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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아들 앞에 당당한 '중국'엄마로 서다
조글로미디어(ZOGLO) 2017년4월27일 10시27분    조회:24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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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구치료중인 김춘복 원장.
“아이에게 당당한 엄마가 되고싶어 30대 중반에 의학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기자와 마주앉아 여느때와 진배없이 담담하게 터놓는 일본 긴자(银座) 중국중의병원의 김춘복(43세)원장, 손풍금을 즐겨 타고 춤노래에 능했다는 랑만의 소녀의 모습은 세월속에 묻혀버렸고 안경 넘어 진지하고도 자상한 눈길이 더욱 인상적이였다.

고향이 화룡시 로과진인 김춘복은 사실 의사가 되려는 꿈은 한번도 꾼 적이 없었다. 직업고중도 유사반을 선택할 정도로 말이다. 화룡시 동성소학교 음악교원으로 배치받은 김춘복은 싹수가 보이는 아이들을 발견하면 숙소에서 밤잠을 같이 자면서 꿈을 키워 주었는데 지금 연변가무단에서 인기가수로 활약중인 허미옥 가수도 김춘복의 제자이다. 그러다가 보다 나은 래일을 위해 결연히 사직하고 연길로 진출, 연길 진출 3년만인 1998년 그는 연길시 10중 부근의  유치원을 인수한다.

그의 손에서 유치원은 10여명에서 200여명의 아이들을 둔,  연길시 북대지역에서 꽤나 이름있는 유치원으로 탈바꿈했다.

그때 나이가 24세, 그는 연길시에서 가장 나이 어리지만 원생이 가장 많은 조선족유치원 원장중 한명이 되였다.

“열심히 최선을 다하면 무엇이든 이뤄진다는 마음으로 죽을둥 살둥 모르고  했던것 같아요.”

김춘복 원장은 그때를 돌이키며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유치원이 잘 되자 배 아파 난 집 주인은 유치원을 빼앗으려 나섰고 설상가상으로 가정에 잇따른 불화까지 생겨 멀리 일본으로 떠난다.

산설고 낯선 일본 땅에서 일본인 남편을 만나 귀여운 아들이 태어나자 그에게는 또 다른 고민이 생겨났다.

아들이 일본 사회로부터 종족 기시의 피해를 입을가봐 걱정되였고 아들의 눈에 비친 중국엄마의 모습이 초라할가봐 걱정되였다.

어느날 그는 의과대학 입시공부를 시작하겠다고 선언하였다.

과거 고향마을에서 침 하나로 수많은 사람들의 병을 고쳐주며 존중을 받던 아버지처럼 살고 싶어진것이다.

안존하게 출근만 하며 살았던 남편이 반대해나섰고 공무원으로 살고있는 시형제들과 시부모까지 비웃음을 보냈으나 김춘복씨는 대학입시에 달라붙었다.

아이가 자는 시간을 활용해 시작한 공부, 눈을 뜨는 시간이 곧 공부의 시간이였고 꿈속에서도 공부를 했다.

자식 앞에 당찬 엄마가 되기 위해 시작한 공부인지라 그는 지쳐 쓰러지는 줄도 몰랐고  머리속에는 온통 입시공부 밖에 없었다.

2009년, 김춘복은 마침내 높은 점수로 일본 중앙의료학원에 입학, 그때 그의 나이가 35세였다. 젊은 학생들도 미역국을 먹은 대학입시에 아줌마학생이 붙은데 대해 학생들은 물론 교수들도 고개를 갸우뚱하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의과대학 학생이 된 그날 그는 아들을 안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어렸을적에 그렇게 공부했으면 전 아마 청화대학이나 북경대학에 갔을겁니다.”

김춘복씨가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대학공부는 쉽지 않았다. 산 넘어 산이였다.

닭 한마리 못 잡아 본 손에 칼을 쥐고 인체 해부를 직접 한 날이면 오장륙부가 뒤집어져 밥 한술도 넘기지 못했다.

그러나 어디서 그런 힘이 생겨났는지, 다음날이면 반드시 새벽부터 일어나 책과 씨름했다.

독학으로 마을에서 “침구박사”대접을 받은 아버지로부터 귀동냥해 들었던 경험과 현대지식이 접목해서일가, 김춘복의 의술은 실습단계부터 화제를 몰아왔다.

2014년 졸업 전부터 병원에 출근하며 기량을 닦았던 김춘복은 졸업 3개월만에 중의와 침구를 결합한 중의원을 차렸다.

그의 치료를 받고 병세가 호전돼 돌아가는 환자들을 보면서 자신감이 생겼던것이다.

“제가 하고저 하는 일들은 좀 무모한 도전인지 매번 시작할 때면 반대하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저는 내가 하고저 했던 일을 못해낸 기억이 없습니다.”

말끝에 남자처럼 호탕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일가족의 반대을 무릅쓰고 김춘복씨가 일본 긴자에서 처음으로 오픈한 중의원 “동양당”은 첫날부터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하였다.

김춘복 원장의 진료를 받았던 환자들이 새로운 환자를 데리고 다시 찾아왔던것이다.

현재 그는 경추병, 안면신경마비, 불면증, 역류성 식도염, 백내장, 좌골신경통, 불임증 등 다양한 질병들을 독특한 침구와 중의료법으로 확실하게 치료해주고있는데 100킬로메터 떨어진 곳에서도 환자가 찾아오고있는가 하면 며칠전부터 예약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다.

그는 지역 신문의 1면에 버젓이 실리기도 했고 모교의 초청으로 대학생들에게 강의까지 했으며 올해는 국제의사자격증을 따기 위한 공부에 매진하고있다.

지난해 김춘복은 번화가에 분원을 차리고 좀 더 큰 규모를 갖춘 병원으로 거듭나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

“자랑스런 중국 엄마가 되고저 혀를 깨물고 시작한 일이 수확이 있어 너무 기쁨니다.”

가난한 오지 화룡의 시골에서 태여나 민족 자긍심이 하늘을 찌르는 일본 땅에서 중국의 조선족엄마라는 당당한 이름을 위해 험난한 도전의 길에 나선 김춘복 원장, 낳아주고 키워 준 “중국”이라는 이름에 아름다운 색조를 더해가는 그의 삶의 도전에 갈채를 보내고싶다.


연변일보 허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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