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밥 한 끼 못 먹이고 2년간 튜브만 꽂게 했어요. 몸이 훌쩍 자라는 동안 한 번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해 가슴이 저려요."
낮 기온이 35도까지 치솟은 무더위 속 유치원 통학버스에 방치돼 의식불명 상태가 된 A(당시 4세)군 가정의 시계는 사고가 난 2016년 7월 이후 멈췄다.
때때로 나타나는 발작·경직·기침 증세만이 말을 할 수도, 움직일 수도 없는 아이의 고통을 짐작하게 할 뿐이다.
1년 넘게 대학병원 중환자실과 격리병실, 어린이 병동을 전전했던 A군은 상태가 호전되지 않았지만 한 병원에 더이상 입원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4월 말부터 호남권역 재활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해 말 다니던 회사가 없어지면서 A군 아버지가 병간호를 전담하고 어머니 B(39)씨는 집안 살림과 병원 통원을 병행하며 이제는 형과 같은 나이가 된 둘째 아들을 주로 돌보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아이의 몸은 엄마가 혼자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로 많이 자랐다.
사고 직후 중환자실에서 잰 아이의 몸무게는 13kg였지만 지금은 20.5kg, 키도 110cm가 넘었다.
B씨는 의식 없이 눈만 뜨고 있는 아들이 행여 엄마의 슬픔을 알아채지는 않을까, 몸을 닦아주며 남몰래 눈물을 훔친 적이 많다고 전했다.
B씨는 8일 "며칠 전 광주시교육청으로부터 A군이 다녔던 유치원의 폐쇄명령과 관련한 항소심 재판이 열린다는 전화를 받았는데 오늘 뉴스를 통해 시설폐쇄명령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연히 엄벌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재판에) 큰 희망을 두지는 않았다. 사고 후 동네에서 여전히 그 유치원 셔틀버스가 운행됐으니까"라며 "우리 가족은 그저 아이의 호전을 바랄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수시로 위급상황이 생기기 때문에 부모 중 한 명이 24시간 병원에 붙어 있어야 하고 기저귀부터, 튜브 팁까지 사비로 구매해서 써야 하는 생활이 계속되고 있지만 '아이만 나을 수 있다면'이라는 일념으로 견뎌내고 있다.
B씨 가정은 중국 동포로, 광주에 사는 남편의 누나가 둘째 아이 양육을 도와줬지만 사고 이후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B씨의 가장 큰 걱정은 A군의 입원을 받아줄 병원을 찾는 일이다.
A군은 가정에서 돌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지만 이달 말 3개월을 채우면 또다시 퇴원해야 한다.
광주에 어린이 병동을 갖춘 전남대병원, 광주기독병원, 신가병원, 광주희망병원, 청연한방병원의 문을 모두 두드려봤지만 길게는 7개월 이상까지 대기해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나마 당일 아침 입원해 치료를 받고 오후에 퇴원하는 일명 '낮 병동'을 운영하는 병원은 상대적으로 줄이 적었지만 매일 사설 구급차를 불러야 한다는 벽에 또다시 막혔다.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교통 지원을 문의했지만, A군이 장애인 등록을 하지 않아 불가능하다고 했다.
B씨는 "아픈 애를 둔 가정이 다 비슷하다"며 "정상적인 직장·가정생활이 어려운 집이 대부분인 만큼 아이의 치료를 위한 세심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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