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간 보수작업을 하는 오기송씨(왼쪽사람).
시원한 강바람이 불어온다. 연길의 명물이라 불리는 부르하통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보인다. 문뜩 그 사람들 사이로 탁 트인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외로운 쪽배 하나가 손에 잡힐듯 시선을 잡아끈다.
뭘 하나 유심히 봤더니 상류쪽에서 떠내려오는 쓰레기들을 긴 작대기로 훌쩍 들어올려 자신이 타고있는 배에 싣는다.
허름한 쪽배에 오로지 두개의 노로 몸을 지탱하면서 강우를 유유히 떠다니는 사나이는 바로 연길시수리국 하천종합관리처 일군인 오기송(45살)씨다.
그가 하는 일은 강물에 떠내려오는 풀이나 온갖 생활쓰레기를 수거하고 강뚝에 설치된 란간과 고장난 수리시설보수작업을 도맡아하는것이다.
더럽고 힘든 일이라 모두가 꺼리는 일이다. 게다가 정규직도 아니고 보수도 시원치 않는 비정규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단 한마디 불평 없이 2년 넘게 이 자리를 지켜오면서 게으름 한번 피우지 않고 열심히 강의 쓰레기들을 걸러내고있다.
“다같이 먹고 살려고 하는 일에 귀천이 어디 있겠습니까. ‘부하게 사느냐, 무슨 일을 이루었느냐’라고 묻는다면 저야 당연히 이름 석자도 못 내밀죠. 하지만 내가 하는 일이 누군가의 마음을 즐겁게 한다면 그게 사는 보람이 아니겠습니까?”
땡볕에 가무잡잡하게 그을린 얼굴에 참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면서 그가 건네는 말이다.
이른 아침 6시부터 그의 하루는 시작된다. 남들보다 일찍 시원한 아침공기를 맛볼수 있는것이 참으로 행복하다는 그다.
연길시구간을 흐르는 부르하통하(조양천진 봉림촌 —소하룡 구간)와 연집하(룡연촌 —무지개다리 구간) 강뚝을 따라 쓰레기를 수거하는것이 이른 아침부터 오기송씨가 하는 일이다.
특히 여름철이면 더욱 바삐 보낸다. 요즘같은 무더위에는 강가를 찾아 야영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다보니 강물에 떠내려오는 생활쓰레기도 몇배로 늘어난다고 한다. 체감온도 30도를 넘나드는 따가운 땡볕에 그늘밑에 있어도 땀이 맺히건만 오기송씨는 두꺼운 고무바지를 챙겨입고 그대로 강물에 첨벙 뛰여든다. 그렇게 몇시간을 쓰레기를 건져내다보면 온몸은 그야말로 물자루가 된다.
게다가 장마철이면 홍수가 지면서 갑자기 불어오른 물이 싣고온 썩은 진흙더미는 그야말로 이들의 “천적”이나 다름없다. 그나마 기계설비가 투입돼 어느 정도 힘은 덜지만 그래도 맨마지막 뒤처리는 삽으로 한삽한삽 수작업 위주로 퍼 나르다보니 여간 힘든게 아니다. 진흙더미에서 풍기는 퀴퀴한 냄새는 물론 웅덩이 같은 곳은 무릎까지 푹푹 빠지다보니 하루종일 진흙더미와 싱갱질하다보면 온몸이 녹초가 된다.
겨울철도 례외는 아니다. 한가할줄 알았지만 맡은 구간 강변의 눈을 쳐내느라 따뜻한 온돌에 엉덩이를 붙여볼 사이가 없단다. 살을 에이는듯한 강바람에 금방이라도 손발이 꽁꽁 얼어붙지만 한참을 눈치기에 정신이 팔리다보면 어느새 또 땀에 흠뻑 젖는단다. 한겨울에도 늘 땀냄새가 진동을 하지만 이젠 그 땀냄새조차 정겨워졌다는 그다.
정해진 퇴근시간도 없고 특별히 휴식날도 없다. 그렇다고 “수고많습니다”, “감사합니다” 칭찬 한마디, 응원 한마디 건네주는 사람도 없다.
하지만 그는 “제가 조금만 더 고생하면 ‘우리 집 부근 강이 참 깨끗하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기뻐할거잖습니까. 어찌보면 이 강이 우리 연길시의 얼굴이기도 한데 저는 제가 하는 일이 참 장한 일이다 박수를 쳐주고싶거든요”고 말한다.
빡빡한 세월속에서 부딪치며 살아가며 한탄을 늘어놓는 이들이 많아지는 요즘, 자신이 하는 일에서 자부심을 느끼는 오기송씨는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연변일보 신연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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