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한국 온지 17년… 구로동의 '김치 산타'
조글로미디어(ZOGLO) 2017년5월20일 14시40분    조회:1956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4년째 매달 복지관 등에 김치 기부… 조선족 출신 사업가 김봉규씨] 

처음엔 식당 등 전전, 눈물바람… 6년간 돈 모아 식자재업체 인수
"성실하게 일하면 조선족도 성공" 식당 이모들 응원에 고생 견뎌
2007년부터 거리 청소 등 시작, 밤엔 대림동 순찰 등 봉사활동
 

19일 오후 2시쯤 서울 구로구 구로2동 화원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 김진용(40)씨가 "올 때가 됐는데…"라며 출입구 쪽을 바라봤다.

이내 트럭 엔진 소리와 함께 "저 왔어요!" 하는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문 열고 들어온 남자 손에는 김치 박스가 들려 있었다. 할머니들과 복지관 직원들이 "우리 동네 '김치 산타'가 오셨구먼" 하며 웃었다.

'한중(韓中)식품'을 운영하는 중국 조선족 출신 사업가 김봉규(38)씨였다. 그는 양꼬치 재료 도매업을 한다. 지난 3년간 매달 복지관에 김치를 대왔다. 이날도 10㎏짜리 김치 10박스를 들여놨다. 김씨는 "한국으로 귀화한 지 12년째"라며 "국적만 바꾸는 게 아니고 진짜 한국 사람으로 인정받기 위해 이웃들과 정을 나누는 것"이라고 했다.

 

중국 랴오닝성 선양(瀋陽)에서 태어난 김씨는 2000년 나이 스물하나에 부모와 함께 한국에 왔다. '한국가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외환 위기 여파에서 채 못 벗어난 한국에서 김씨 가족의 '코리안 드림'은 산산조각 났다. 한국말 어눌한 중국 동포를 받아주는 곳은 건설 현장과 식당 주방, 이삿짐센터뿐이었다.

 

서울 구로동에서 ‘김치 산타’로 불리는 중국 조선족 출신 사업가 김봉규(38)씨가 19일 화원종합사회복지관 관계자에게 김치 박스를 전달하고 있다. /조인원 기자

서울 구로구 개봉동 보증금 200만원·월세 25만원짜리 쪽방에서 새우잠 자는 생활이 이어졌다. 김씨는 "왜 내가 한국에 와서 조선족이라고 차별받고 이 좁은 방에서 살아야 하나 싶어 많이 울었다"며 "부모님께 '혼자라도 중국에 돌아가겠다'고 한 적도 많았다"고 했다.

좌절에 빠졌던 그를 일으킨 게 한국인의 정이었다. 식당에서 만난 주방 '이모'들은 "지금처럼 성실하게 살면 조선족도 성공할 수 있다. 나쁜 길로 빠지지 마라"고 격려했다. 이삿짐센터 동료였던 윤지영(38)씨는 "조선족도 운전면허를 딸 수 있다"며 손을 잡아끌었다.

면허를 딴 김씨는 2004년부터 택배·퀵서비스 배달과 대리기사로 밤낮없이 일하며 한 달에 200만~300만원씩 벌었다. 생활이 안정되자 2005년엔 한국 국적을 땄다. 이듬해엔 6년 모은 2000만원에 3000만원 대출금을 보태 '한중식품'을 인수했다. "동포가 식자재를 납품한다"는 소문을 들은 중국 출신 요리사들이 앞다퉈 주문해줬다.

사업이 자리를 잡자, 그동안 의식하지 못했던 주변의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다. '조선족은 사건을 많이 일으킨다' '보이스피싱 사기를 친다'는 편견이었다. "아무리 '나도 귀화한 한국 사람'이라고 말해도 인정해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내 말투만 듣고도 다들 기분 나쁘게 쳐다보는 거죠."

한국 사람의 마음을 얻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김씨는 자신의 마음부터 열기로 했다. 2007년 '중국동포한마음협회'의 봉사 활동에 참여했다. 매달 셋째 주 일요일마다 요양원·경로당을 찾아 봉사 활동을 펼쳤다. '중국인 때문에 쓰레기가 넘친다'는 가리봉동 거리 미화 활동에도 나섰다. 2009년 '외국인 자율방범대'에 참여해 대림동 일대를 밤마다 순찰했다. 2013년부터는 화원종합사회복지관과 인근 경로당 등에 김치와 쌀 등을 기부해 오고 있다.

요즘 구로·가리봉동에서 봉사 활동을 할 때면 "아우, 왔는가" "형님, 밥은 먹었어요"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진짜 한국 사람이 됐다는 걸 느낄 때"라고 김씨는 말했다. 그는 "제 작은 선행이 많이 알려져서, 한국인들이 중국 동포를 더 예쁘게 봐 준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209
  • —양로사업을 영원한 직책으로 여기는 ‘이쁜 아가씨’ 박진화의 이야기 “로인을 돌보고 어린 애들을 보살필수 있는 양로원, 고아원을 차리는것이 어릴적 저의 꿈이였습니다.” 아니운서라는 화려한 후광을 벗어둔채 2011년 2월, 호리원으로 탈바꿈하면서 지금 사회복리원 특수호리구역에서 주임...
  • 2018-01-03
  • 뻐스정류소에서 길다랗게 줄지어서서 순서를 기다리는 일본인들/리홍매특파원 일본인들의 줄서기를 그들의 문화라고 하기에는 너무 단순하고 조금은 망설임이 앞서는 일이다. 하지만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에 거부감이 전혀 없는 듯한 일본인들에 대해 처음에는 생소함을 느끼다가 점차 거기에 적응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
  • 2017-12-26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65) ◇서정숙(중경)     언니가 보낸 다시 돌아오지 않는 〈2016년의 렬차〉란 글을 읽으며 감개가 무량하다.   무정한 세월은 드팀없이 꾸준히도 흘러 장장 45년이 지나 그제날의 갓 사업에 참가했던 짧은 량태머리 언니도, 늦은 공부라도 하려고 학교 다니던...
  • 2017-12-25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64) ◇주청룡(룡정) 1973년, 내가 생산대대의 과학실험소조에서 일할 때였다. 그 때 우리 대대에도 주에서 공작대들이 내려와있었는데 당시 주당위 선전부 리휘 부장이 우리 공사에 온 공작대의 총 책임자로 우리 대대에 와 주둔해있었다. 그 해 여름의 어느 날 리휘 부장은 대...
  • 2017-12-25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63) ◇남걸(목단강) 1976년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목단강시전염병병원에 배치받아 의사사업을 한 지도 어언 40여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매번 백설같이 흰 의사복을 떨쳐입고 병원 각 과실(科室)을 순시할 때마다 나에게 진정한 의사자격을 가져다준 감명 깊었던 40년 전 그 날의...
  • 2017-12-19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62) ◇황혜영 (길림) 50년 전 추억의 색바랜 사진(왼쪽이 어린 시절 필자) 어제밤 비가 억수로 쏟아지더니 아침에 나가보니 아직 익지 못한 시퍼런 복숭아 열매가 나무 밑에 쭉 깔렸다. 복숭아를 볼 때마다 복숭아의 맛보다 그 씨가 어떨가 하는 생각을 먼저 해보는 나다...
  • 2017-12-19
  •   남편류학시절의 경제담보인이였던 노토 아키히로(能登昭博)씨는 대학교 졸업론문을 이라는 테마로 썼을 정도로 중국에 관심이 많은 분이다. 《아사히신문》(朝日新聞) 치바(千葉)동부지역의 판촉업무를 총괄하는 회사경영인이였던 그는 내가 일본에 온 이듬해에 새로운 사업으로 지역신문인 《호오지로》(ほお...
  • 2017-12-18
  • 일본의 선물보따리(자료사진) 어린 시절 엄마 뒤꽁무니를 따라 다니면서 눈으로 얻은 깨달음이라고 할가,“받은 그릇은 절대 빈채로 돌려 보내지 않는다”였다. 이웃사이에 주고 받고 빌리고 빌려 주고 하면서 살았던 그 시절, 동네집 잔치가 온 마을의 기쁨이였고 어느집에 상사가 나면 온 동네가 슬퍼했다. 그...
  • 2017-12-18
  • 〔한국서 홀로서기∼나는 이렇게 살았다〕 9년을 하루와 같이 문화봉사를 해온 석복순녀사의 감동 스토리 석복순(맨 앞)강사가 춤을 가르치고 있다 돌이켜보니 내가 2007년 둘째딸을 따라 한국에 올 때 나이가 예순이였으니 10년이 지난 오늘 어언 일흔이라는 고희의 나이로 되였다. 그간 줄곧 소외된 사람들에게 춤을 ...
  • 2017-12-12
  • (흑룡강신문=하얼빈)채복숙 기자 = "저희 기금회는 2012년에 랴오닝성민정청의 2급 법인으로 설립되어 대략 2년 여 동안 운영하다가, 2014년에 독립법인을 신청해, 2015년 1월에 정식 허가증이 내려왔습니다. 기금회가 설립되어서부터 지금까지 조선족사회의 많은 지원을 받아 왔습니다. 우리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부문...
  • 2017-12-12
  • 〔한국서 홀로서기∼나는 이렇게 살았다〕 9년을 하루와 같이 문화봉사를 해온 석복순녀사의 감동 스토리 석복순(맨 앞)강사가 춤을 가르치고 있다 돌이켜보니 내가 2007년 둘째딸을 따라 한국에 올 때 나이가 예순이였으니 10년이 지난 오늘 어언 일흔이라는 고희의 나이로 되였다. 그간 줄곧 소외된 사람들에게 춤을 ...
  • 2017-12-12
  • 우리 집 가까이에 살고 있는 량씨는 일본에 온지 10년째 되는 한족 료리사이다. 어느 날 그가 찾아와서 답답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을 장가 보내고 나니 빈털터리가 됐어요” 18살 때부터 료리를 배웠다는 량씨는 일본어를 전혀 접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였다. 갓 마흔살에 접어들면서 일본...
  • 2017-12-11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61) ◇김동화(연길) 30수년전 그 때 그 학생들과 함께 남긴 기념사진 세월은 류수와 같다더니만 정말 만질 수도 걷잡을 수도 없는 것이 바로 시간의 흐름인가 본다. 어언 70을 코앞에 두고 보니 가끔씩 따르는 크고 작은 추억들로 머리를 메운다. 올해 제33회 교사절을 즐...
  • 2017-12-11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60) ◇김규칠 구술 김숙자 대필 행복한 만년을 보내고 있는 김규칠 로인 부부 내 나이 금년에 80이다. 긴 세월 수많은 일들을 겪다 보니 잊혀지지 않는 사연도 많다. 그런데 요즘 인정세태가 삭막해서 그런지 그 때 그 일이 어쩐지 더 자주 떠오르군 한다. 온 나라가 문화대혁...
  • 2017-12-11
  • 〔한국서 홀로서기∼나는 이렇게 살았다〕 “나는 스승을 잘 만나 성공했다” 가수, ‘아리랑 난타’ 단장 아이수의 성공담에서 내가 한국 온 년도가 2004년이니 올해로 벌써 10년 하고도 3년이 된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는데 그간 나의 한국생활에도 적지 않는 변화가 있어 자부를 느낀다...
  • 2017-12-11
  • 며칠전 묵직한 편지봉투 하나가 우리집에 날아왔다. ‘항상 감사합니다. 더 받은 송금료 164엔을 돌려 드립니다. 또 기회가 되면 잘 부탁합니다’ 짤막한 메모용지와 함께 동전 164엔이 들어 있는 봉투였다. 나는 적혀 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어서 영문을 물었다. 사실은 지인의 부탁으로 인터넷경매에서 옛...
  • 2017-12-10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59) ◇리희숙(안도) 애청자협회 열성자로 뛰고 있는 필자 리희숙 격정과 활력에 끓어넘치며 정열에 불타던 그 청춘시절, 걸탐스레 지식을 배워가며 희망과 기대에 부풀었던 학창시절을 마치고 ‘광활한 천지에는 할일이 많다’는 모주석의 지시에 따라 우리는 1965년...
  • 2017-12-05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58) ◇전영실(연길) 등산길에서의 필자 전영실 지금으로부터 40년 전, 취업통지서를 받고 우전국 인사과로 등록하러 갔던 때의 일이 어제런듯 눈앞에 삼삼하다. 한 나이 지긋한 책임일군이 반가이 맞아주며 “동무는 무슨 특장이 있소?” “어떤 일을 하고 싶소?” 하며...
  • 2017-12-05
  • 내가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는 일본에 온지 일년후였다. 그때 야마모토 타마에(山本 多摩江)씨는 우리가 사는 지역의 국제교류협회 책임자였다. 영어에 능한 그녀는 외국인들과 접촉할 기회가 많았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대부분의 일본인들에 비해 적극적이고 활달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일본...
  • 2017-12-05
  • 각 지역 촌마다 빈곤해탈 난관 공략전이 치렬하게 펼쳐지고 있는 요즘, 누구보다 마음 한켠이 조급해나는 한 젊은이가 있다. 연거퍼 몇달동안 집에 내려가지 못한 채 농촌사업터에서 빈곤해탈사업을 위해 뛰여다니느라 낮과 밤을 잊은 그는 바로 룡정시 백금향 빈곤부축판공실 주임 홍광철(33살)씨다. 룡정시 백금향 빈곤부...
  • 2017-12-01
‹처음  이전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