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57)
◇김홍련(장춘)
장가계에서 려행 친구들 함께(앞사람이 필자 김홍련)
2011년 10월 25일, 열네살 천진란만하던 소녀시절에 만난 우리 동창생들이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에 배낭을 메고 연길에서 떠나 천애지각 해남도까지 바라고 려행을 시작했다. 퇴직비로 생활하는 우리가 려행을 떠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나는 우리가 즐겨먹는 고추장, 마른명태와 간단한 소지품을 넣은 배낭을 메고 허리에는 아껴먹고 아껴쓰면서 겨우 모은 현금 만원을 두르고 동창생인 정희, 인숙이와 함께 북경에서 호텔를 경영하는 동창생 영애를 만나러 북경행 렬차에 몸을 실었다.
이튿날 북경에 도착한 우리는 마중 나온 영애의 자가용차에 앉아 일인당 358원 하는 ‘우의호텔’ 부페로 갔다. 기업에서 퇴직한 우리 셋은 ‘우의호텔’이란 말만 들었을 정도였지 호텔부페가 그토록 장식이 호화롭고 맛 또한 일품일 줄은 몰랐다. 입에서 살살 녹는 생선회, 달콤한 케익, 이름 모를 여러가지 빛갈 곱고 맛있는 음식들, 우리는 이것저것 다 맛보면서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오후 3시가 되여서야 아쉬운 대로 부페문을 나섰다.
이튿날 우리는 새로 개발한 룡경협 협곡에 가서 배도 타고 이화원과 동물원에도 가보고 향산에도 올랐다.
나는 향산에서 처음 공중삭도를 타는 데다 고소공포증(恐高症)까지 있다 보니 삭도가 공중에 뜨자 너무 무섭고 아찔해서 감히 주위 풍경을 구경할 념도 못하고 간신히 정상에 올랐다. 하산할 때는 아예 단념하고 인숙이가 나와 같이 걷기로 했다. 정희와 영애는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다리가 아파 먼길을 걷기 곤난하므로 삭도를 타고. 내려올 때에야 비로소 불타오르는듯한 단풍도 보면서 향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에도 담을 수 있었다.
사흘동안 친구 접대로 북경 구경을 잘한 다음 장가계로 떠났다.
장가계에 도착하니 예약한 호텔에서 마중 나온 차가 있어 호텔에 짐을 풀었다. 이튿날 우리는 가이드의 안내로 관광뻐스를 타고 유람지에 도착한 다음 360원 하는 비싼 입장료를 내고 케이블카를 타고 구름을 뚫고 정상에 올랐다. 우리는 발밑에 펼쳐진 무연한 구름바다를 보면서 “와! 멋있다.” 하고 환성을 질렀다. 그 날 우리는 쏘련비행사가 비행기를 몰고 날아지났다는 하늘아래 제일 높은 문도 보았고 꼭대기에 있는 절에 가서 시주도 하였고 깎아지른 벼랑허리에다 만든 인공 길과 협곡에 가로놓인 다리도 건넜고 하룡원수가 혁명하던 유적지도 보았으며 《아바타》영화를 찍은 바위를 배경으로 영화 속 주인공이 타던 새에 모여 찰칵 사진도 찍었다.
장가계 유람을 마친 후에는 10여년이나 못 본 동창생 정자를 만나러 남녕으로 갔다. 거기서 나흘간 있으면서 그의 딸의 모는 차에 앉아 청수산공원, 북경인민대회당을 본따지은 인민회당, 국제회관중심을 돌아보았는데 정말 멋있었다. 특히 온천에 가서 각질을 먹고 산다는 물고기들이 다리에 붙는 바람에 간지럽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였다.
친구의 배웅을 받으며 해남도로 가는 비행기에 앉았는데 해남도에 도착할 무렵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니 관음보살 조각상이 우뚝 서있어 저도 모르게 두손 모아 합장을 하였다. 해구에서 고속렬차를 타고 삼아에 가서 바다의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서 공원을 구경하고 이튿날 우리들의 목적지인 향수만(香水湾)에 갈 준미로 밥솥과 쌀, 약간의 부식품을 샀다. 오후에 나의 녀동생의 동창생 박로가 향수만에서 130리 길을 달려 우리 마중을 왔는데 우리는 너무 미안하여 연신 고맙다고 인사했더니 동창생의 언니면 자기 누님과 같으니 절대 미안할 것 없다고 했다.
오후에 떠난 차가 저녁에야 향수만호텔에 도착했는데 박로는 우리를 도와 수속을 마친 후 10층에 있는 호텔방까지 짐들을 올려다주었다. 방에는 밥을 지을 수 있는 전기곤로와 싱크대가 있고 침대 두개와 옷장이 있었으며 창문을 열면 바다가 보였다. 호텔에서 바다까지 100메터도 안되는지라 아침마다 바다에 가서 산책도 하고 로천수영장에서 물놀이도 하였고 낮이면 넷이서 트럼프도 치면서 신이 나게 놀았다
하루는 인숙이와 둘이서 바다에 들어가 게를 잡았는데 바위틈에 있는 게를 잡으려고 손을 밀어넣었다가 게가 집게로 집는 손가락을 바람에 손가락이 끊어질가봐 기겁을 했다. 다행히 게가 인차 놓아주었기에 피만 살짝 났다. 그 날 우리는 해삼도 몇마리 잡고 작은 게도 좀 잡아서 삶아먹었다. 별맛이였다. 해삼도 먹었으면 보약이 되였을 텐데 기념한다고 말리워버렸다.
우리는 향수만에서 열흘 동안 자기절로 밥을 해먹었고 박로의 안내하에 많은 명승지를 구경하면서 좋은 추억과 사진을 남겼다. 그리고는 다시 계림을 거치고 북경을 거쳐 한달 만에 연길에 돌아왔다.
우리는 이번 려행 기념으로 서로 선물을 주고받았는데 영애는 관음보살 목걸이를, 정희는 아름다운 빗을, 인숙이는 려행중에 찍은 사진을 모아만든 록화테프를, 나는 해남도에서 주어온 조개로 만든 장식품을 선물로 준비했었다.
남녕 유람을 시켜준 정자의 딸 명애, 향수만에서 자가용으로 몇백리를 달리면서 우리를 호강시켜준 녀동생의 친구 박로, 바다에서 마음껏 놀 수 있도록 호텔방 두개를 예약해준 녀동생 영란이, 려행일정에 맞춰 호텔과 차표를 예약해준 영애의 녀동생 선화. 이들이 있었기에 한달에 일인당 7,800원 인민페로 누구도 향수할 수 없는 즐겁고 행복한 유람을 할 수 있었다. 고맙다! 친구들, 동생들. 나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길 수 있도록 도와줘서.
한달 동안의 배낭려행을 다녀온 후 우리 동창생들의 우정은 더욱 돈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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