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눈 내리는 27일 아침, 정월 대보름을 맞아 윷판을 차려놓고 마을 로인들을 기다리는 연길시 건공가두 장해사회구역 로년협회 몇몇 회원들의 일손이 분주했다.
올해도 장해사회구역에서는 정월 대보름 행사가 미리 펼쳐졌다. 반갑지만은 않은 봄눈 때문에 로인들의 출행이 불편하지는 않을지 창밖을 내다보며 손꼽아 로인들이 오기를 기다리는 김금복 회장은 마음이 조급해났다. 걱정도 잠시, 눈길에 번거로울 만도 했지만 줄줄이 행사장 문을 들어서는 로인들마다 손에 한복주머니가 들려있었다.
고운 한복을 갈아입고 다시 모여앉은 협회 로인들은 아이들마냥 윷가락을 모아지고 공중으로 던진다. 장내는 이내 유쾌한 웃음바다로 번졌다. 해마다 장해사회구역에서는 명절 때면 외로운 독거로인들과 함께 즐거운 명절을 보내군 했다. 올해 정월 대보름도 그들은 어김없이 사회구역내 로인들을 불러모아 명절의 한때를 보냈다.
협회 일이라면 늘 남들보다 일찍 달려나와 일손을 거들던 현순옥(64살)로인은 협회에서 가장 젊은 회원이다.
“비록 개인사업도 있지만 협회의 부름을 받으면 언제나 이곳에 먼저 달려오게 됩니다. 가족같이 반겨주는 저희 협회 로인분들을 보면 일찍 돌아가신 저희 부모님이 떠올라 그들과 더 애틋하게 지내고 싶어서요.”
부모님 생각에 눈시울을 붉히던 현순옥씨는 협회 로인들의 건강장수를 기원하며 새해 인사를 올렸다.
눈길을 헤집고 아침 일찍 연길시 소영진에 위치한 사회복리원에서 철남을 지나 장해사회구역 활동실에 들어선 류혜숙(84살)로인, 3년전 양로원에서 생활하기전까지 그는 장해사회구역에 거주했다. 류혜숙로인은 아직까지도 살던 마을의 인정을 잊지 못하고 로인협회 행사 때면 먼길도 마다하지 않고 참가한다고 했다.
“외롭게 지내다 보면 옛 동네가 더 사무치게 그리울 때가 있지 뭐요. 그런 나의 마음을 알아서인지 명절 때마다 잊지 않고 이 늙은이를 불러주는 로인협회가 그저 고마울 따름이라우.”
이날 50여명 사회구역내 로인들이 참가한 정월 대보름 행사는 즐거운 우리 노래 한판을 시작으로 윷놀이, 뜨개놀이, 공기놀이 등 민속놀이 위주로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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