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악마의 덫"에 걸린 가짜결혼 조선족녀인의 이야기
조글로미디어(ZOGLO) 2014년7월10일 08시50분    조회:1537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법을 속인 행복의 꿈… 그건 악마의 덫이었다

‘이제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단 하루라도 편안한 마음으로 정상적인 신분으로 딸과 함께 사는 것입니다. 지난날의 잘못을 백 번 반성하고 앞으로 우리의 고국 한국 땅에서 부끄럽지 않은 동포 신분으로 열심히 살겠습니다. 반복된 동포들의 비극을 헤아려주시고….’

중국 동포 송해련(가명·41·여) 씨는 지난달 3일 기자와 만나기 앞서 이런 내용이 담긴 ‘사실 확인서’라는 글을 A4용지 2장 분량 써둔 상태였다. 그는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등본, 그리고 각종 판결문 서류를 주섬주섬 꺼내면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의 외동딸 윤지(가명·5)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엄마의 팔에 매달려 커다란 눈을 깜빡거렸다.


○ 달콤해 보인 ‘불법의 유혹’

송 씨가 한국에 첫발을 디딘 건 1996년. 그는 ‘산업연수생’(중소기업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연수생 신분으로 도입된 외국인력)이었다. 중국에서 다녔던 회사는 한국에 보내주는 조건으로 그에게 약 365만 원을 요구했다. 송 씨는 빚을 내서 겨우 비용을 마련했다.

첫 직장은 경기 화성시의 전자업체 공장이었다. 단순 노무로 일해 받은 월급은 30만 원대. 중국에서 받던 월급(약 12만 원)보다는 많았지만, 생활비를 쓰고 나면 1년을 벌어도 빚을 갚기엔 역부족이었다.

산업연수생은 임의로 근무지를 바꾸면 불법체류자가 된다. 송 씨는 일단 빚을 갚자는 생각으로 공장을 나왔고, 불법체류 신분으로 여러 직장을 전전했다. 힘들기도 했지만 70만∼80만 원대의 월급을 받을 때면 ‘노력만 하면 돈을 벌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뿌듯했다.

송 씨는 어느 날 일터에서 또 다른 산업연수생 중국 동포(41)와 마주쳤다. 중국에서 알고 지내던 학교 동창이었다. 고된 한국 생활에 지쳐있던 두 사람은 사랑에 빠졌다. 2000년 즈음부터는 동거를 시작했다. 불법체류자이기에 혼인신고를 하거나 결혼식을 올리진 못했다.

두 사람은 한동안 일만 하며 살았다. 하지만 송 씨도 여자였고, 아내였다. 나이가 들면서 ‘나도 아이를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년간 노력 끝에 2008년, 임신에 성공했다.

지인들은 불법체류자의 임신을 축복하지 않았다. 오히려 “불법체류자가 아이를 낳으면 호적도 없고 병원 이용 문제로 어려움이 가중된다”며 겁을 줬다.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는 한국에서 살던 고모(44)에게 고민상담을 했다. 고모는 송 씨에게 “한국인과 결혼하면 만사형통이라더라”며 자신의 남자친구인 김모 씨(41)를 소개했다. 김 씨와 위장결혼을 하면 결혼이민비자를 받을 수 있고, 아이를 한국 호적에도 올릴 수 있다는 것이었다.

김 씨는 마냥 성격 좋고 말 잘하는 사람으로 보였다. 그는 어떤 조건도 달지 않고 위장결혼을 승낙했다. 송 씨가 한국국적을 얻으면 이혼해주겠다는 약속도 했다. 2009년 6월, 두 사람은 경기 안산시 상록구청에 혼인신고를 했다. 한 달 뒤 윤지가 태어났고, 김 씨의 호적에 올라 한국인이 됐다. 송 씨도 불법체류 신분을 벗어나 결혼이민자로 살기 시작했다.


○ 범죄의 쓰디쓴 대가

체류 문제만 어떻게든 해결하면 마음 편히 살 줄 알았다. 착각이었다. 김 씨는 혼인신고가 끝나자 180도 다른 사람으로 돌변했다. 그는 김 씨 부부에게 “장사에 투자할 돈이 필요한데, 나는 돈이 없으니 당신들이 달라”고 요구했다. 돈을 주지 않으면 술을 마실 때마다 “위장결혼을 폭로해버리겠다”고 협박했다. 송 씨 부부는 월급뿐 아니라 집 보증금까지 빼서 돈을 건넸다. 보통은 100만∼200만 원, 한 번은 1000만 원을 뺏기다시피 돈을 줬다.

김 씨는 허구한 날 ‘진짜 남편’을 불러내 밥을 사달라고 했다. 남편은 일을 마친 뒤면 시도 때도 없이 불려나가 그를 접대했다. 부부는 고통스러웠지만, 그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 이를 지켜보던 고모마저 인내심에 한계를 느꼈다. 결국 위장결혼을 한 지 1년쯤 됐을 때, 고모는 김 씨에게 그간의 행태에 대해 항의했다. 이날 두 사람의 다툼은 몸싸움으로 이어졌다. 김 씨는 폭행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위장결혼을 폭로해버렸다.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지만, 가짜 남편은 사기 등으로 전과가 수차례 있던 사람이었다.

수원지검 안산지청은 송 씨에게 출석을 요구했다. 위장결혼 때문이었다. 두려웠지만, 더이상 김 씨로부터 협박과 수모에 시달리지 않을 거란 생각 때문에 속이 후련하기도 했다.

문제는 아이였다. 윤지는 돌이 갓 지난 상태였다. 위장결혼으로 처벌을 받게 되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다. 송 씨는 결국 검찰에 출석하지 않았다. 전화번호도 바꾸고, 집 주소도 옮겼다. 자연스레 김 씨와 연락도 끊어졌다.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게 잠잠해질 줄 알았다.

몇 달 뒤, 송 씨는 가짜 남편과의 인연을 확실히 정리하기로 결심했다. 용기를 내 남편이 가출했다며 이혼소송을 냈고, 친권과 양육권을 모두 얻었다. 재판부는 김 씨에게 아이 양육비로 2011년 5월부터 2029년 7월까지 매월 3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도 내렸다.

이제 ‘서류상 한국인’인 딸과 함께 조용히, 조심스레 살면 될 것 같았다. 송 씨는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아 체류연장 신청을 했다. 경찰과 검찰만 피하면 누구도 위장결혼 사실을 문제 삼지 않을 거라고 순진하게 믿었다. 뜻밖에 출입국관리사무소는 “위장결혼으로 기소중지가 돼 있으니 재판을 받고 오라”고 했다. 송 씨는 제 발로 법원을 찾아가야 했다.


○ 여전히 치러야 할 고통

지난해 5월, 수원지방법원 안산지원은 송 씨의 위장결혼에 대해 징역 4개월, 집행유예 2년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위장결혼으로 금고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외국인은 ‘강제퇴거 대상자’가 된다. 보통의 경우 일단 외국인보호소로 보내지고, 이후 강제출국 조치가 된다.

이즈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이의 친아빠는 청천벽력 같은 선고를 했다. 더이상 한국에서 살고 싶지 않고, 중국으로 떠난다는 것이었다. 그는 가짜 남편에게 시달리던 한국 생활에 몹시 지쳐 있었다. 둘은 어차피 혼인신고를 한 사이도 아니었다. 그렇게 모녀는 덩그러니 남겨졌다.

송 씨의 체류 허용기간은 지난해 8월까지였다. 출입국관리사무소는 한국 국적인 윤지를 엄마와 생이별시킬 순 없었기에, 인도적인 사유로 강제퇴거 조치를 하진 않았다. 그 대신 “아이의 호적을 정리하고 주한중국대사관에 가서 중국여권을 만들어 출국하라”고 종용했다.

송 씨는 인생의 거의 절반인 18년을 한국에서 살았다. 이제 와서 중국에 가면 어떻게 먹고살아야 할지 몰랐다. 그는 “아이도 이미 컸는데 대사관에서 중국 국적을 안 줄 것 같다”며 “설령 국적을 줘도 중국에서 살길이 막막하기 때문에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궁지에 몰렸을 때 브로커가 다가왔다. 브로커는 “위장결혼 판결을 받고도 비자를 연장해 한국에서 사는 사람들이 있다. 내가 한국 고위직 사람도 여럿 안다”며 으스댔다. 딱히 해주는 일은 없었지만 매번 “일을 진행할 경비가 필요하다”며 20만∼50만 원을 요구했다.

브로커는 송 씨를 경기 부천시의 이주민 지원기관인 경기글로벌센터로 데려갔다. 상담을 주선할 때마다 뒤에서 돈도 요구했다. 송 씨는 몇 차례 돈을 뜯긴 뒤에야 경기글로벌센터가 무료 상담기관이며, 센터 측은 브로커가 몰래 뒷돈을 받는지도 몰랐다는 걸 알게 됐다.

송 씨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송 씨가 스스로 아이의 중국여권을 만들지 않는다고 정부에서 강제로 호적을 말소하고 중국여권을 만들어줄 순 없다. 그 대신 그는 불법체류자 신세로 살게 되기 때문에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진다. 만약 송 씨가 일단 중국으로 출국하면, 5년간은 한국에 들어올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출국한 외국인은 5년간 입국 규제를 받기 때문이다.

물론 위장결혼 판결을 받았다 하더라도 한국 국적의 자녀를 양육하고 있으면 심사를 거쳐 합법 체류를 할 수도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하지만 이 경우는 자녀가 실제로는 한국 국적자가 아니므로, 자녀를 양육하기 위한 체류 허용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송 씨는 한때 결혼비자를 받아 남편과 한국에서 살면서 아이를 키우고 돈도 버는 모습을 상상했다. 하지만 지금은 남편도, 가짜 남편도 모두 그를 떠났다. 그동안 번 돈마저 가짜 남편과 브로커에게 대부분 뜯겼다. 그는 월세 30만 원의 반지하방에 딸과 단둘이 남아 있다.

유치원에 다니는 딸은 한국어밖에 할 줄 모른다. 엄마의 위장결혼도 모른다. 지금도 딸의 가족관계등록부에는 가짜 남편의 이름이 ‘父(부)’로 기재돼 있다. 송 씨는 말했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다신 불법적인 선택을 안했을 것 같아요. 이건 아니었는데….”

법무부가 적발한 위장결혼 건수는 2010년 30건에서 지난해 90건으로 늘었다.

수원·부천=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동아일보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209
  • 두 팀 선수들의 합영. 6월 25일, 연변주 왕청현제2중학교로인협회의 12명 회원들은 유서깊은 왕청진 춘화촌을 찾아 이 촌 로년협회를 참관하고 게이트볼친선경기를 진행하였다. 이날 게이트볼경기장은 만남의 장, 기쁨의 장, 교류의 장, 단합의 장으로 들끓었다. 게이트볼경기 한 장면 춘화촌로년협회 최동빈, 연은옥회장의...
  • 2013-06-26
  • 그리고 2005년 7월18일 약 8개월 후, 한국에서 화상을 입은 어린이들을 돕는 라는 단체와 장로님이 연결을 주선했습니다. 이 단체의 도움으로 KBS 병원24시에 방영되면서 각계 각층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다시 한국으로 치료받으러 가게 되였습니다. 한국 가자마자 금방 수술 받으려고 했는데 그간 여러차례의 수술로 앓고있...
  • 2013-06-25
  • “저의 이름은 장미꽃입니다. 저의 이름은 초불입니다. 저의 이름은 즐거운 인생입니다.” 아름다운 념원이나 취향에 따라 지은 각자의 닉네임을 서로서로 발표하는 주지체장애인협회 까페 회원들의 소통의 장면이다. 평소 컴퓨터로 사이버공간에 자작 글이나 작품을 발표하고 건강상식, 컴퓨터지식을 전수하고 ...
  • 2013-06-25
  • 21일, 안휘성 안경시 종양현 선모건축로무회사 일군 역미쌍의 가족이 주총공회에 “대중을 위해 직책을 다하고 농민공을 위해 열성껏 봉사한다”란 글귀가 씌여진 축기(锦旗)를 전달했다. 역미쌍은 지난해 10월 2일 중국철로 22국집단이 연길시에서 도맡아 시공한 모 도로건설공사장에서 일을 하다가 허리를 크게...
  • 2013-06-24
  • 올해 78세에 나는 왕청현정법후대관심사업위원회 상무부주임 최룡섭로인은 대경에서 사업하고있는 둘째 아들 최창길(47세)씨와 함께 당의 생일을 맞으며 왕청현후대관심사업위원회에 만원을 기부하기로 하였다. 6월 21일 아침, 최룡섭부주임(오른쪽사람)은 현후대관심사업위원회 김춘섭주임에게 현금 만원을 전달했다. 경제...
  • 2013-06-24
  • 세분 스승님께 올리는 글을 랑독하고있는 김범순씨. 일전, 목단강진달래식당에서 있은 일이다. 이날 김범순씨의 70돐 생신축제가 이 식당에서 있었는데 첫순서로 3명의 로교원들을 특별상에 모셨다. 지난세기 5-60년대에 목단강시 사도촌소학교, 사도중학교, 목단강고중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온 김범순씨는 항상 친부모처럼...
  • 2013-06-20
  • 한 중국동포로인 이름모를 경찰을 표창해달라 신문사를 찾아 박동기로인 6월 5일, 서울의 날씨는 꽤 사람을 못살게 구는 더운 날씨였다. 이날 지하철 대림역 1번 출구에 위치한 《길림신문》한국지사에 한 중국조선족로인이 찾아와 새벽에 만났던 이름모를 한 경찰을 표창해달라고 청들었다. 구부정한 허리에 얼굴에 잔주름...
  • 2013-06-20
  • “장애인 돕기날”을 맞아 화룡시 투도지체장애자협회에서 4명의 장애인 학생에게 각각 300원씩 사랑의 성금을 발급했다. 알아본데 의하면 투도지체장애인협회에서는 해마다 이맘때면 “사랑나누기”활동을 벌려 불우장애인 또는 장애인가족에 협회의 따뜻한 사랑의 마음을 전달한다고 한다. / 연변일...
  • 2013-06-20
  • 지원자성립의식에서 한결같이 선서하고 기발을 수여받는 꼬마지원자들   하남가두 백산사회구역 김련화 당총지서기가 활동의 발기문을 선독 / 꼬마지원자가 친구들을 대표해 앞으로 지원자활동에서 선두역할을 할것을 다짐       사회구역주민들이 지원한 물품을 "사랑마트"에 정연하게 진렬해놓고 행...
  • 2013-06-19
‹처음  이전 56 57 58 59 60 61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