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n)번방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 집회가 지난 7월2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로에서 열렸다. 이번 집회를 연 ‘엔번방 성착취 강력처벌 촉구시위팀’(eNd)은 집회를 통해 경찰에 제대로 된 수사와 판결을 요구했으며 성범죄자에게 관대한 처벌을 내리는 사법부를 비판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인천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유료회원으로 활동하는 등 현직 교사 여러명이 텔레그램 성착취 범죄에 가담한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텔레그램 엔(n)번방 사건이 사회문제로 떠오른 뒤 교사들의 가입 사실이 드러난 것은 처음이다.
<한겨레>가 14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리탄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을 통해 입수한 ‘시·도별 텔레그램 성착취방 가담 교사 현황 자료’를 보면 교육부와 각 시·도 교육청은 현재까지 인천·강원·충남 등에서 4명의 교사가 엔번방사건에 련루돼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정교사 3명과 기간제교사 1명이다.
강원도 원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지난 1월 텔레그램에서 ‘엔번방 영상을 판매한다’는 글을 보고 판매자에게 20만원을 보내 아동성착취물을 내려받은 혐의를 받는다. 충남 천안의 한 특수학교 교사는 회원제로 운영되는 한 성착취물 누리집에서 3만원을 내고 엔번방자료 등 성착취물 1100여건을 내려받았다. 충남 아산의 고등학교 교사는 엔번방 주범인 ‘갓갓’ 문형욱(25)씨가 텔레그램에서 공유한 국외 클라우드 누리집 주소로 접속해 성착취물 200여개를 내려받았다. 이들 세명은 현재 직위 해제된 상태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기간제 교사로 일한 ㄱ씨의 경우 박사방에 가상화폐를 내고 들어가 유료회원으로 활동한 혐의를 받는다. <한겨레> 취재결과 경찰은 ㄱ씨를 최근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교사가 범죄를 저질러 재판을 받으면 형이 확정된 뒤 소속 교육청의 징계위원회에 따른 징계를 받는다. 교육공무원인 정교사들은 교육공무원법에 따라 형이 확정될 때까지 직위해제를 통해 교단에 서는 걸 막을 수 있다. 하지만 기간제교사인 ㄱ씨에겐 교육공무원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계약제 교원 운영지침’에 따라 성범죄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근무성적 평정에 수사 개시 사실을 기록해 재취업에 영향을 줄 순 있지만 형 확정 전까지 교사직 재취업을 법적으로 금지할 순 없다. ㄱ씨는 경찰이 학교 쪽에 수사 개시를 통보하기 전 학교를 스스로 그만둔 것으로 전해졌다.
아산의 고등학교 교사 D씨는 n번방 주범 '갓갓' 문형욱 씨(사진)가 텔레그램에서 공유한 클라우드 주소로 접속해 성착취물을 200여 건을 내려받았다. /안동=이선화 기자
아산의 고등학교 교사 D씨는 n번방 주범 '갓갓' 문형욱 씨(사진)가 텔레그램에서 공유한 클라우드 주소로 접속해 성착취물을 200여 건을 내려받았다. /안동=이선화 기자
교육당국이 디지털성범죄에 대해선 여전히 미온적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014년 교육부는 교사 성범죄를 근절한다며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했지만 그 뒤에도 디지털성범죄에 대해선 경징계관행이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리의원이 제출받은 인천시교육청의 관련 징계 현황자료를 보면 인천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2016년 뻐스 안에서 녀성의 치마 속을 촬영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됐지만 징계는 감봉 3개월에 그쳤다. 같은 해 또 다른 고등학교 교사는 성착취물을 내려받아 인터넷에 배포했지만 구두경고 수준인 견책처분에 그쳤다.
리의원은 “박사방사건을 비롯한 모든 디지털성범죄를 교단에서 뿌리 뽑을 수 있도록 교육부차원에서 이번에 밝혀진 4명의 교사 외에 연루된 교원이 더 없는지 면밀하게 조사해야 한다. 이런 범죄자들이 다시 교단에 서는 걸 막기 위해 기간제교사에게도 징계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법적 근거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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