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아름다운 추억 91] 유 정 세 월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7월6일 00시00분    조회:2038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제2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19)

▩리오로(장춘)

유정세월에 보낸 고중시절 류수촌 동창들과 함께. 뒤줄 중간이 필자 리오로.

교하시 로야령 상봉에다 뿌리박고 서쪽으로 흘러내리면서 수천쌍 옥답을 적셔주고 수만명 생령들의 생명수가 되여 흘러흐르다 송화강수와 합수하는 강, 이 강이 바로 망우하(牤牛河)이다

내가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을 보낸 고향이 이 망우하 중류에 있는 류수촌(柳树村)이다.

이 류수촌은 원래 영길현 강밀봉구에 속했는데 지금은 길림시 룡담구 강북향에 속해있다.

우리 조선족들은 일찍 일제 략탈에 살 수 없어 조선에서 이곳으로 와서 버들방천을 논으로 개간하고 마을을 세웠다. 버들이 많다고 마을 이름을 류수촌이라 지었단다. 처음은 완전조선족마을이였지만 후에 두부방, 마차부, 간이매점 등 한족 몇집이 들어오면서 혼합마을이 되였다.

나는 아홉살 나던 해인 1943년 12월에 조선에서 이곳 류수촌에 왔다. 그 때 이미 마을이 있었고 일본소학교도 있었다. 그러니 이 마을이 생긴 것은 썩 이른 시기였을 것이다. 조선말 한마디만 해도 자대로 종아리매를 맞았다. 그런 학교를 반년 다니다 광복이 되여 일본인 선생들은 다 가버리고 마을의 유지들이 아이들을 모아놓고 교과서도 없는 조선말 수업을 했다. 가갸거겨도 가르치고 한문도 가르치고 수신이라는 과목으로 도덕상식 같은 걸 배워줬다.

이 학교가 조선어로 강의하는 학교가 되고 정부에서는 연변에서 정식교원을 두분이나 청해왔다. 그러나 4학년까지 이 학교에서 공부하고 5학년부터는 리가툰 소학교나 강밀봉소학교에 다녀야 했다.

마을 복판에 있는 이 학교는 마을 사람들의 휴식터이기도 했다. 학교주위에 느릅나무, 백양나무들이 무성해서 한여름철 그늘 좋은 휴식터가 됐다.

농한기에는 돼지 오줌깨에다 바람을 불어넣고 가는 짚 새끼로 둘둘 감아서 축구공으로 찼다. 방학하면 학교마당에서 자치기도 치고 씨름도 하고 농악무도 추고 나무 아래 그늘에서 관악대도 연주를 했다. 학교운동장은 마을 사람들의 아주 즐거운 놀이터이고 휴식터였다.

그 시절 물질생활은 궁핍했지만 온 마을이 한집처럼 화기애애하게 서로 도우며 정답게 살았다.

일년에 한번씩 강밀봉구에서 체육운동대회를 하면 그 날은 온 마을의 잔치날이다. 남녀로소를 막론하고 걸을 수 있는 사람은 다 운동대회로 간다.

마을 부녀회에서는 운동대회에 가는 마을 사람들이 다 먹을 수 있는 점심 음식을 준비해가지고 소수레에다 싣고 운동대회로 간다.

1949년 중국신민주주의청년단 강밀봉 리가촌 제2지부 설립 기념. 뒤줄 오른쪽 첫 사람이 필자

우리 마을은 주민 호수가 51가구인데 중학생수는 54명이나 되였다. 그러다 보니 강밀봉 체육대회에서 우리 마을이 축구, 배구, 륙상에서 모든 상을 싹쓸이했다. 나도 여러 항목에서 일등을 하여 벼가을 낫만 다섯자루를 탔다. 그 외 빨래비누, 세수비누, 치약 같은 상을 많이 타서 상 못 탄 분들에게 나눠주었다. 길림시 중학교 운동대회에서도 100메터 1등을 하는 나인지라 상을 많이 탈 수 밖에…

운동대회 총결이 끝나면 우리 마을 관악기가 울리고 춤판이 벌어진다.

강밀봉에서 우리 마을까지는 15리 길이다. 선수들을 소수레에다 태우고 어른들은 풍악을 울리고 춤을 추며 마을까지 온다.

그 날 저녁은 학교 운동장에 온 마을 분들이 다 모여 밤새기를 하며 춤추고 논다. 먹는 것이라야 기껏해서 막걸리, 김치, 깍뚜기 뿐이였지만 그렇게 즐겁게 그렇게 정답게 그렇게 흥겹게 춤추고 노래하며 밤을 새웠다.

망우하는 물이 맑기로 가재가 사는 일급수였다.

물고기로는 메기, 붕어, 잉어, 야레, 버들치, 장어… 없는 고기가 없고 꼬마 녀자애들도 강에 들어가 메기를 잡는 맑은 강이였다.

물고기는 봄이면 새끼 까러 물 우로 올라오고 가을에는 과동 준비로 깊은 물속으로 내려간다.

내가 고중 1학년에 다니던 방학 때다. 어른들은 강물을 자갈로 막고 발을 놓아 고기를 잡았다. 나와 지윤이더러 밤에 강에 나가 발에 걸린 고기를 건지라고 했다.

모기에 물려가며 저녁 내내 발에 걸린 물고기를 물초롱에다 주어담았는데 팔뚝 같은 메기, 어른 뼘 한뼘이 넘는 붕어… 없는 것이 없었다. 아침에 보니 물고기가 네바께쯔나 되였다. 우리는 긴 막대기로 묵직한 바게쯔를 꿰여 메고 마을로 들어왔다.

생산대 대장이 집집마다 다니며 잡아온 물고기를 똑같이 나누어준다.

그 물고기에 깃든 인정, 대장도 고기 한마리 더 안 가져가던 사리사욕이 없는 유정의 세월, 한집처럼 서로 도우며 뭉쳐살던 유정의 세월, 호박을 하나 삶아도 서로 나누어먹으며 살던 유정의 세월, 이제는 어디로 갔나. 이렇게 흥성하고 정 많던 마을이 지금은 세호에 다섯사람만 남았다. 적막강산이 되고 말았다.

아-아-! 유정세월이 그립구나!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209
  • 모임에서 아버님들이 합창하고 있다.       (흑룡강신문=칭다오)이계옥 특약기자=재칭다오용정향우회가 8월 15일 오전 11시, 칭다오시 청양구에 위치한 세한레포츠내 박대감숯불구이에서 회원 부모 20여 명을 모시고 노인절 맞이 효도잔치를 펼쳤다.   칭다오에서 자식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부모님...
  • 2017-08-18
  • 일전에 3년 넘어 ‘잠복’했다던 리종환씨를 만났다.‘군중문화연구원’리종환은 60대 중반으로서 연변군중문화무대에서 손꼽히는 연구원이며 노래지휘가이다. 왜 ‘잠복’했는가를 캤더니 난치병으로 한국 나들이를 하면서 치료에만 수십만원의 거금을 팔았다고 한다. 그런데 오늘 마주한 ...
  • 2017-08-18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31) ◇강성범(룡정) 고마운 동창들과 함께 세월이 갈수록 내 가슴속에 력사의 한페지를 차지하며 지울 수 없는 흘러간 일들이 기억의 파문 따라 오늘도 머리속에 생생 떠오르며 이 가슴속을 깊이깊이 파고든다. 물은 건너보고 사람은 지내봐야 안다고 하루 건너 흥청망청 먹어...
  • 2017-08-15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30) ◇윤성문(통화) 1959년 여름에 찍은 가족사진. 뒤줄 오른쪽 첫 사람이 갓 대학에 입학했을 때의 필자.   현재의 필자 나는 올해 78세 나는 로인이다. 하지만 지금으로부터 58년 전인 1959년에 찍은 사진을 들여다볼 때마다 나를 키워주고 공부시켜준 삼종할아버지(주...
  • 2017-08-15
  • 수마에 핥퀸 상처를 치유하겠다고 나선 이들이 있다. 이들은 재계에서 모범을 보이며 지역사회의 발전, 민족의 아픔을 보듬어온 길림성 조선족기업인들이다. 올해 길림성에는 특대홍수로 피해가 막심했다. 특히 영길현 조1중과 조선족실험소학교 두 민족학교와 조선족집거지인 연변이 피해가 극심했다. 수해 피해소식을 접...
  • 2017-08-11
  • [수재지역 후속] 8월10일 길림시조선족기업가협회에서 영길현 수재지역을 순방위문했습니다. 길림시조선족기업가협회 조약걸회장, 김광국상무부회장, 량해봉부회장 박용수 부회장 겸 비서장을 비롯한 일행 10여명은 영길현 조선족실험유치원, 중소학교와 구전진조선족로인협회, 금풍촌...
  • 2017-08-11
  • 밥 한술 뜰 시간도 없이 바삐 보낸다는 요즘 세상과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동네 책방이 여기저기 생겨나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동네 책방 관련 기사들도 어렵지 않게 찾아...
  • 2017-08-11
  • 할아버지 령전에 삼가 이 글을 올립니다 할아버지가 생전에 남긴 유일한 사진(앞줄 오른쪽 두번째 사람) 나의 할아버지는 극히 평범한 농민이였고 155센치메터의 왜소한 체구였지만 나에게는 항상 범접할 수 없는 거룩한 형상으로 남아있다. 그것은 내가 아버지가 전선에서 희생된 후 어려서부터 할아버지의 슬하에서 자랐...
  • 2017-08-08
  • 월드옥타 연길지회 차세대, 안도현 유수천촌에 사랑의 손길을 보내   8월6일, 월드옥타 연길지회 차세대들은 모은 성금 6047원으로 가전제품을 사가지고 유수천촌으로 향했다. 올해 홍수재해로 인해 연변 각 지역에서 인명피해, 물질피해를 받게 되였다. 이런 가슴아픈 사연에 사회각계는 너도나도 구원의 ...
  • 2017-08-07
  •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29) ◇김춘식(한국) 조카딸의 말에 의하면 요즘 자기네 직장에서는 다들 도시락을 싸들고 출근한다고 한다. 처음에는 혼자 싸던 도시락이 한명 한명 늘어나더니 이제는 회사 도처에 도시락을 싸서 다니는 바람이 불고 있단다. 회사에서 주는 식비 4000원(한화)을 아끼려고 녀직...
  • 2017-08-07
  • '연변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의 마음을 모았습니다." 이웃사랑에는 국경이 따로 없는 것 같다. 지난 8월 5일, 연변한국인상회(회장 신주열)에서는 한국인들의 사랑이 담긴 성금 6만120원으로 쌀을 구입해 수재지역인 왕청현 왕청진의 6개 촌에 전달했다. 한국인회 임원진들과 자원봉사자들은 비가 오지 않는 좋은 날로 ...
  • 2017-08-07
  • 일전 장백조선족자치현 당위서기 송흠위, 현정부 상무부현장 전조명, 현당위 상무위원 윤효원, 현인대 부주임 정학량, 현정협 부주석 정희전 등 현급 지도일군들로 구성된 위문단은 수재가 가장 심했던 길림시 풍만구, 룡담구, 창읍구, 선영구 등 여러 지역에 심입해 수재상황을 상세히 알아보고 여러 구의 지도일군들과 친...
  • 2017-08-07
  •    (흑룡강신문=칭다오)박영만 기자=중국인민해방군 창건 90돐을 맞이하는 8.1절을 며칠 앞둔 7월 27일 중앙인민방송국 조선어부와 옌볜 ‘지부생활’잡지사, 옌지텔레비죤방송국, 흑룡강신문사 산둥지사 등 4개 조선족언론매체가 칭다오시에서 생활하고 있는 조선족 노전사 이윤근 노인을 집중 ...
  • 2017-08-04
  • 은지와 준승이 엄마의 육아이야기   (흑룡강신문=일본)남들처럼 결혼하고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낳은것은 평범해 보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가족의 삶이다.자식의 잘되기를 바라는것은 세상 모든 부모들이 바램이다.그리나 자식이 잘된다는것도 정답은 없는거 같다.남자와 여자가 만나서 아이를 가지게 되면 그때부터...
  • 2017-08-02
  • 밀산시 해방촌 로년협회 김정문회장   (흑룡강신문=하얼빈)정명자 기자= 밀산시 련주산향 해방촌에 가면 모든 일에 솔선하며 바삐 보내는 사람이 있다. 그가 바로 '가슴이 설레이는 일'을 하는것을 만년의 가장 큰 기쁨으로 생각하고 있는 퇴직교사 김정문(70)씨이다.       32년간 련주산향조선족중...
  • 2017-08-02
  • 7월 31일, 영길현조1중에서 재해복구 자원봉사를 하고있는 길림성조선족경제과학기술진흥총회와 길림신문사 ‘애심1번지’기부금 전달팀 성원들. 올 7월13일과 20일, 일주일 간격으로 두번이나 홍수 습격을 받은 영길현 조1중과 조선족실험소학교, 두 민족학교를 향한 민족사회의 사랑릴레이가 봇물처럼 이...
  • 2017-08-02
  • (흑룡강신문=하얼빈) 진종호 기자=졸업 30주년을 맞아 오상시조선족고급중학교 84-87기 졸업생들이 은사들을 모시고 7월28일부터 31일까지 3박4일간의 뜻깊은 동창회를 가진 동시에 모교를 방문해 성금 5만원을 기부함으로써 훈훈한 감동을 선사했다.   오상시조선족고급중학교 84-87기 졸업생들은 오상시조선족고급...
  • 2017-08-01
  • 좌로부터 주수덕씨, 리귀우씨, 장혜민씨, 김덕택회장. 자전거를 타기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국내에 꼭 자전거를 타고 가봐야 한다는 몇개 로정들이 있다고 한다. 청해호를 한바퀴 돌기, 중화 대북을 한바퀴 돌기,&nb...
  • 2017-08-01
  • 연변조선족녀성기업인들 수재지역에 온정을 "가벼운 마음으로 준비한 물품을 전해주려고 했는데 피해 상황을 보고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연변조선족녀성기업가협회(회장 손향)에서는 7월 31일, 54명 녀성기업인들의 마음을 담은 구호물품들을 싣고 수해지역인 안도현 명월진으로 향했다. 명월진에서도 구룡사...
  • 2017-08-01
‹처음  이전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