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자전거 타고 결혼하던 날
조글로미디어(ZOGLO) 2017년9월20일 15시00분    조회:1624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40)

◇김삼철(룡정)

자전거를 타고 결혼식을 올린 신랑 김삼철과 신부 임혜란의 1965년 6월 30일 약혼기념사진

지금도 내가 결혼하던 그 어설펐던 날을 생각하면 허구픈 웃음부터 나온다. 50여년 전이니깐 물론 지금과는 비할 수 없겠지만 열한명 식구에 로력이란 남성로력 나 혼자에 어머니와 아주머니 뿐이고 회갑이 언녕 지난 할아버지를 비롯한 어린 조카들이여서 가정생활이란 형편없이 쪼들렸다.

맏형님은 룡정고중에서 교원으로 사업했는데 한달 로임이 53원, 그 돈으로 대학교에 다니는 둘째형님의 숙사비, 식비, 학잡비와 어린 조카들의 학잡비를 지출하고 나면 20원도 남지 않았고 그것마저 몽땅 생산대에 식량대로 들여놓아야 했다.

식구가 많고 로력이 적은 우리 집은 해마다 가을 탈곡이 끝나도 식량값이 부족하다 보니 식구에 따른 식량을 제때에 탈 수가 없었다. 그럼 맏형님은 또 학교 공회 호조비를 꾸어서 생산대에 들여놓아야 했다. 이렇게 형님의 로임도 늘 꾼 돈을 제하다 나니 우리 집 생활은 몹시 어려웠다.

그런 가정에서 장가를 가는 나에게는 모든 것이 어려웠다. 신랑 옷을 한벌 만들려 해도 돈이 문제였다. 그 때는 못사는 시절이였지만 그래도 대부분 집들에서는 결혼하는 신랑 옷만은 곤색 사지로 한벌씩 하였지만 우리 집은 사정이 여의치 않아 좋은 사지천 옷은 꿈도 못 꾸었다.

나는 맏형님이 하자는 대로 바지는 곤색 골덴천으로 하고 웃옷은 남색 반사지천으로 만들었다. 아래웃옷이 각기 다른 천에 색갈까지 다르다 나니 정말 꼴불견이였다. 그래도 나는 좋았다. 신은 구두는 근본 생각도 안했고 도문시 고무공장에서 생산한 공농패 곤색 정구화를 샀다. 모자도 눅거리로 하나 샀는데 어느 하나 맵시 있고 보기 좋은 것이란 없었다. 그래도 나는 서운한 말 한마디 없이 맏형님께 감사를 표시했다.

당시 나는 연길현(지금 룡정시) 광신향(지금 지신향) 광신촌에서 공청단지부서기 공작을 하였기에 나라의 정세를 알고 가정형편을 알기에 아무런 의견 없이 현실에 만족하며 결혼일자를 기다렸다. 신부측도 가정생활이 곤난하고 또 신부도 유신소학교 공청단서기여서 우리는 결혼전에 토론하여 자전거를 타고 결혼하기로 결정하였다. 결혼날자는 1966년 9월 4일, 당시는 문화대혁명 초기여서 곳곳에서 ‘네가지 낡은 것을 타파’하고 ‘네가지 새것을 수립하는’ 바람이 거세차게 불어쳤다.

나는 결혼 전날 오후에 룡정시내에 가서 사전에 지인을 통해 빌려쓰기로 한 상해제 ‘영구’패 2.8자전거 한대와 천진제 ‘비둘기’패 2.6자전거 한대를 수레에 실어왔다. 모두 산 지 며칠 안되여 새 자전거나 다름없었다. 그 때는 ‘영구’패자전거와 ‘비둘기’패 자전거는 표제로 살 때라 지금의 ‘오디’패 승용차보다 더 귀하였다. 그런 자전거를 나는 돈 1전 쓰지 않고 빌려왔으니 당시 나의 관계망도 괜찮은 셈이였다.

결혼하는 날 아침, 나는 식전에 큰 도랑에 가서 키다리풀들을 몇지게 베여다가 퇴비장에서 록비를 만들었다. 당시 농촌에서는 생산대마다 토지비옥도를 높이기 위해 농호마다에 농가비료 임무를 하달하였는데 집집마다 돼지, 닭, 오리 등 가축을 사양하며 농가비료 만들기에 열을 올리였던 것이다. 오전 9시가 되자 나는 ‘2.8’자전거 뒤에 있는 짐받이에 고무바퀴밀차 손잡이를 단단히 동여매고 그 우에 함 트렁크와 신부가 타고 올 ‘2.6’자전거를 싣고 7리 밖에 있는 유신촌 신부네 집을 향해 자전거 페달을 힘있게 내디디였다.

그래도 신부가 있는 유신촌과 내가 살고 있는 광신촌은 모두 연길-룡정으로 통하는 국도를 끼고 있어 흙길이라도 넓고 평평하여 자전거 타기에는 아주 좋았다. 신랑측 우시군들은 뻐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신부집에 도착하여 ‘함’을 드리곤 신랑상은 받지 않고 점심만 먹었다. 함이라야 트렁크 안에는 모주석저작과 모주석어록, 신부 옷 몇가지 밖에 없었다.

나는 오후 정각 한시에 신부와 같이 자전거를 타고 귀로에 올랐다. 신부측의 혼례이불과 트렁크는 고무바퀴밀차에 실었다. 신부측의 생빈들은 뻐스를 타고 왔다.

신부도 새각시상을 받지 않았으며 축의금과 축의례물에 해당하는 모든 것을 사절하였다. 당시 항간에서는 청년남녀들이 결혼하게 되면 모두들 ‘누구누구의 결혼을 축하합니다’라는 글발을 새긴 큼직한 체경들을 증정하였는데 나는 그런 것도 받지 않는다고 결혼전에 친구와 지인들에게 통보하였던 것이다. 그래도 결혼식에 참가한 하객들에게는 소박한 음식상을 차려 접대하였다. 저녁에도 조선족들이 즐겨하는 신랑신부 결혼축하 오락만회를 그만두고 로천에서 영화《상감령》을 방영하여 결혼식에 참가한 하객들과 당지군중들을 즐겁게 하였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그 때 ‘너무했구나’ 하는 감도 없지 않지만 후회는 없다. 그렇지만 결혼사진 한장 찍지 않은 것은 너무도 력사를 존중하지 않은 경솔한 판단이였다는 것을 오늘 따라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

모주석마크를 가슴에 달고 모주석어록책을 호주머니에 넣고 모주석저작을 함속에 넣고 결혼하던 그 시절을 생각하면 오늘 따라 가슴 설레인다. 밭고랑을 타고 세계를 내다보며 혁명하던 그 시대를 생각하면 가슴 벅차다. 비록 나는 지금처럼 호화로운 승용차를 타지 못하고 두바퀴자전거를 타고 결혼하였지만 가고 오는 차량이 희소한 큰길에서 신랑, 신부 단둘이 어깨 나란히 자전거를 타고 싱글벙글 웃으며 행복을 꿈꾸며 결혼하던 그 날이 더없이 소중하고 그립다. 당년에 자전거 타고 결혼했던 우리 부부는 지나온 반세기가 넘는 세월의 풍운 속에서 한치의 드팀도 없이 손잡고 걸어왔다. 여생의 석양길은 더욱 아름다울 것이라 믿어마지 않는다.

길림신문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209
  • 제2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54) ▩김수철(룡정)/오기활(도문) 대필 김수철 교수. 김교수는 이 토배기 현미경에 의거해 자신이 채집한 2600여종의 식물표본을 사생하였다. /오기활 찍음 나의 식물채집은 만년에 또 한번 잊을 수 없는 고행을 겪었다. 그러니까 지금부터 13년 전인 2006년 9월 10일에...
  • 2019-01-25
  • - 글 / 박선희-        중국의 작은 시골에서 태여나고 작은 도시에 나와 공부하고 작은 꿈 안고 한국으로 유학가고 지금은 여기 일본에서 사네   태여난 곳 산 좋고 물 맑은데 공부하던 곳 아담하고 정겨운데 유학했던 곳 우리 말 친숙한데 낯설고 언어가 안 통하는 여기에 사네   태여난 곳 ...
  • 2019-01-21
  • 음력설을 맞으며 연변무역협회(회장 남룡수)에서는 1월 18일, 연길시 의란진 룡연6대에 자리잡고 있는 연변중증장애인위탁양성센터를 방문하고 입살, 콩기름,우유,옹기된장, 이레네 유기농사과 등1만여원에 달하는 생필품을 전달했다.   회원들은 연변중증장애인위탁양성센터 관계자의 안내하에 모의미용원, 모의상점...
  • 2019-01-19
  • 제2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51) ▩김규칠(화룡) 1974년 7월, 화룡현 동성공사 해란소학교 제5회 졸업 기념사진. 앞줄 왼쪽 세번째가 필자. 해마다 청명, 추석이면 나는 어김없이 진정부 소재지 동네에서 10리 가량 떨어진 해란촌에 있는 어머님 산소로 찾아간다. 해란촌은 전에 내가 15년 남짓 때묻...
  • 2019-01-16
  • 제2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50) ▩신기덕(장춘) 글의 주인공 박정양선생님 이 세상에 돈이 존재하여 사람들을 행복하게도 하고 불행하게도 만든다. 부유하다와 가난하다도 그 돈을 기준으로 하여 나뉘여지며 도적과 강탈 사건도 많은 경우 그 돈 때문에 생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
  • 2019-01-16
  • 단동시조선족로인들의 우스개 같은 진담 1989년 2월 27일 성립된 단동시조선족로인협회는 지난 30년간 ‘무’에서 ‘유’를 창조하며 건실하게 발전해왔다. 협회 회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굳게 뭉쳐 로인협회를 진정으로 로인들의 보금자리로 만들어 즐거운 만년을 보내고 있다. 단동시조선족로인협회...
  • 2019-01-14
  • 제2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49) ▩윤미란(장춘) 어린 시절 필자(오른쪽 뒤)가 형제, 사촌들과 함께. 지난 세기 80년대에 태여난 우리를 80후라고 부른다. 개혁개방의 급물살을 타고 중국의 40년을 거쳐 이룬 성과를 몸과 마음으로 감수하면서 성장한 우리 세대이다. 이렇게 40년 가까이 품어왔던 많...
  • 2019-01-10
  • 일본 관광길에서 필자부부 2018년을 마무리하면서 일년내 주문하였던 각종 잡지들을 류별로 정리하다가 10월호를 그만 빼놓고 읽지 않은것을 발견했다. 하여 모든 일을 접어놓고 늦게나마 잡지를 펼쳐들게 되였다. 권두언에 림중수적(林中水滴)이 쓴 문장 《마무리를 잘하라》가 눈길을 끌어 읽었다. 1964년 일본땅에서 ...
  • 2019-01-07
  • 10일 사이 진흥총회 등 조선족 단체 개인 백혈병환자에게 수만원 기부 2018년 12월 27일, 길림신문 인터넷,  위챗 공식계정을 통해 백혈병에 걸린 안해 고양(29살)을 살리기 위해 마음을 조이고 있는 조선족 조금룡(30세)가정의 사연을 담은 글 가 발표된 후 길림성조선족경제과학기술진흥총회 회원과 매체인, 사회 각...
  • 2019-01-07
  • 태여난 지 두살 반 되는 아이가 부득불 엄마의 품을 떠나 할머니와 함께 있게 되였습니다. 지난 7월말부터 29살 나는 애 엄마가 급성골수성백혈병에 걸려 병상에 누워있기 때문입니다. 12월 25일, 우리는 환자가 입원한 길림대학 제1병원 종양중심에서 환자의 남편 조선족 조금룡(30세)을 만났습니다. 12월 25일 오후 길림...
  • 2018-12-27
  • 제2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46) ▩전영실(연길) 등산길에서 필자 전영실 나는 단위 종업원 운동대회를 비롯해 운동경기에 자주 출전하는 스포츠맨이다. 나에게는 이것이 참으로 ‘기적'이다. 나는 소학교 2학년 때 하학길에 부주의로 넘어지면서 다리를 상했는데 설 수도 걸을 수도 없게 ...
  • 2018-12-26
  • —나어린 손녀, 반평생 남호촌에서 살아온 할머니를 글로 쓰다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 룡정시에서 동남쪽으로 50키로메터 쯤 가면 ‘송이버섯 고향'으로 불리우는 삼합진이 있다. 삼합진정부 소재지에서 7리 가량 더 가면 조선의 함경북도 회령시와 두만강을 사이두고 있는 남호촌이 보인다. 할머니네 집에...
  • 2018-12-19
  • 명동서예사랑총동문회 애심부 회원들과 연변문자예술협회 당지부에서는 12월 12일, 룡정시 신광촌에 위치한 고아원- 을 찾아가 애심과 문화를 전달했다. 이에 앞서 명동서예사랑총동문회에서는 지난 12월 10일 운영위원회의를 개최하고 년말을 맞으며 애심활동을 개최하기로 결의했다. 당일 전체 회원들에게 공지사항을 전...
  • 2018-12-12
  • (흑룡강신문=하얼빈) 일본관서지역조선족망년회가 오사카에서 지난 12월 9일 열렸다.   이번 망년회는 일본관서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조선족과 조선족문화에 관심이 있는 일본인 약 70명 가까이 모여 타국에서도 고향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었다.       망년회는 관서지역에서 현재 활약하고 있는 관서조선족...
  • 2018-12-12
  • 제2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42) ▩조려화(도문) 10여년전 부모님을 모시고 유람길에서 남긴 가족사진(왼쪽이 필자 조려화) 며칠전 시장에 갔다가 친정에 들렸다. 아빠의 3년제를 치른 뒤 엄마는 부인이 돌아가시고 홀로 계시는 마음씨 좋은 분을 만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셨고 친정은 평소에 늘 비...
  • 2018-12-05
  • 연변항공승무학교 연변TV '사랑으로 가는 길' 통해  빈곤가정 어린이들에게 1만원 후원      "이 추운 겨울 어떻게 날가?" 걱정하는 이들이 있어 이 사회는 더욱 아름답고 더욱 따뜻하게 느껴진다.  지난 11월 24일, 연변한공승무학교(교장 최옥금)의 사생들은 연변TV '사랑으로 가는...
  • 2018-12-04
  • —치부의 ‘코기러기’ 훈춘시 경신진 방천촌 촌민위원회 주임 김만혁의 이야기   방천촌 당지부 서기이며 촌민위원회 주임 김만혁 연변에서 최근년간에 변화가 제일 큰 마을을 꼽으라면 아마도 훈춘시 경신진 방천촌을 대야 할 것이다. 10여년전까지만 해도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외국의 전기...
  • 2018-12-04
  • 제2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41) ▩원죽순(화룡) 필자 원죽순 부부 1976년도에 결혼하여 가정을 이룬 우리 부부의 꿈은 먹고 입을 걱정 없이 아담한 집에서 아기자기 잘살아보는 것이였다. 70년대의 생활수준은 집집마다 거의 가난에 쪼들렸다. 병약한 시부모를 모셔야 하는 우리 가정도 례외가 아니...
  • 2018-11-28
  • 제2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40) ▩최금란(대련)     텔레비죤 화면을 통하여 당대표와 인민대표, 정치협상회 위원들이 북경에 모여와 인민대회당에서 국사를 의논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솟구치는 감회를 금할 수 없다. 인민대회당을 건설하던 의무로동의 잊지 못할 나날들이 어제런...
  • 2018-11-23
  • ‘로3기’를 새중국 력사에서 가장 전기적 이야기가 있는 한 세대라고 말한다. 올해는 파란만장한 인생을 걸어온 ‘로3기’학생들이 학교를 떠나 농촌으로 내려간지 50년이 되는 해이다. 2018년 11월 14일 오후, 통화시조선족학교 ‘로3기’ 학우들의 주최와 통화시조선족학교의 주관하에 &...
  • 2018-11-17
‹처음  이전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