이 끝나고 처음 맞는 평일이라 그런지 1천명은 넘게 온 것 같다"며 "서울에서 새벽 시간대에 차가 막히는 곳은 여기가 유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벽 거리 가득 메운 외국인 근로자들
5일 오전 4시께 서울 남구로역 인근 인력시장에서 일자리를 찾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모여 있다.
인파가 늘면서 발걸음이 분주해진 이들이 있다.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고 방역임무를 맡은 관할구청의 자원봉사자다.
3월부터 이 일을 하고 있는 박모(59) 씨는 "처음에는 실랑이도 많이 했지만 요즘에는 날씨도 춥고 코로나19 경각심도 커져서인지 알아서 잘 쓰고 다닌다"고 말했다.
오전 6시가 넘어가면서 동이 트자 눈에 띄게 인원이 줄기 시작했다.
5년째 인력사무소를 운영 중인 조모(48) 씨는 "이제까지 남아있는 사람들은 그날 공친 것으로 봐야 한다"며 "대부분 한국말이 서툴거나 현장경험이 없는 '초짜들'"이라고 귀띔했다.
조씨는 "최근 새벽 구직자 중 절반 이상은 빈손으로 돌아간다"며 "그럼에도 다음날 다시 나오는 것을 보면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속담이 절로 리해가 된다"며 혀를 찼다.
한편에서는 몸값 흥정도 벌어진다. 보통 목수나 용접공 등 숙련기술자 일당이 24만원 안팎이고 잡부는 12만∼15만원인데 7만∼8만원으로 낮춰서라도 일하려는 이들이다.
오전 7시께 집으로 돌아간다고 밝힌 조선족 B씨는 "일하려고 공구점에서 목장갑도 한꾸러미 샀는데 쓸 일이 없어졌다"며 "어쩌겠냐, 래일 다시 나와야지"라고 한숨을 내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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