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림신문] 연변70성상
내가 연변일보사 도문시 주재기자로 활약하던 때인 1985년 11월 중순의 어느 날, 도문시당위 선전부 조호길 부부장이 나를 찾더니 오는 11월 30일에 ‘중국인민해방군 웥남전투영웅 보고단’이 연변에 오는데 상급에서 도문시 홍광향 향양촌 달라자촌에서 영웅보고단 환영행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알려 주었다. 그러면서 이 행사의 조직사업을 달라자 출신인 오기활기자가 맡아 달라고 청탁했다.
나의 고향 달라자는 당시 당의 개혁개방정책 덕분에 연변의 첫 ‘부자동네’와 ‘텔레비죤 마을’로 소문이 났는데 곡목을 비롯하여 전기운, 류화청, 진모화, 왕광미 등 적지 않은 당과 국가의 지도자들이 시찰과 방문을 오셨으며 개혁개방이후 새롭게 변화발전한 연변농촌의 전형이기도 했다.
나는 조부장의 부탁을 받은후 며칠간을 달라자에 머물면서 촌지도간부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방문단을 맞을 구체적인 방안을 상세히 내왔다.
첫째, 이번 행사를 조선족의 미풍량속을 보여주는 ‘최고의 대잔치’로 조직한다.
둘째, 전체 촌민들이 길거리와 울안에서 춤추고 노래하면서 첫날 새 색시를 맞이 하듯이 뜨겁게 보고단 일행을 맞이하며 일행이 마을구경을 하는 사이에 보고단의 유일한 녀성 성원인 영웅기장 류효련을 조선족 온돌방에 따로 모셔서 그녀에게 우리 민족의 첫날색시 치마저고리를 입혀준다.
셋째, 조선족의 풍속을 살려 큼직한 미닫이문에 흰 종이를 펴서 큰 잔치상 차림을 하고 붉은 고추를 물린 삶은 수탉을 중심으로 우리 민족의 전통음식상을 차려낸다.
넷째, 항미원조전투에 참가여 부상을 입은 최창욱(64세)이 영예군인, 군속(막내아들이 군복무중), 로인협회, 전문호(양계전문호)를 대표하여 환영사를 올리고 잔치상의 첫 술을 붓는다.
다섯째, 마을의 젊은 녀성들이 전체 보고단 영웅들에게 우리 민족 첫날 색시들이 시집편 남성들에게 드리 듯이 전통적인 례물로 꽃쌈지와 꽃방석을 선물한다.
여섯째, 조선족의 특색음식으로 부글부글 끓는 ‘신선로’를 올리는데 이 기회에 연변의 신제품을 홍보하고저 도문시 고체연로 화학공장에서 최근에 새로 개발한 인기제품 ‘고체연료’를 윁남 참전용사들에게 선보인다.
29일, 밤늦게까지 토론하여 영웅보고단의 유일한 녀성 류효련에게 우리 민족의 아름다운 첫날옷을 입히고 첫날 신부맞이하듯 춤추고 노래하며 맞이하자는 합의는 보았는데 류효련의 키와 몸매가 어떤지? 또 옷은 어데 가서 불시로 챙겨올가 하는 등등 해결해야 할 사항들도 많았다. 부녀대장 김숙자가 며칠전에 리순임이 새로 치마저고리를 준비했다는 생각이 불시에 떠올라서 이틑날 이른 아침 식전에 순임이를 찾아가 사연을 말했더니 그녀 역시 기뻐하며 아직 한번도 입어 못 본 새 치마저고리를 선뜻이 내놓았다.
그런데 이틑날 온동네 녀성들이 춤판을 끝내고 웃음꽃을 피우며 류효련에게 첫날 옷차림을 시키고 보니 생각밖으로 키가 1.73메터나 되는 키골이 장대한 그녀에게 저고리는 그런대로 품이 맞는데 치마가 짧아서 무릎팍에 겨우 동동 매달릴 줄이야...
그래도 류효련은 기뻐하면서 제법 조선족의 절까지 올리고 나서 “이후에 북경에 갈 때마다 이 조선족 옷을 입고 가겠다”고 말했다.
29일 늦은 저녁에 꽃방석과 꽃쌈지를 영웅들에게 선사하기로 했다는 결정이 선포되자 동네의 새 색시들이 저마다 농짝을 뒤졌다. 김옥자녀성은 이것저것을 고르다가 끝내 마음에 들지 않는 다며 시어머니를 졸라서 시집올 때 시아버님께 례단으로 올렸던 꽃방석을 도로 찾아냈고 한복순아주머니는 시집 간 딸애의 몫까지 꽃방석을 네개나 준비했다. 부녀대장 김숙자는 새 꽃방석에 주름이 간 것이 마음에 걸린다며 산뜻하게 다리미질하고도 성차지 않아 포근한 새 솜을 더 얹어 놓았다.
29일 저녁에 환영사와 첫 술잔 ‘임무’를 맡은 최창욱로인은 격동되여 밤잠을 못이루고 항미원조 전선에서 부상당한 상처를 매만지면서 온밤을 뜬눈으로 보냈다.
이틑날 이른 아침, 최로인은 시집 간 큰딸에게 도문에 가서 제일 좋은 고급 포도주를 사오라고 부탁하고는 로친에게 제일 큰 수탉을 잡아서 통채로 삶고 입에 커다란 붉은 고추를 물리라고 ‘명령’을 내렸다.
음식상에 오른 삶은 수탉을 보고 어리둥절해 하던 영웅들이 안내자의 번역소개를 듣고 나서야 오늘 조선민족의 전통적인 ‘최고의 대잔치’를 보았다며 열정적인 박수로 사의를 표하였다.
최창욱로인의 환영사가 끝나자 당년에 항미원조전투에 참가했던 ‘훌륭한 간부’대표인 장옥루가 일어나 로인의 손을 굳게 잡더니 뜻깊은 로전우와의 만남이라면서 친히 기자들을 청하여 기념사진을 남기였다. 그 뒤를 이어 첫 술잔을 받은 “독담영웅” 진흥원이 자리에서 불쑥 일어 서더니 “저는 지금까지 상한 눈 때문에 술을 마시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오늘만은 최아바이와 함께 술잔을 나누렵니다.”라고 하며 단모금에 술잔을 비웠다. 그러자 술잔을 입에 대지도 않던 최창욱로인도 두손 들어 술잔을 단숨에 굽을 내고 나서 “저를 선배로, 전우로 대해주는 젊은 영웅들이 더없이 사랑스럽고 고맙수다”라고 하면서 허리굽혀 감사를 표하였다....
오후 세시경, 영웅들이 돌아갈 시간이 되자 뻐스가 자주 경적을 울리며 몇번이나 시간을 재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들 석별의 눈물을 머금고 끼리끼리 모여서 악수하고 기념사진을 남기느라고 여념이 없었다.
“조선족인민들은 우리 자제병에게 특수한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친인들이 아니고서야 어찌 우리를 눈물로 바래겠습니까! 우리들은 돌아가서 잘 싸우겠습니다. 절대로 조선족인민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독담영웅”진흥원이 눈물을 머금고 한 말이다.
차들이 부르릉 거리며 당금 떠나려고 할 때였다.
“좀 기다려 주세요, 이걸...”
멀리서 부녀대장 김숙자가 헐금씨금 달려 오더니 “책임자 동무 , 이 치마가 꼬리 치마여서 류효련에게 딱 맞을 겁니다.”라고 말하며 곱게 싼 치마를 내여주었다. 그때에야 사람들은 그새 숙자가 자기가 입었던 비로도치마를 바꿔 입은 것을 발견하였다.
친인처럼 따뜻이 영웅들을 맞이하고 또 리별의 시각이 되자 조금이라도 더 주고 싶어하고 리별을 아쉬워 하는 이같은 군민의 정을 어찌 한입으로 다 말하고 한 문장으로 다 담아낼수 있겠는가?!
행사가 끝난후 도문시 당위 선전부 조호길 부부장은 물론, 도문시 당위 판공실의 김두국 주임, 주당위 문교서기 김성화 등 지도일군들이 도문에서 이번 행사를 참 잘 조직하였다는 높은 치하와 평가를 해주었다.
어언 37년전의 오래된 옛일이지만 우리 조선족의 열정적으로 손님을 반겨맞는 따뜻한 성품을 타민족 영웅방문단 성원들에게 보여줬던 그때 그시절 ‘최고의 대잔치’를 떠올려 보면 무한한 기쁨과 영광을 느끼게 된다.
올해 자치주성립 70돐을 맞으면서 그동안 번영발전한 우리 연변의 거대한 발전과 변화를 흐뭇하게 돌아보면서 필자는 이 글을 연변조선족자치주 70수연례의 ‘최고의 대잔치’ 선물로 올리며 “연변조선족자치주 힘내자(加油)!” 를 높이 웨치고 싶다.
오기활/길림신문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