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것은 언제 보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정감이 가며 마음을 편하게 한다. 우리네 시골의 할아버지와 아주머니가 바로 옆에 있는듯한 착각이 든다. 익살스럽기도 하고 우습강스럽기도 하게 표현된 흙공예작품들을 보고있나니 오밀조밀 모여앉은 토우들과 함께 막걸리나 한사발 하고싶은 마음도 생긴다. 어떤 작품은 비물이 들이칠것 같은 코구멍과 뻐드렁이를 가져 정답고 어떤 작품은 조선족녀성의 단아함이 묻어나 사랑스러우며 어떤 작품은 손군들을 기다리는 할머니의 아련한 기다림이 우리의 소박한 정서로 다가온다.
지난 17일에 찾은 흙내음 가득한 공간에 나무공예와 분경, 수석들이 옹기종기 놓여져있었다. 한마디로 나무조각과 바위들에도 깊은 애정을 가진 사람임이 틀림없다. 가까이 다가가서 바라보니 어느 동화속 나무마을, 혹은 어느 바위마을에 올망졸망 모여사는 시골사람들이 말을 건네는것 같기도 하였다.
2년전 오사리(옥수수이삭을 싸고있는 껍질)로 우리 민족예술의 얼을 표현하여 우리 주 관광상품콩클에서 3등상을 수상한 어머니의 그 손재주를 물려받은 덕분일가?
“흙을 빚는 일이 세상에서 가장 즐거워요!”
까치꽁지만한 머리태를 달싹이던 어린시절부터 미술에 애호를 가졌다는 그녀는 농사일을 하면서도 그림그리기에 심신을 달구다가 우연히 방송에서 흑룡강성 화남현림업국의 보통로동자 장연이 과외로 조각예술을 타파하여 북경에서 전시회를 가졌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이것이 반연으로 한생의 뜻을 민속조각예술에 두게 되였다고 한다. 그 이튿날로 장연을 찾아 듣고 보고 돌아와서는 절로 조각품을 만들었다. 장연은 어린 그녀의 작품을 보고 “어쩜 이렇게 빨리 배웠느냐”고 칭찬을 했으나 동네어른들은 림산작업소에 가서 통나무를 구해 메여다가 톱질을 하고 칼로 깎아대는 그녀를 두고 “그 나이에 시집이나 갈거지, 사내들처럼 별짓을 한다”고 비꼬기도 하였다.
청춘과 정열, 사랑과 동경으로 어언 30년을 이어온 공예인생. 중국뿌리공예미술학회 회원이자 연변장백산기석협회 부비서장 김영옥(50세)씨, 추억을 빚고 행복을 굽는 흙작가. 오늘도 한창 흙반죽하느라 두손은 쉴새없이 움직인다. 반죽이 끝나면 머리속의 그림들이 서서히 흙으로 다져지고 그것은 800도의 온도에 구워지며 유액을 바른 뒤 재차 최저 1260도의 온도에 다시 구워진다.
오빠를 임신하고 언니까지 업고서 매돌을 갈았다던 어머니의 얘기, 옥수수잎으로 광주리를 꿰여내던 할머니의 모습, 벼짚으로 왼새끼를 꼬던 아버지와의 기억…그녀는 주로 가족들과의 추억을 아기자기 녹여낸다. 이렇듯 옛날 얘기들과 옛날 모습들과 옛날 기억들을 되살려내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소중한 한조각이 탄생된다. 생활속의 수수함은 그렇게 고고함이 된다.
최근에는 단순히 색상을 덧칠하는것이 아닌 자연 그대로의 순수함을 담아내려는 시도로 꽃송이, 이파리 등을 정성껏 말리워다가 여러 종류의 흙을 반죽으로 만들어 올망졸망 밀어서 붙여놓는 노력도 하고있단다.
“조선족의 민속예술중 유독 조각예술만은 뒤떨어졌다고 생각해왔는데 요즘에는 공예에 관심을 갖는 어린 친구들도 많이 보이네요. 우리 공예의 아름다움, 널리 알려져야 해요!”
흙이 갖고있는 촉촉하고 보드라운 촉감은 자연재료로서의 매력도 상당하다. 흙으로 추억을 빚는 사람, 도심의 빠르고 화려한것들에서 한발자국 떨어진듯한 자연스러움을 추구하고 민속공예의 매니아층을 이끌면서 매일매일 만지고 빚고 굽는 일, 이번 반죽으로는 또 어떤 다정스러운 토우를 완성시킬가? 벌써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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