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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원수기] 추억을 남긴 사랑편지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3월27일 09시47분    조회: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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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흑룡강신문=하얼빈)사람들은 세월의 흐름이 류수같다고들 말한다. 누가 말했는지 딱히는 알수 없는데 나이를 먹어가는 속도도 30대는 30키로로 달리고 40대는 40키로로, 50대는 50키로로 달리고 60대는 60키로로 달린다고 했다. 정말 그런것 같이 느껴진다. 1978년에 교편을 잡아 줄곧 교단을 지키다가 2014년에 퇴직했다. 금방 퇴직한것 같은데 벌써 몇년이 지났다. 출근할 때와는 달리 느낌이 크게 달라진다. 만져볼수도 없는 세월은 빠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가끔 출근할 때의 고운 이야기들도 머리속에 떠올려보면서 감동을 받게 된다.

  그때 내가 가르치던 학급에는 오영자(가명)라는 녀학생이 있었다. 훤칠한 키에 생김생김이 예쁘장한 이 학생은 또 음악에 남다른 소질을 가진 재간둥이였다. 그래서 소학교때부터 한국에 가 공연까지 하던 우수생이였다. 그런데 부모들이 옆에 계시지 않고 또 나이가 어려 자아단속이 약한탓으로 중학교에 입학한후 공부를 뒤전으로 하면서 시간을 헛되이 보내고 있었다. 이때 나는 조선어문교사로서 이 학생과 여러차례 담화도 가져보았다. 일정한 전변은 있었으나 가슴이 후련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학생이 전학을 가게 되였고 또 담임교원도 아닌 나한테 글을 남길줄이야?

  전학가기 전날 그가 건네준 편지에는 다음과 같이 씌여져 있었다.

  "선생님, 정말 헤여지자니 헤여지기 싫고 매정하게 떠나긴 더 싫어요. 하지만 가정때문에 아무리 고집을 부려도 쓸모가 없어요. 이젠 꼭 해림을 떠나야 해요. 해림조중을 떠나야 해요. 존경하는 선생님의 가르침을 다시는 받을수 없게 되였다는 것을 생각하니 정말 눈앞이 캄캄해지기도 하고 헛되이 흘러보낸 시간이 아깝기도 했어요. 집에 일이 많다보니 때론 공부시간에 멍하니 앉아있다가 선생님의 지적도 받았죠. 호된 욕도 먹었구요.그래서 선생님을 오해한적도 있었어요. 제가 유치했지요. 초중 2학년 때는 사춘기여서인지 공부하기가 정말 싫아났어요.그러다보니 선생님들께 부담거리가 되였고 나쁜 학생이란 소문까지 온 학교에 퍼졌죠. 이런때에 요구가 넘 엄한 어문선생님께서 저를 여러번 찾을줄이야 꿈에도 생각못했어요. 선생님께서는 저를 찾을 때마다 얼굴에 밝은 웃음을 지으셨고 부드러운 어조로 속심을 나누면서 사람되는 법도 가르쳐주었고 저의 우점을 찾아 칭찬하면서 고무격려를 해주었어요. 전 결점밖에 없는 학생인줄 알았어요. 그때 얼마나 고마왔는지 말로 형용할수 없어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힘도 생겼어요.그런데 그것도 잠시였으니 정말 미안해요. 몇번이고 저를 찾아 타일러 주셨던 선생님, 저에게 힘과 용기를 주셨던 선생님, 너무너무 감사하기만 하였어요. 전 선생님을 영원히 잊지 않을거에요..."

  학생이 쓴 글을 지금 다시 읽어내려 가는 나의 눈에는 이슬이 맺혔고 가슴은 미여지게 아팠다.

  (좀더 자주, 좀더 열정적으로, 좀더 좋은 방법으로 그 학생을 다독여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가? 인젠 다시 그렇게 할수도 없구…)

  정말 마음이 착잡하다.

  교원생애에 어찌 이런 일이 한두번이였겠는가? 찬란한 진주가 생기는데는 조개의 고통을 떠날수 없고 만발한 아름다운 꽃이 따사로운 해빛을 떠날수 없듯이 한사람의 성장도 주위 사람들의 손길과 정성을 떠날수 없는것이다. 나는 달갑게 든든한 그들의 바람막이가 되여주고 우산이 되여주며 행복의 빛이 되여주려 애썼다. 어린 묘목이였던 그들은 지금 나라의 기둥이 되여 사회의 부동한 일터에서 자신을 빛내여가고있다.

  생각만 해도 정말 흐뭇하다. 이렇게 30여년을 하루와 같이 학생들을 위해 노력하느라 애썼으니 후회는 없다. 단 고마움뿐이다. 나는 퇴직후 새로운 생활을 하면서 고마운 마음을 가슴에 담고 항상 주위사람들을 아끼고 사랑하면서 그들에게 고마운 사람으로, 따뜻한 사람으로 되려고 한다.

/백정순 해림시조선족중학교 퇴직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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