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어머니의 손맛(강춘만)
조글로미디어(ZOGLO) 2017년5월8일 16시25분    조회:1532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추억’ 응모작품 (18)

◇강춘만(구태)

“당신은 평생 어머님 곁에서 살아야겠어요.” 이는 안해가 밥상머리에서 늘 롱담 반,‘불만’반으로 해오던 말이였다. 여기에는 그럴만한 사연이 깃들어있다.

사실 다섯남매중 막내로 태여난 나는 신통히도 어머님의 입맛을 똑 떼닮아 어머니의 손을 거치지 않은 음식엔 수저를 대지 않았었다. 그래서 안해가 만든 료리엔 그저 그 정성을 봐서 안해의 눈치를 슬슬 보면서 슬쩍 맛만 볼 뿐이였다. 이러니 어찌 안해의 불평어린‘잔소리’를 듣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옛 어른들의 말에 의하면 남자들은 안해를 만나면 입맛까지 변한다고 하더니만 오직 나만은 어찌된 영문인지 뼈속에 배인 어머니의 그 손맛에서 벗어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였다.

매번 따뜻한 봄이 지나가고 무더운 여름이 올 때면 찢어지게 가난했던 어린 시절에 우리 오남매가 강줄기를 졸졸 따라 풀숲을 살살 헤치며 물고기를 조심조심 더듬던 기억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고개를 쳐든다. 참으로 나로 하여금 잊지 못할 동년의 이야기주머니를 슬슬 풀어헤치게 한다.

나는 어릴 적에 비온 뒤의 고향의 강을 무척 좋아했다. 비가 멎으면 우리 다섯남매는 창고의 대들보에 겨우내 매달아두었던‘보물’을 풀어들고 바지가랭이를 둥둥 걷어올리고 시골의 진창길을 철썩철썩 밟으며 신나게 강가로 달려가 강을 한껏 누비기 시작한다. 비록 낡은 모기장으로 거칠게 만들어진 반두였으나 물고기가 곧잘 걸리였다. 우리는 잡은 물고기를 들고 흥얼흥얼 코노래를 부르며 신나게 집으로 향한다.

그맘 때면 어머니는 집마당에 가마솥을 걸어놓고 장작불을 지펴놓고 평소보다 밥을 배로 지어놓고는 우리가 집에 들어서기만을 기다린다.‘밥도적’으로 불리우는 물고기료리를 해야 했기 때문이였다. 마치 승전하고 돌아오는 자식들을 대견스레 여기며 기다리는 것 같았다.

우리 다섯남매가 가마솥을 둘러앉아 젖은 신발과 바지가랭이를 말리우는 사이면 어머니의 물고기손질이 끝난다. 장작불이 거의다 탈 무렵이면 어머니의 손맛을 보여주는 재주가 시작된다. 어머니는 평소에 그토록 아껴먹던 콩기름병을 들고 와서 몇방울 솥에 튕겨넣는다. 그리고 병아가리에 묻은 콩기름을 식지로 싹싹 긁어서 다시 병안에 몰아넣고는 병마개를 꽁꽁 닫아놓고서야 료리를 시작한다.“최씨가 앉았던 자리에는 삼년 동안 풀이 안 난다”는 말이 있듯이 어머니는 정말 살림을 알뜰히 하는 진짜 최씨였다.

기름이 달아올라 까만 연기가 몰몰 피여오를 때면 깨끗이 손질해두었던 물고기를 솥에 쏟아넣고 물에 불구어놓았던 마른 고추와 함께 달달 굴린다. 그리고 소금 한알 넣지 않고 집간장으로 조심스레 간을 잡는다. 잠간 지나면 솥이 끓기 시작한다. 솥과 솥뚜껑 사이로 몰몰 풍겨나오는 구수한 료리냄새가 우리의 신경을 건드리며 온 뜰안을 뒤덮는다.

이때면 어머니는 늘 웃으시면서 구수한 지난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릴 땐 자신의 오라비가 물고기잡이를 잘해서 물고기가 귀한 줄 몰랐다는둥, 그릇의 물고기만 잡을 줄 아는 무재간둥이 나의 아버지를 만나서 물고기 구경도 못했다는둥, 나의 아버지는 재간이 없어서 변변한 물고기그물 하나도 못 만든다는둥, 그래도 지금은 우리들의 덕분으로 물고기 구경이나마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둥 하면서 장작불이 사그라질 때까지 아버지의‘흉’을 보신다. 난 왜서인지 그 ‘흉’이 싫지 않았고 오히려 웃음을 담아가며 말할 수 있는 어머니가 더 대견스레 여겨졌으며 그 ‘흉’이 물고기료리처럼 구수하여 더구나 귀맛 좋게 들려왔다.

어머니의 이야기가 끝나면 장작불도 사그러진다. 솥에서 나는 바자작바자작 소리와 솥뚜껑 사이로 쌩- 쌩- 뿜겨나오는 김소리는 아름다운 조화를 이루며 마치 귀맛좋은  장단소리처럼 들려온다. 료리는 묘하게도 솥에 붙지 않았고 물고기들의 모양새도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으며 겉면은 기름기가 반지르르 돌았다. 물고기료리는 물이 없을 때까지, 장작불이 이그러질 때까지 졸여야 한다는 어머니의 말씀은 과연 어머니 나름대로의 도리가 있었다. 비록 별다른 음식재료를 쓰지 않았건만 어머니의 손맛이 담긴 물고기료리는 나의 입맛을 확 끌어당겼고 밥 두그릇이나 뚝딱 비우게 하였다.

그토록 찢어지게 어려웠던 고난의 행군길이였지만 어머니의 정성이 담긴 손맛이 우리 곁을 지켜주었기에 우리 다섯남매는 몸도 마음도 건실하게 자랄 수 있었고 그 어려운 생활의 고비를 용케 넘길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음식은 손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만드는 것이오.” 이 말은 내가 늘 안해에게 하는 말이였다. 안해와 결혼한 후 몇번이고 어머니의 손맛을 음미하며 좋다는 재료는 모두 쓰면서 시도해보았지만 한번도 어머니의 손맛을 찾아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더 어머니의 손맛에 집착했던가 본다.

다행히 지금은 어머니를 모시고 살면서 세상에서 둘도 없는 어머니의 손맛이 생각날 때면 수시로 맛볼 수 있어서 최대의 행운이다. 바라건대 어머니의 흘러간 구수한 옛이야기와 함께 그 정성이 담긴 어머니의 손맛이 오래오래 나의 인생을 동반해주었으면 좋겠다.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209
  •   “저희 집에도 멋진 새 옷장이 생겼어요… 고맙고 감사합니다.” 1일, 52살에 나는 김길남씨가 아담한 새 옷장을 바라보며 감격에 젖어 하는 말이다. 이날 그는 연길 락백가구 사업...
  • 2013-11-07
  •   감동과 눈물로 얼룩진 한 회갑연   (흑룡강신문=하얼빈)윤운걸 길림성 특파원= “아버지가 중풍에 걸린지 인젠 몇년되는데 그래도 생전에 회갑은 치러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라고 해 하객들의 눈굽을 적시는 일이 연길시에서 벌어졌다.   지난 2일에 모인 회갑연에 하객은 70여명밖에 안되었지만 김광...
  • 2013-11-06
  • “사회구역에서 나서지 않았더라면 계속 추위에 떨번하였습니다.” 연길시 건공가두 장생사회구역 건설국 소구역 1번지 3단원의 주민들이 고마움에 젖어 하는 말이다. 알아본데 의하면 이 단원의 한쪽&nb...
  • 2013-11-05
  • 외국에 나가 돈을 버는것도 힘들지만 다른 사람의 홀대를 받아가며 일하기란 더욱 힘듭니다. 고향에 돌아와 자기농사 지으니 마음이 편하고 절로 힘이 납니다.거기에다 풍작을 맞아 항상 신나기만 합니다.” 화룡시 동성진 해란촌 박일수씨(52세)는 외국돈벌이도 마다하고 고향에 다시 돌아와  신원벼재배전문농...
  • 2013-11-05
  • 사랑하는 엄마:       엄마, 하늘나라가 있나요? 혹시 그곳에서도 이 못난 아들 걱정을 하고계시는것 아닌가요? 다들 시간이 약이라고 하건만 엄마가 우리곁을 떠난지 거의 2년이 돼가도 나는 아직 “엄마”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울컥하고 눈시울이 젖어들어 필을 들수가 없습니다. 아마도 이 막내아들...
  • 2013-11-01
  • "동네 어르신네 신세가 큽니다!” 이는 화룡시 팔가자진 룡산촌 룡두산학복전문농장의 주인인 리명복(52세)씨가 하는 말이다. 여기에서 그럴만한 깊은 사연이 깃들어 있다. 리명복이 거주하고 있는 룡산촌 룡강툰은 원래 한개의 행정촌이였는데 촌툰합병시에 룡산촌과 합병하여 오늘날의 룡산촌산하의 한개 자연툰으로...
  • 2013-10-30
  • 《가정교육》을 담론하는 황정숙로인 가정교육이 목마른 요즘 시대에 75세 조선족할머니가 학부모들의 《가정교육》의 지남침으로, 동료들에겐《격세(隔代)가정교육》방법과 경험을 전수해 화제다. 그가 바로 장춘시조선족새일대관심위원회 관성구분회의 주임 황정숙로인이다. 45년간 교육사업에 종사해왔던 황정숙로인은 ...
  • 2013-10-29
  • 룡정시 지신진 룡지촌 2툰에는 97세나는 조선족로인 김숙자를 친어머니처럼 정성들여 돌보고있는 부승(70세)이라 부르는 만족로인이 있다. 부승로인과 김숙자는 앞뒤집사이로 1972년부터 사이좋게 지냈다. 룡지촌 2툰은 대부분 한족이 거주, 조선족은 3세대뿐이였고 지금은 한집밖에 남지 않았다. 이 마을은 한족, 조선족,...
  • 2013-10-26
  • 갑작스러운 질병으로 남편과 헤여진후 찬바람이 스며드는 자그마한 단칸방에서 불편한 몸을 이끌고 하루하루 힘든 삶을 살아가는 오금자씨(63살)를 만난것은 지난 22일이였다. 도문시 석현진 13주민위원회의 한 좁은 골목에 자리잡은 그의 집은 20평방메터  되나마나한 작은 단층집이였다. 지난해 갑작스레 손을 떠는...
  • 2013-10-24
  • 연길시 북산가두 단광사회구역 로인협회 문영재할머니 주위에 독거로인들이 늘고있다.잘살아보겠다며 타향살이 떠난 자식들은 1년에 어쩌다 겨우 한번, 그것도 큰 마음을 먹어야 고향집을 찾는다.“오늘은 뉘집 아무개가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했다네”란 소문이 들릴 때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남의 일 같지가...
  • 2013-10-23
  • 장백조선족자치현 마록구진 이십도구촌 촌당지부서기 왕련영 《우리 마을 왕서기는 참말로 훌륭한 분이십니다. 그분을 꼭 신문에 내주십시오!》이는 장백조선족자치현 마록구진 이십도구촌의 촌민들이 촌당지부서기 왕련영을 두고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한 간절한 부탁이다. 금년 5월, 왕련영(57세)한족서기는 촌민들의 추천...
  • 2013-10-22
  • ㅡ해당부문 《의로운 용사》로 신청 ㅡ청도조선족사회 병원 방문 위로금 전달 이어져 지난 10월 8일 밤 9시경, 청도시 조현로(曹县路)에 위치한 정화려관(靖和旅馆)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하여 청도시민들을 경악하게 한 가운데, 폭한의 서슬푸른 기세에도 두려움 없이 폭력을 제지하다 중상을 입고 즉시적으로 경찰에 신고하...
  • 2013-10-17
  •        나에게는 이모 한분이 계신다. 1934년생이시니 올해로 어느덧 79주세인 셈이다. 세월이 무정했었는지? 운명의 조화였던지? 이모에게 하나밖에 없는 이 조카딸은 세살에 엄마를 잃었고 그때 이모와 갈라져서 왕청에서 연길로 떠나왔었다. 내가 다섯살나던 해 이모가 한번 연길로 찾아오...
  • 2013-10-15
  • 장춘시 변철호선생을 찾아서 지나온 일들을 얘기하고있는 변철호선생/ 사진 한정일 기자 퇴직후에 더 바쁜 사람 장춘시 조선족들중에 변철호(85세)라 하면 거의 모르는 사람이 없다. 불편한 다리를 지팡이에 의지한채 걸음을 겨우 걸으면서도 조선족사회에 관계되는 일이라면 크고작건 발벗고 나서는 걱정도감이다. 특히 흘...
  • 2013-10-15
  • 지난 9월 22일에 연길시공안국 하남파출소의 경찰들에 의해 연길“사랑의 집”에 보내진 두살배기 남자아이 김세영(가명)어린이는 지금 따뜻한 사랑의 보금자리에서 행복한 웃음꽃을 피워가고있다. “처음에 사랑의 집에 들어올 때까지만 하여도 아이는 누구의 품에 안기면 떨어지려 하지 않고 울기만 했는...
  • 2013-10-11
  • “돈지갑을 잃어버린 주인을 찾을수 없을가요?” 8일,순박한 얼굴에 안타까운 표정을 지은 한 로인이 본사 편집부를 찾아왔다. 랑력민이라고 하는 올해 60살에 나는 이 로인은 가방에서 기다란 두개의 돈지갑을 꺼내놓으며 “며칠전에 연길 국제무역청사와  청년광장 부근의 쓰레기상자에서 이 돈지갑...
  • 2013-10-11
  • 임신상태에서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녀성이 아이를 낳고 이 아이로 인해 3년여만에 소생한 사연이 화제가 되고있다. 강소성에 거주하는 장영향씨는 3년동안 식물인상태였다가 최근 자신의 아들을 보고 미소를 지을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다. 장씨는 지난 2010년 12월 1일 오전 9시, 남편이 운전하던 삼륜차가 사거리를 지...
  • 2013-10-08
  • 정년퇴직이 눈앞인 59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조무래기들과 함께 하며 동심으로 나이를 잊은 중년교원이 있다. 잘 숙성이 된 와인처럼, 농익은 이 가을의 과일처럼 진하고 향긋한 꽃중년의 향기를 피워올리는이가 바로 연변대학 사범분원부속소학교 5학년 5학급 담임 김순태교원이다. 단정한 옷차림새, 씩씩한 걸음걸이와 시...
  • 2013-10-08
  • 김수금회장   올해 74세 나는 김수금은 장춘 제1 자동차그룹 조선족로인협회 회장이다. 제1자동차그룹 3중에서 교원으로 있다가 퇴직한 김수금은 2008년부터 지금까지 제1자동차그룹 조선족로인협회의 부회장, 회장으로 있으면서 두번째 인생을 로인들을 위해 봉사하는데 바치고있다. 퇴직하기전에 제1자동차그룹 조선...
  • 2013-10-08
  • 현재 천진에서 병치료중인 박명혁학생 16살 백혈병소년 박명혁학생의 거액 치료비가 필요한 투병사실이 조선족을 대상으로 생활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중위쳇(公众微信)인 《우리온》에 소개되면서 명혁이에 대한 사랑의 손길이 계속 줄을 잇고있다. 최근 공중위쳇《우리온》은 《우리온에 걸려온 전화...우리...
  • 2013-10-04
‹처음  이전 51 52 53 54 55 56 57 58 59 60 61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