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여든에도 7만자 옥편집필에 심혈
조글로미디어(ZOGLO) 2017년1월6일 07시58분    조회:2178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지난해 년말, 연길시 고물시장 부근에 위치한 자택에서 만난 한영준(80살)옹, 움직임이 다소 힘겨워 보인다. 한평생을 “우리 말 우리 글 지킴이”이로  외길 인생에 바쳐온 그의 모습을 카메라에 조심히 담으면서 인터뷰는 시작됐다. 그의 “삶”이 녹아든 사진을 찍기란 쉽지 않은 일이였다.

밤샘작업을 한탓일가? 인터뷰 도중 피곤한듯 눈을 질끈 감고 의자에 몸을 푹 기대면서도 기자 질문에 하나라다도 더 일러주고 싶은 마음에 자료를 들추고 책장을 넘겼다.

“평생을 우리 말 바로잡기와 책 만드는 일에 종사한 사람으로서 좋은 책에 얽힌 이야기가 후배들에게 도움이 될가 싶어 털어놓습니다.”

스스로를 “책이 삶이 되여버린 사람”이라고 소개하는 한영준옹의 말에는 일말의 흐트러짐도, 망설임도 없다.

화룡이 고향인 한영준옹은 지난 1961년에 연변대학 조문학부를 졸업하고 연변1중 어문교원으로 지내다 나이 50에 연변교육출판사 조선어문교과서편집실로 둥지를 틀면서 선생의 “우리 말 우리 글”사랑은 더욱 깊어졌고 어느덧 자타가 공인하는 “사전통”으로 됐다.

재직기간 그가 수집했던 자료를 정리해 집필한 《틀린말 고치기》 책은 발행부수 2만을 훌쩍 넘기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어 《륙용우리말사전》을 펴냈는데 사전은 흑룡강민족출판사에서 1만부 가까이 출판하면서 전국소수민족 우수도서 대상후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저에게는 신문, 잡지를 보는 목적이 다른 사람보다 하나 더 있는 셈입니다. 틀린 우리 말을 고쳐보는거지요.”

그리고는 신문 기고문 몇장과 두툼한 우리말대사전 등이 놓인 책상에 앉아 돋보기 안경을 쓴 채로 빨간 펜으로 차근차근 무언가를 써내려간다. 50여년을 변함없이 이어왔다.

“그때 그 시절에 어렵사리 창간한 우리 말 신문, 잡지들을 읽어보니 내용도 좋고 너무 즐거웠지요. 그런데 보면 볼수록 틀린 표현이 눈에 들어오는거예요. 그래서 직접 빨간 펜으로 고쳐서 신문사에 보내주기 시작했죠.”

그가 지난 세월동안 신문사와 잡지사 기자, 편집들에게 편지를 보내기 시작한 계기였다.

80년대 초반부터는 신문에 정기적으로 투고하는 대학교수들의 글에 “빨간 펜”을 댔다. 교수 한사람이 바뀌면 그가 가르치는 많은 제자에게 영향을 미칠수 있겠다 싶었다.

“잘 알고 지내는 한 대학교수가 이런 말을 하더라고. 내가 우리말의 소금이라고, 소금은 역시 짜야 제맛이라나.”

껄껄 웃는 모습에서 수고로움을 인정받는 기쁨과 변화를 이끈 보람이 함께 담겨있는듯했다.

그의 열정은 퇴직후인 지금, 조금은 버거워보이는 80고령까지 이어졌다. 품은 많이 들고 빛은 안나는 일로 사전편찬만한것을 찾기 어렵다고들 한다. 그것은 지극한 언어사랑 없이는 불가능한 일, 한영준 선생은 20년째 홀로 옥편 《한자우리말자전》 집필에 모든 심혈을 쏟아붓고있다.

“우리에게도 출판된 옥편이 여러권 있지만 약간의 오류가 있고 전면적이지 못하다는게 너무 안타까웠죠. 그럴듯한 옥편 하나를 남기는게 내 평생 소원입니다.”

20년을 하루와 같이 한영준옹은 매일 도시락을 싸들고 서점과 도서관을 오간다. 그는 그곳에서 하루종일 자료를 뒤적인다. 사전편찬은 말을 캐고 풀이하는 일이다보니 어휘 자료에 대한 검토와 바른 해석에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 무언가 밝힐수 있을때까지 또 한번 터득한것도 다시 생각해 제대로 밝힐때까지의 과정들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한영준옹은 모든 자료를 낱낱이 캐는 작업을 손에서 놓질 않는다. 그의 작업실에 놓여진 책상에는 두꺼운 사전과 육필 원고가 놓여있었다. 두터운 사전은 매쪽마다 닳아서 볼품이 없다. 하나의 단어를 정의하기까지에는 오랜 고민과 숙의를 거친다.

옥편은 막바지단계에 다달았고 래년 초 출판을 앞두고있다. 도합 7만개가 넘는 한자를 우리말로 뜻풀이 하는, 방대란 량을 자랑한다. “말을 제대로 못하면 사고방식도 제대로 서지 않는다.”가 그의 신념이다. 우리 말보다 영어를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리는 요즘 세태도 한심하긴 마찬가지라고 안타까움을 감추지 않는다.

혼자서는 더이상 버겁다고 판단한 한영준옹은 마음맞는 지인들의 도움으로 얼마전에는 민족문화전통연구회를 만들었고 연구원들과 함께 우리말 지킴이로 나설 타산이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고 인터넷 사전의 리용이 늘어나면서 종이사전이 점차 빛을 잃는 요즘, 그래서 한영준옹의 우리말 지킴이 행보가 더 값진건지도 모른다.


연변일보 글·사진 신연희 기자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209
  • 에이즈가 불치병이란 타이틀에서 점점 멀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후 치료를 하긴 어렵지만 사전에 예방하기는 쉬워졌다. 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HIV) 감염 예방약의 효과가 실제로 증명됐다.   샌프란시스코 공중보건부 성건강클리닉 연구진은 16일(현지시간) 로이터를 통해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한 HIV 감염 예방약...
  • 2015-11-17
  • 자선슈퍼소비 65원 40전 적십자 회비 20원 새일대관심활동 34원 80전 유치원 정원에 나무심기... 이는 연길시 신흥가두 진달래자원봉사자인 신흥가두 민부사회구역로인협회 림복순회장의 《애심통장》에 들어있는 애심행사 기록들이다. 《애심통장》은 지난 7월 연길시 신흥가두 민부사회구역에서 자원봉사를 즐기는 당원과...
  • 2015-11-17
  •   다양한 창업이 시도되고있는 시대, 젊은이들에게 있어서 인터넷과 관련된 창업은 상당한 매력이 있다. 적어도 많은 자본금을 필요로 하지 않기때문이다. 하지만 무한경쟁의 시대 인터넷관련 창업 역시 그렇게 쉬운 일만은 아니다. 자신만의, 남들과 다른 무엇인가가 없으면 성공이란 그저 남의 일에 불과하다. 16살에...
  • 2015-11-17
  • 11월 12일 오전, 길림성 연길시 건공가두 장신사회구역에서는 청산소구역 주민으로부터 한통의 제보를 받았다. 아파트 꼭대기층에 설치한 태양에너지 설비의 루수로 인행도로가 결빙되여 주민 안전에 위험을 초래하고 있다고 사회구역에에 도움을 청하였다. 사건제보를 받고 사회구역서기 오영숙은 급히 2명의 사업일군을 배...
  • 2015-11-16
  •      중앙TV서 아나운서 체험.     “빨리 학교에 돌아가고 싶어요. 동학들과 선생님이 그리워요.” 11살 조굉예가 부모님이랑 자주하는 말이다. 연길시북산소학교 5학년 4반에 다니던 조굉예는 1년전에 학교 신체검사에서 백혈병이라는 비보를 받았다. 담임선생님 리민의 말에 의하면...
  • 2015-11-10
  •   청도 성양구에 가면 《미스터닭갈비》라는 간판이 유표하게 안겨오는 닭갈비한식체인점이 있다. 말그대로 닭갈비에 여러가지 채소와 쌀을 버무려서 만든 미스터닭갈비는 개업한지 두달동안 매일 성업중이다. 손님들이 식사시간에 조금만 늦게 음식점에 도착해도 빈자리 하나 없어 좌석표를 받고 한참은 대기해야 제차...
  • 2015-11-06
  •  연변나무잎사랑협회의 회원들이 맛깔나는 김치를 담그고있다.      “스읍~”군침도는 빠알간 김치양념이 새하얀 배추살 사이사이로 둬어번 슥삭슥삭 지나가자 먹음직스러운 배추김치 한포기가 뚝딱 완성된다. “김치색상이 곱기도 하고나...”, “색상만 고울가? 맛도 일품...
  • 2015-11-05
  •       “다른 집은 따 훈훈한데 우리 집만 왜 온기가 없지?” 열공급을 시작한지 보름 되지만 실내는 여전히 온기가 없어 연길시 북산가두 단화사회구역의 강선생은 여간 곤혹스럽지 않았다. 그러나 이상한것은 강선생 집을 제외하고 다른 집들은 모두 난방이 잘 돼서 집안이 후끈후끈하다는 사실...
  • 2015-11-04
  •      [서울=동북아신문]중국 서란시조선족제1중학교 88기, 89기, 90기 '상해 동창 모임(회장 이은화)'이 지난 9월 24일부터 26일까지 상해에서 있었다. 대부분, 각 분야에서 열심히 사업을 하고 있는 20여 명의 상기 동창들이 모여 친목을 다지고 사업 네트워크를 만드는 등 의미 있는 나날들을 보...
  • 2015-10-30
  •    입장을 기다리는 신랑신부들.      중국 로인절인 지난 21일, 훈춘시 신안가두 룡원사회구역의 7쌍의 로인들은 특별하고도 랑만적인 결혼식을 올렸다. 이 일곱커플, 14명 로인들은 평소 서로 존경하고 사랑하며 이웃과도 화목화게 지내면서 소박하면서도 모범적인 생활을 해왔다. 이들중 년세...
  • 2015-10-26
  •  (흑룡강신문=하얼빈)리흔 기자="이 집 물건은 백프로 진품이니 시름놓고 살수 있어요."   이는 흑룡강성 해림시 삼묘한국슈퍼마켓의 한 단골 손님이 기자를 물건 사려온 손님인줄 알고 하는 말이다.   이 슈퍼마켓 길정림(42세)사장은 손님들의 신뢰와 찬사의 말을 늘 고맙게 생각할 따름이다.   해림 시내에서 ...
  • 2015-10-21
  • 상해시 룽바이(龙柏), 야근을 마친 최학준(46살)씨는 대학동문회 친구와 함께 캔맥주 한병을 들고 집앞 간이걸상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가족에 터놓고 말할수 없는 회사내의 치렬한 경쟁속에서 부대끼며 받은 스트레스, 자식들의 학교이야기, 성큼 다가온 앞으로의 로후대비에 대한 불안감&hell...
  • 2015-10-21
  •   “연변, 나는 그대를 얼마나 사랑하는가!” 내 고향 연변에 대한 찬가를 수도 없이 많이 들어왔지만 상해지식청년 석토영(石兔瑛, 62세)씨의 절절한 이 한마디에 나는 전률을 느꼈다. 그녀의 여전히 힘있는 눈매에 실린 진솔한 감정이 피부로 느껴졌다. 연변을 떠난지 수십년 세월이 흘렀음에도 조선말을...
  • 2015-10-14
  • -리옥렬할머니 의지가지없는 두 손자를 어른으로 키워 조선전쟁에서 공을 세운 리옥렬할머니 장백조선족자치현에는 수십년간 온갖 고초를 겪으며 의지가지없는 두 손자를 어른으로 키워낸 리옥렬할머니에 대한 감동적인 이야기가 미담으로 전해지고있다. 말못하던 친손자를 키워 로무송출까지 리옥렬할머니는 일찍 김씨가문...
  • 2015-10-13
  • "한국서 내가 할 일 있어 뿌듯" [다문화세상]중국 결혼이주여성 김진숙 씨 저는 중국에서 시집온 결혼 11년 차 두 아이의 엄마 김진숙(37·창원시)입니다. 저는 조선족입니다. 김해 김씨가 저의 본관입니다. 저는 2004년 한국 땅을 처음 밟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할아버지의 나라 한국이 무척 낯설었습니다. 한국에 ...
  • 2015-10-02
  • [다문화가 경쟁력이다] 박금령씨와 김태희양 모녀가 19일 인천 경인교대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서로 꼭 끌어안고 있다(왼쪽 사진). 이날 경인교대에서 열린 가을 운동회에 참가한 다문화가정 아이들이 단체전 게임을 하며 활짝 웃고 있다. 인천=이도경 기자    한국생활 11년째인 박금령씨와 10살 딸 김태희양 &...
  • 2015-09-24
  •   “오철호삼촌이요? 하하 우리 상해 조선족 대학생들사이에서 삼촌을 모르면 간첩이죠.” 상해해양대학을 다니고있는 지인이 하는 말이다. 평소 말이 적고 과묵한 성격인 그녀의 뜻밖의 “호들갑”에 저으기 놀라기까지 했다. 이윽고 그 놀라움은 조선족 대학생들 사이에서 친근한 “삼촌&r...
  • 2015-09-23
  •   화룡시 남평진 로과촌은 두만강을 사이두고 조선과 마주하고있는 국경마을이다. 땅을 버리고 도시로 가는 촌민들도 적지 않지만 이들과는 달리 고향마을에 대한 정을 잊지 못해 국경마을로 돌아온 김영자씨, 그녀는 전문농장을 내오고 부지런히 일해 치부의 코기러기로 되였다. 그녀가 귀향을 결심하고 창업에 뛰여든...
  • 2015-09-23
  •   아름다운 변강도시 도문시 외각에 위치한 소나무의 고고한 자태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기에 충분했다. 소나무가 일년사시절 푸르른 모습으로 굳건히 도문시를 지켜온것처럼 허종수(52세)씨는 8년 동안 소나무에 대한 무한한 사랑으로 “나무군”처럼 소나무를 지켜오고있다. 평범한 농민이였던 허종수...
  • 2015-09-18
  • (흑룡강신문=하얼빈)이수봉 기자 = '동전의 희망운동본부'(본부장 김기식)는 2010년 8월 10일 선양에서 발대식을 갖고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 재중한국인들이 설립한 자선단체이다.   동전의 희망운동은 중국에 이주하여 사는 한국인들의 사랑운동이다. 아침이슬처럼 소리없이 내려 사막 같은 세상에 돋아난...
  • 2015-09-16
‹처음  이전 32 33 34 35 36 37 38 39 40 41 42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