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49)
◇김금단(심수)
북방과 달리 여기는 폭우가 마치 하늘에서 대야로 물을 퍼붓듯 내릴 때가 많다. 그것도 어떤 때는 한시간에 100미리메터씩 넘을 때가 많다.
그 날은 2008년 6월 13일이였다. 폭우 때문에 야근하지 않고 다섯시 반에 바로 퇴근하였다. 회사 대문 맞은편에서 공공뻐스를 기다렸지만 뻐스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10여분 기다려서 오토바이가 보이자 품질부 친구와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큰길까지 나왔다. 나는 호주머니에 차비만 넣고 다니다 보니 가방에 특별히 큰돈이 없었는데 친구는 일전 한푼 휴대하지 않아 오토바이, 뻐스 비용을 내가 전부 냈다. 거기서 동관으로부터 시내로 들어오는 뻐스에 올랐다. 시내 중심에 도착해서 나는 친구와 갈라져 심수로 가는 뻐스역에 이르렀다. 많은 사람들이 폭우로 길이 물에 잠겨 교통이 중단되였다면서 어떻게 심수로 가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었다.
가방을 들여다보니 50여원 남아있다. 이 돈으로 호텔 방을 구하기도 힘들었고 그렇다고 고속도로로 택시를 타고 심수의 집까지 가려면 턱도 안되였다. 시간이 지나면 교통이 회복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무작정 기다렸다. 기다려도 뻐스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회사로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 친구가 있는 아빠트가 있는 곳이 지형이 낮아 물이 겨드랑이까지 온다는 말을 듣고 친구한테도 갈 수 없었다. 폭우는 계속해서 내리고 애는 열이 나서 남편이 청가 맡았는데 다행히도 괜찮다고 한다.
함께 기다리는 사람들 속에서 어느 한 사람이 심수의 친구를 부르고 있었다. 집으로 가야 했기에 체면을 무릅쓰고 함께 태워달라고 했다. 고속도로 옆의 집을 내가 아니깐 고속도로에서 나를 내려주면 된다고 했다. 다 같이 겪는 어려움이라 그 분은 차에 함께 태워주겠다고 흔쾌히 응낙했다. 끝내 그 분의 친구 차에 앉아 고속도로에서 집을 향해 달렸다. 고속도로 입구에서 5분 정도면 집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폭우가 억수로 쏟아지고 캄캄해서 앞이 잘 보이지 않는 데다가 높은 고속도로에서 집을 내려다 찾자니 어디가 어딘지 분별이 안되였고 금방 룡강 고속도로 출구까지 왔다. 집으로 가는 첫 길은 실패했다.
또다시 혜주 담수까지 돌아가는 길에서 집을 찾아 고속도로에서 내려야 했다. 나의 사정을 말씀드려 어렵게 다시 생면부지의 처음 보는 분의 차에 앉았다. 남편한테 전화해서 고속도로 옆까지 나와서 기다리라고 했다. 그런데 기다리는 남편은 보이지 않고 얼마 안되여 차가 혜주 담수 고속도로까지 도착했다. 어두워서인지 아니면 차가 빨리 달려서인지 이번에는 남편이 고속도로 옆에서 기다렸지만 집 부근에서 내리지 못하고 두번째로 또 실패했다.
아무 차나 사정해서 타면 온 저녁 고속도로에서 왔다갔다하면서 집을 찾을 것 같지 못했다. 똑같은 방법을 쓸 수 없었다. 고속도로 입구의 매표부 아저씨 보고 나의 상황을 말씀드렸더니 그 아저씨께서 심수 룡강 컹즈까지 가는 자가용 주인에게 나의 상황을 말씀드렸고 그래서 나는 승산이 있게 집으로 향하는 길에 올랐다. 기사분 아저씨가 차를 천천히 운전한 덕분으로 끝내 몇분 만에 고속도로 옆에서 나를 기다리는 남편을 발견할 수 있었고 마침내는 집까지 도착할 수 있었다.
집에 도착했을 때는 밤 11시가 다되였다. 딸애는 혼곤히 잠자고 있었다.
지금도 생각해보면 그 때 나를 차에 태워주었던 분들이 고맙기 그지없다. 교통이 중단된 상태에서 50여원으로는 집으로 가기까지는 불가능한 일이였지만 얼굴도 잘 모르는 분들의 도움으로 나는 따뜻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고속도로에서 집을 찾아 세번이나 오가던, 폭우가 내리던 그 날의 경험은 나에게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주었다. 그 후의 생활에서 많은 애로에 부딪칠 때마다 한번 안되면 두번, 두번 안되면 세번 노력하는 자세로 모든 것을 바라보는 마음을 가지게 되였다.
그 날, 집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멀어 비록 초조하고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난 지금에는 평정심으로 돌이켜볼 수 있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야기로 남아있다. 집을 찾지 못해 고속도로에서 방황하던 그 길은 사랑하는 딸과 남편 곁으로 가는 길이였고 얼굴도 모르는 분들과의 인연은 스치는 인연이였지만 나에게 젊은 청춘시절의 한단락의 잊지 못할 값진 이야기를 선물해주었다.
세상은 아름답다. 왜냐 하면 세상에는 오늘도 말없이 아름다운 이야기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길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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