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똬리끈
조글로미디어(ZOGLO) 2014년9월12일 08시46분    조회:1942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오경희

엄마는 오늘도 빨간색천오리를 곱게 박아 똬리에 달고 계실가?

작년 설, 떡메를 가지러 오빠네 헛간에 갔다가 거미줄 가득 쳐진 헛간 구석벽에 때묻고 먼지 쌓인 똬리 하나가 걸려져있어 그걸 벗겨쥐고 밖으로 나왔다. 먼지를 탁탁 털어 예전처럼 손목에 걸어보니 똬리끈은 색바래졌음에도 여전히 빨간 빛은 남아있었다. 똬리는 닳고 닳아 너덜너덜하였지만 똬리끈은 그래도 삭아 떨어지지 않고 똬리를 꽉 잡고 엄마의 중심을 잡아주던 그 본새, 수직선으로 곧음을 알렸다. 그 곧음으로 수십년 엄마의 삶을 똬리끈은 지탱해주었다.

누군가를 지탱해주기 위하여 태여났다는 똬리끈, 엄마는 마음속에 쌓인 그리움과 사는 시름을 그 똬리끈으로 곧게 폈었지 않았을가. 늘 동네분들로부터 "매끈한 사람"으로 불리우던 엄마, 새삼 똬리를 바라보니 엄마의 삶의 신조가 떠오르는것을 ... "입으로 똬리끈을 잡고 똬리끈으로 똬리를 잡고 똬리로 질동이를 잡고 질동이로 나를 잡고 나로 가족을 바로 잡아 모든것을 바로잡겠다." 내 어릴때 지켜본데 의하면 다른 집들에선 똬리를 틀 때 맨 마지막으로 옥수수껍질을 땋아 똬리끈을 만들었는데 엄마는 똬리를 틀고는 빨간 천오리를 곱게 박아 똬리 앞면에 감겨질 부분에는 수놓이로 꽃을 피워 포인트를 주고 똬리에 달았다. 무슨뜻이였을가.

엄마는 똬리끈이 낡으면 못봤다. 좀 낡을라하면 또 새것으로 바꿔 달았다. 후에 안일이지만 아버지가 강제로 일본군대에 뽑혀나가게 되며 빨간천을 형수님에게 부탁하여 아버지가 손수 엄마의 똬리에 달아놓았다. 아버지에게 그 빨간 똬리끈은 자신의 정열과 사랑을 모두 엄마에게 바치려는 념원이고 스스로 목숨을 수호하려는, 자신의 가치관을 내보이는 하나의 삶의 표식이였으리라. 엄마도 기약 없이 떠나는 아버지 속옷에 사랑의 언약으로, 화를 피하고 안전을 지킨다는 의미로 빨간 천오리를 달아주었다. 혈액의 색에서 기운을 받아서일가 아버지는 2년만에 장백산을 꿰질러(오는 도중 총탄알이 머리뒤로 스쳐지나 손가락 두마디만하게 그냥 머리가 나지 않아 번들번들 하였음)도망쳐 무사히 동성향 장남촌 큰형님(엄마가 거기 있었음)네집에 도착하였다. 그 당시 엄마는 갓 시집온지 3년째라 큰집에 얹혀 살며 식구 열두명이 먹을 물을 전담당하여 길어왔다. 아버지께서 어렵게 어렵게 오셨던 그날도 엄마는 우물가에서 똬리를 머리우에 올려놓고 빨간 똬리끈을 물고 두 손으로 질동이의 꼭지를 꼭 잡고 몸을 뒤젖히며 힘겹게 질동이를 똬리우에 올려놓는데 먼데서 맏동서의 부름소리가 들려왔다. "동서,동서- 여섯째 새원이 돌아왔소" 엄마는 꿈인가 생시인가 똬리끈을 고쳐물었다  ... 물론 똬리끈은 똬리를 고정시키는 실용적인 도구이기는 하지만 엄마에게는 유난히 아버지와의 정을 잇는 끈이기도 했다.

똬리끈을 입에 물고 다소곳이 그리움을 살살 훔쳐내며 걷던 언덕길에서 홀연 까마반들반들한 너덜너덜 떨어진 옷과 때투성이 야윈 얼굴을 엄마는 만났다. 맏동서는 질동이를 받아 이고 2년만에 만난 시동생부부에게 행복을 밀어주고 집을 향해 씨엉씨엉 걸어갔다.

... ... ...

곧음을 알리는 낡은 똬리끈에 엄마의 사랑이 청춘이 매달려 있다.

빨간 똬리끈은 쉽게 포기하지 않는 집요한 정신과 끈기로 엄마와 함께 무거운 질동이와 대야 또는 세월을 떨어지지 않게 중심을 꼭 잡아줌과 아울러 엄마의 '녀자'도 랑만도 지켜주었다. 버들개지인듯 보송보송 각시시절, 빨간 똬리끈은 엄마의 볼연지 입술연지, 머리삔, 홍조로 되여 삶의 가난과 지루함과 그리움을 달랬던건 아닌지. 세월의 저 편의 아픔, 질동이로 물을 길어 밥을 지어야만 하는 그 시기 그 작고 허약한 몸으로 엄마는 그 시기 많은 엄마들과 마찬가지로 가난이라는 물동이를 이지 않으면 안되였다. 엄마는 늘 물동이로 물을 길어와 식구들의 밥을 지었다. 그때 조금이라도 셈이 들면 엄마가 물동이를 이고올 때 정주칸문이라도 열어드리고 물독덮개라도 열어드렸으련만.. 엄마가 집안을 떠받치는 똬리인것조차 모르고 코를 풀쩍풀쩍 거리면서 뛰여다니며 놀기만 하였으니 지금 생각하면 엄마가 불쌍해 가슴 아프다. 다행히 빨간 똬리끈이 생명의 빛갈로, 너무나 선연한 모습으로 세월을 똬리에 감아 물고 내 엄마의 똬리같은 삶을 중심에로 다잡아준 덕분에 무거운 질동이는 엄마의 삶을 눌럿지만 엄마는 용케도 그 어려움을 극복하고 묵묵히 가정을 이끌고 나갔다. 밑빠진 독처럼 차오르지 않는 물독을 원망하며 우물가로 종종 걸음쳤을 엄마, 지금 이 순간도 엄마가 작은 키에 비해 큰 질동이를 이시고 얼굴에 떨어지는 물방울을 손으로 훔치시며 뒤뚱뒤뚱 질동이가 떨어질듯 한데도 두 손 놓고 집을 향해 걸어가시던 모습이 선하다. 수십년 고난의 세월  삶의 정신줄 놓을것만 같아 엄마가 빨간 똬리끈 고쳐 물며 다잡아야 했던 날들은 또 얼마나 많았을가?!

똬리끈은 똬리가 머리우에서 떨어지는것을 방지한다. 엄마에게 엄마의 삶을 지탱해주는 빨간 똬리끈이 있었듯이 나에게도 내 마음의 중심을 잡아줄 똬리끈 하나 있었음 좋겠다.
 
연변일보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209
  • 일찍 여러가지 사업을 하다가 좀 독특한 폼목을 골라잡아야겠다고 윽벼르던 남송호씨, 52세, 현재 직업은 농부, 3년전의 어느날 “문화대혁명”시기 어머님, 아버님의 하방지였던 승지로 들어가 특종닭인 궁정황계(宫廷黄鸡)와 오골계(乌鸡)를 키운다. 지난 8일, 아직은 규모가 작지만 그래도 그의 농장이 있...
  • 2014-05-12
  •         (흑룡강신문) 조선족 학생 80여명이 한국에서 부모 등 가족과 '눈물의 상봉'을 했다.   환경일보 등 한국언론에 따르면 경기도 학생교육원(원장 박일순)은 동북 3성 조선족 학생들의 한국내 거주 가족과 '만남의 시간'을 마련했다. 행사는 부모님께 꽃 달아...
  • 2014-05-05
  • 일간의 “5.1”절 련휴가 눈 깜짝 할 사이에 지나갔다. 2008년“5.1”절 7일 휴식제도가 취소된후부터“휴일이 넘 짧다”,“어쩔새가 없다”,“7일 휴일제도를 회복해야 한다”등 말들을 심심찮게 들을수 있다. 휴일이 짧다보니 그냥 도심을 벗어나 교외에서 하루일정으...
  • 2014-05-05
  • 이 지구상 가장 아름다운 그 이름, 어머니이여! 김우영의 세상사는 이야기 어버이 날에 즈음하여 보내는 편지 이 지구상 가장 아름다운 그 이름, 어머니이여! 어머니! 모처럼 불러보는 이름 입니다. ‘어머니’라는 이름은 이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고귀한 이름 입니다. 아무리 불러도 불러도 부담이 없고 살...
  • 2014-05-04
  • 어느 유치원에 가서 아이들의 활동시간을 참관한적이 있다. 풀어놓은 망아지처럼 뛰여놀던 유치원꼬마들은 낯도 코도 모르는 숱한 어른들이 들어오니 무척 긴장한 표정들이였다. 한 학기에 한번씩 조직하는 참관활동인지라 교양원들도 긴장해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긴장한 분위기가 감도는 교실안에는 꼬마들의 새근새근 하...
  • 2014-05-02
  •   조선족씨름하면 업계 사람들은 당연히 연변성주청소년체육클럽의 리설봉관장을 떠올린다. 지난 십수년간 그의 제자들이 전국대회서 수많은 메달을 앗아오며 연변, 나아가 길림성을 위해 영예를 크게 떨쳤기때문이다. 2013년, 리관장은 여러 난관들을 극복해내며 제1회 “주덕해컵”중국 조선족씨름대회를...
  • 2014-04-30
  •   김일관:룡정시 개산툰진 아송제2소학교 교무처 주임이자 한어교원   주요영예(부분):   2005년 룡정시우수교원   2007년 연변주우수교원   2008년 룡정시교육정보와선전 선진개인   2009년 중소학교사재교육사업 선진개인2009년 길림성우수교원   (흑룡강신문=하얼빈)  올해초 김일관교원은 공청단길...
  • 2014-04-28
  • [아줌마이야기] 오늘, 누군가에겐 다시 올 수 없는 내일이기도   막내의 기침이 열흘째다. 심하게 감기를 앓고 난 후 계속 기침을 한 듯 하다. 갑자기 인터넷을 뒤지며 큰 병이면 어떡하나 걱정이 되려 한다. 기침은 계속 해 댔는데 이렇게 길어졌구나 인식한 건 어제, 오늘 새다. 아이들 셋을 키우며 기침이 오래인건...
  • 2014-04-24
  •   송진명,김신옥 부부 송진명은 1923년 2월1일에 송씨네 가정에서 태여나 3살에 아버지 쪽지게에 업히여 다섯식구가 조선평안 북도에서 중국 통하 고산지에 와서 열심히 개간지를 일궈서 농사로 생계를 유지하여 왔답니다 . 나이 들어서 와사촌형(김천)의 도움으로 혁명공작에 참가하여 상급 지하공작원들의 령도에 혁...
  • 2014-04-24
  • 도문시 어느 한 주택가에 위치한 “최원단란글방”, 석현이 고향인 최원(54살)씨가 이 글방에서 영어와 일어를 가르친지도 20여년. 글방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 중소학교 학생들과 외국류학을 준비하는 사람들이다. 그녀는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는 사람이다. 소아마비 후유증으로 휠체어가 없이는 단 한발작도 ...
  • 2014-04-23
  • 연길시 북산가두 로인총회회장 왕효평, 로인뢰봉반반장 김봉숙과 단령사회구역 로인협회회장인 리성복 세로인은 모두 연길시 “3강3애 도덕모범”이며  “연변의 훌륭한 인물”들이다.  북산가두 단령사회구역에는 당뇨를 앓고있는 외할머니와 함께 지내며 어머니의 저그마한 막벌이로 어렵...
  • 2014-04-22
  •   언덕에서 바라본 고즈넉한 마을. 옆으로는 두만강이 호선형을 이루며 흘러간다.      지난 4일, 청명절을 맞으며 태여난 곳은 아니지만 동년과 소년 시절을 보냈던 화룡시 로과향 사정곡촌, 아니, 지금은 숭선진 죽림촌의 한개 툰으로 되여버린 사정곡툰을 찾았다. 죽림촌이나 원래의 사정곡촌은&nb...
  • 2014-04-18
  •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학생들.      (흑룡강신문=하얼빈)권대영 통신원 = 백두통일봉사대 대원 120여 명이 4월을 맞아 백두산조선족양로원을 찾아 봉사활동을 펼쳤다.   이번 봉사활동에는 칭다오청운한국학교 고교생 62명과 국기외국어학교 학생 36명, 그리고 지도교사 및 평통자문위원 등 도합 120여 명이 참가, 4...
  • 2014-04-17
  • 봄에 성큼 들어섰다. 겨우내 잔뜩 웅크린채 집과 회사(단위)만 왕복했다면 이제는 가벼운 차림으로 나들이(산을 찾아 걷기 등)를 즐길 때이다. 도심 곳곳에 복숭아꽃들이 활짝 피여 눈과 가슴을 즐겁게 한다. 봄기운도 느끼고 체력도 기를수 있는 운동으로 또 다른 자신을 만나봄이 어떨가. 봄이 되면 가장 먼저 하고싶은 ...
  • 2014-04-14
  • 책읽기가 자신을 넘어서 다른 세계로 가는 행위라면 서재는 타임머신이라 해도 좋을것이다. 뜻모를 제목의 소설들이며 묵직한 전집들이며 구멍을 뚫어 책끈으로 매놓은 간행물들이 들쑥날쑥 우중충하게 쌓여있는 아버지의 서재는 알록달록한 책들이 시리즈별로 가지런히 꽃혀있는 친구들의 책장과 비교했을 때 그토록 멀게...
  • 2014-04-14
  • “할아버지, 오늘 혈압약 드셨나요?” “할머니가 외출해서 아직 못 먹었습니다.” “약을 꼭 챙겨드셔야 합니다. 보세요, 혈압이 또 올라갔습니다” … 4일, 훈춘시 반석진위생원 원장 김홍주는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위생원에 환자가 적은 틈을 빌어 지체장애인 추립곤(79세)할아버지...
  • 2014-04-10
  • -고향은 참으로 우리 민족 력사이고 문화이며 미래가 아닐가 고향이 남들에게는 어떤 의미로 통하는지는 알수 없으나 고향은 내게 있어 아름다운 한폭의 화폭이며 인정이 넘치고 기상이 드높은 고장으로, 영원한 동경으로 간직되여있다. 가야하와 왕청하가 합치는 합수목부근에 하얀 초가집들로 줄느런한 조선족마을이 있었...
  • 2014-04-07
  • 시내 중심가에서 볼일을 보고 지하철역까지 걸어가기가 귀찮다는 핑계로 오랜만에 딸아이랑 둘이서 911버스에 올라 맨 뒷좌석에 자리를 잡았다. 딸아이는 상하이에 처음으로 관광이라도 온 듯, 열심히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댔다. “와~ 저 건물은 정말, 중국적인데? 어디서 또 저런 장면을 찍을 수 있겠어? 어? 저런...
  • 2014-03-31
  • 옛 공연사진을 펼쳐보는 강동춘씨의 눈빛에는 젊은 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애잔함이 묻어났다.   만담가 강동춘씨 수술후유증으로 힘든 나날... “아! 옛날이여”,꼽웃음 추억으로만 남나? 강동춘이라 하면 연변은 물론 국내 조선족들에게도 많이 알려진 만담배우다. 그가 무대에서, 사람들의 시선...
  • 2014-03-31
  •   *사진은 일손을 다우치는 김금란씨 흑룡강성 상지시내에 있는 “명가떡집”은 가게가 비교적 구석진 곳에 위치해 있지만 주위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명성이 뜨르르하다.     이 떡집의 주인은 김금란(45세)씨인데 한때 한국에 나가 닥치는대로 일거리를 찾아 열심히 일했다. 그러다 한가...
  • 2014-03-28
‹처음  이전 46 47 48 49 50 51 52 53 54 55 56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