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에 거주하는 ㄱ씨 가족은 한국에 온 지 8년된 조선족 이주 동포다. 부부가 함께 건축현장에 남편은 목수, 아내는 함바식당에서 일하며 빠듯하지만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다행히 두 아이도 한국 친구들과 스스럼없이 지내며 큰 탈없이 한국 생활에 적응했다. 하지만 지난 1월에 들이닥친 코로나사태는 ㄱ씨 가정에 어둠을 드리웠다. 불황으로 공사현장이 줄어들며 하루 아침에 부부 모두 일자리를 잃게 됐다. 정부 재난지원금에 기대를 해봤지만 외국인은 제외된다는 소식에 발길을 돌렸다. 세금도 꼬박꼬박 내며 당당한 외국인 이웃이라 자부했건만 정작 이들을 돌보는 나라는 없었다.
식당 알바로 어려운 하루하루를 이어가던 이들에게 희망이 된 건 서울시 재난지원금이었다. 정부가 주지 않던 지원금을 설마 지자체가 줄까 반신반의하던 이들은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으로 신청했고 지난달 내국인과 같은 수준인 4인가족 기준 40만원을 지급 받았다.
◆인권위 권고, 서울시 수용 = 서울시가 외국인재난지원금을 지급키로 한 것은 국가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했기 때문이다. 외국인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문제가 론난이 되자 인권위는 검토에 착수했고 서울, 경기도 등 지자체에 지급을 권고했다.
도 차원의 지급을 보류한 경기도와 달리 서울시는 외국인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하고 3차 추경을 통해 33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대상을 추리고 홍보는 물론 지급업무까지 총괄해야 하는 서울시 외국인다문화팀과 복지정책팀은 비상근무에 돌입했다. 매일 오전 두 팀은 회의를 열어 복잡한 지급 대상 선정과 심사 기준을 논의했다.
외국인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을 반대하는 시민들 민원도 적지 않았다. 우리도 힘든데 외국인들 줄 돈이 어딨냐는 비판이었다. 하지만 두 팀 관계자들은 꿋꿋이 불만에 찬 시민들을 설득했다. 실제 서울시의 외국인재난지원금은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한 이들에게 지급됐다. 서울시에 90일 이상 거주해야 하고 외국인등록을 했거나 거소등록을 한 사람으로 한정했다. 소득기준도 정했다. 서울시민 중위소득 100% 이하인 외국인 가구만을 대상으로 했다. 그중에서도 소득신고를 한 사람만 대상이 된다. 한마디로 서울시에 상당기간 거주했고 경제활동을 하며 대한민국에 세금을 내고 있는 외국인들만이 대상이 된다.
외국인이 많이 사는 구로구 금천구 영등포구 직원들도 고생이 많았다. 쏟아지는 접수와 응대, 민원을 대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었다.
◆3만3000여 외국인 가구 혜택 = 지난 8월 31일 접수를 시작, 9월 25일까지 신청을 마치고 보니 총 6만 1369가구가 서울시 외국인재난지원금을 신청했다. 시가 당초 예상했던 9만 5000여가구의 64% 정도가 신청한 셈이지만 자치구 협력, 외국인 센터 등 홍보 활동 덕에 첫 시행치곤 많은 이들이 접수한 것으로 평가됐다. 내국인과 형평성 시비가 여전한 탓에 엄격한 심사를 거쳤고 진통 끝에 4일 현재 약 3만 3000 가구에 101억 5500만원이 지급 완료됐다.
서울시는 지급 과정에서 언어장벽으로 신청을 못하는 이들을 배려하기 위해 11개 언어로 홍보물을 각각 따로 만들었다. 사업을 안내하는 누리집에도 각각 다른 언어로 꾸며진 안내글을 게시했고 각 자치구마다 영어를 기본으로 지역 외국인 인구구성에 어울리는 통역 가능 인원을 배치하고 외국인들의 원활한 접수와 상담을 도왔다.
서울시의 첫번째 외국인재난지원금 지급은 내국인과 차별을 두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1~2인 가구는 30만원, 3~4인 가구 40만원, 5인 이상 가구 50만원 등 서울시 긴급재난생활비 지급과 동일한 기준을 적용했다.
온라인 접수지원센터를 운영한 것도 호평을 받았다. 서울시 누리집 리용이 서툰 외국인을 돕기 위해 40개 센터를 운영했고 평일은 물론 주말에도 문을 열었다. 집에 컴퓨터가 없는 외국인주민, 한글신청이 불편한 외국인들이 많이 리용했고 전체 온라인 신청자 2만 418명 중 52258명의 접수가 센터를 통해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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