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이렇게 세월이 흘렀는지 어여쁘던 새색시의 머리엔 서리가 앉았고 백년해로를 약속했던 령감은 먼저 떠나고 어느새인가 혼자가 되여버렸다. 60여년만에 황혼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나 홀로 늦은 웨딩촬영을 하는 “새신부”들은 기쁘기도 하고 먼저 떠난 령감 생각에 서글프기도 하다. 연길시 하남가두 백천사회구역의 특별한 로인활동으로 나 홀로 “웨딩촬영”을 하게 된 9명 독거로인들의 이야기다.
따뜻한 봄기운이 완연한 11일, 이날의 9명 주인공들은 수십년의 세월을 거슬러 다시 “새신부”로 돌아간 듯 설레이는 마음에 아침일찍부터 연길시 하남가두 백천사회구역 활동실로 “출근”했다. 빨간 립스틱, 정교하고 이쁘게 빗어올린 머리에 검고 기름한 가짜 속눈썹까지 붙인 로인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꽃단장을 시작했다. 화장을 마치고 자원봉사자들이 가져 온 웨딩드레스를 본 로인들은 아름다운 드레스에서 눈을 떼지 못했고 제 각기 맘에 드는 드레스를 고르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렇게 꽃단장에 웨딩드레스까지 갖춰 입은 로인들은 거울에 비춰진 낯설지만 너무나도 예쁜 자신의 모습에 행복한 미소를 띄였다.
곱게 단장을 마친 로인들은 서둘러 촬영장소인 연길시아리랑광장으로 향했다. 순백의 웨딩드레스에 면사포까지 예쁘게 쓴 로인들의 모습은 시민들의 시선을 끌었고 사진작가들은 로인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렌즈에 담느라 바빴다.
이번 웨딩촬영 활동에 참가한 안향련(68세)로인은 “결혼할때도 못 입어본 웨딩드레스를 사회구역에서 이렇게 입혀주니 너무 기쁘고 고맙습니다. 예쁘게 화장하고 웨딩드레스까지 입으니 젊은이 다시 찾아 온것 같습니다. 이젠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오늘이 제일 행복하고 가장 기쁜 날입니다. 예전부터 웨딩드레스를 꼭 한번 입어보고 싶었는데 사회구역덕분에 꿈을 이뤄서 너무 행복합니다.”고 말하는 안복운(77세)로인은 설레이는 마음에 밤잠까지 설쳤다고 한다.
세월이 무색할만큼 웨딩드레스가 너무나도 잘 어울린 이날 최고령 “신부” 홍인숙(81세)로인은 “이렇게 늘그막에 웨딩드레스를 입어보니 기쁘기도 하지만 우리 령감생각이 많이 난다.”며 9년전에 돌아간 남편생각에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 웨딩촬영활동에 참가한 독거로인들을 위해 수많은 자원봉사자들과 애심기업들이 재능기부에 나서 로인들에게 따뜻한 사랑과 관심을 전달했다. 스타공장촬영왕국에서는 웨딩드레스를 지원하는 등 로인들을 새신부로 변신시키는데 공들였고 동아택시회사 당지부 성원들은 반나절의 영업을 포기하고 로인들이 안전하게 이동할수 있도록 자원봉사를 하며 로인들에게 평생 잊지 못할 아름다운 추억을 선물하는데 도와나섰다.
연길시 하남가두 백천사회구역 유정자서기는 “대부분 로인들이 젊은시절 웨딩드레스를 못 입어봤는데 이런 로인들의 웨딩드레스 꿈을 이뤄주고 특히 독거로인들에게 뜻깊은 추억을 선물하기 위해 이번 활동을 조직하게 되였다. 이렇게 좋은 날에 기뻐하는 로인들의 모습을 보니 제 가족의 일인 듯 가슴이 뜨겁고 벅차다. 앞으로도 백천사회구역에서는 의미있는 활동으로 로인들을 공경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 갈것이다.”고 말했다.
글·사진 추춘매 기자
연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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