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아버님의 꾸지람
조글로미디어(ZOGLO) 2019년4월22일 08시26분    조회:1566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60여년 전, 내가 18살 되던 해에 음력설을 닷새 앞두고 아버지의 꾸지람을 받은 적이 있다. 나의 한가지 감성적인 처사로 하여 받은 아버님의 첫 꾸지람이다. 하지만 그 꾸지람은 해마다 설날이 돌아올 때면 나의 머리 속에 기분좋게 떠오른다. 한것은 그 꾸지람 뒤에 아버지의 너그러운 처사가 이어져 나를 감동시켰기 때문이다. 그 때 나는 아버지에 대해 심히 탄복했다. 하기에 나는 오늘도 아버지의 그 꾸지람을 한없이 그리게 된다.

필자 리진욱

바로 그 해에 설 준비로 나무 팔러 가시겠다는 아버지를 대신하여 내가 가겠다고 탄원해나서자 아버지는 만면에 환한 웃음을 짓고 새벽 두시 경에 꽉 박아실은 8월 풋나무 수레멍에를 나한테 넘겨주시면서 “강판길 조심해라”, “헛 욕심 부리지 말고 시세대로 팔라”고 부탁했다.

이렇게 평시에 술덤벙 물덤벙하던 나는 마을에서 50리 상거해있는 룡정으로 처음 나무 팔러 가게 되였다. 막내아들의 첫 행차라 아버지는 그 때 분명 마음속으로 대견스러웠을 것이다.

40여단의 풋나무를 박아실은 나무수레 높이가 남들이 50여단 실은 수레보다 더 높았고 그 날따라 나무도 쉽게 팔렸다. 빈 수레를 몰고 나무장터로 돌아오는 길에서 뜻밖에 서점 앞을 지나게 되였다. 마치 자석에 끌리듯 서점 안에 들어서니 수많은 책들이 나의 시야에 유표하게 안겨왔다. 책만 보면 오금을 못쓰는 나인지라 그만 책의 유혹에 못이겨 책매대에 다가가 이것 저것 닥치는 대로 번져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산간벽지에서 책을 구하기란 거의 ‘하늘의 별따기’와도 같아서 인젠 소학교의 책을 빌려보는 것도 거덜이 났으니 마치 가물에 단비를 만난 것과 같아 나는 기뻤다. 《어머니》, 《고요한 돈》, 《쓰딸린그라드격전》, 《조야와 수라》,《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였는가?》, 《태양은 상건하를 비춘다》, 《옛성터에 휘몰아치는 불길》, 《고옥보》 등 20여권의 크고 작은 귀중한 번역책들이 나의 눈을 부시였다.

같이 풋나무 팔러 갔던 마을 장년들의 강권으로 처음으로 ‘얼량술’에 육개장까지 만포식하고 나니 마음이 둥둥 뜬 데다가 한 마을의 몇몇 친구들과 저마끔 작가가 되려는 꿈을 안고 적어도 5백여권씩 읽기로 약속이 돼있던 차라 나는 나무 판 나머지 돈을 다 털어 그 20여권의 책을 몽땅 샀다. 인젠 여유작작하게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였다고 생각하니 흥이 절로 났다. 돌아올 때 나는 너무도 기뻐 겨울밤의 맵짠 추위도 의식하지 못한 채 코노래까지 불렀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형수님을 대하는 순간, 홀연 아버지 생일에 쓸 물건을 살 돈이라는 것이 생각나면서 졸지에 패군지장이 되여 죄 진 사람처럼 책꾸레미를 들고 아버지 앞에서 이실직고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두 몰래 책구경이나 하자고 서점에 들렸는데 한책 두책 고르다 보니 그만…

내가 우거지상이 되여 거의 죽어가는 목소리로 뒤말을 잇지 못하는데 아버지는 더는 내 말을 들을 념도 하지 않고 중둥무이하고는 “에익 자식두 철딱서니 없기루사, 그게 어떻게 쓸 돈인데…”하면서 혀를 차며 꾸지람을 하는 것이였다. 워낙 아버지 생일은 정월 초하루날이여서 언제나 섣달 그믐날 아침에 마을의 년장자들을 모시고 생일을 쇠였던 것이다. 그래도 돼지 고기는 외상 추렴을 하지만 술, 해산물, 과일, 통졸임 등은 돈을 주고 사야 했으므로 제일 안달아난 이는 어머니와 형수님이였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이튿날 아침 나는 밥술을 놓기 바쁘게 20여리 상거한 구정부에 가서 큰형을 찾았다. 설상가상으로 큰형은 30여리 떨어져 있는 상계촌으로 하향가고 없었다. 나는 지체없이 상계촌에 찾아가서 다짜고짜로 큰형더러 아버지 생일에 쓸 물건을 살 돈을 달라고 하여 6원을 받아가지고 그 길로 한달음에 집으로 돌아왔다.

섣달 그믐날 아침이였다. 중간방에는 마을의 어르신님들이, 정주간에는 장년들로 정좌하자 주안상이 올랐다. 나는 좌상 어르신님들부터 따끈하게 덮인 술을 따라 올리면서 아버님 생일을 축하하여 모처럼 이렇게 왕림하셨는데 별로 차린 건 없지만 포근히 드시라고 공식적인 인사말을 하였다.

그런데 어르신님들은 수저를 먼저 들 대신 이구동성으로 “대단하다”, ”잘 차렸다”며 연신 치하를 하는 것이였다. 시원스레 첫 술잔굽을 내시던 마을의 제일 좌상 어른께서 나를 정시하면서 “자네가 부친 생일에 쓰려고 처음으로 무탈하게 나무 팔러 다녀왔다지, 다 컸네 그려! 이렇게 푸짐히 차렸으니 기쁘게 마시겠네, 참 고마우이!” 라고 분에 넘치는 치하를 하였다. 그러나 도리여 나는 낯이 뜨거워지면서 몸둘바를 몰랐다.

바로 이 때 아버지께서 이야기의 고삐를 잡으셨다. 내가 ‘또 꾸지람을 듣게 되였구나’, ‘이렇게 개꼴망신을 당하는구나’ 라고 속으로 되뇌이는데 아버지는 웃방 테블 우에 보기 좋게 무져 놓은 책들을 가리키면서 “에, 생일 뿐이겠수? 저걸 좀 보시우 ‘선생님’도 모셔왔수다 ‘선생님’을, 자고로 책이 사람을 만드는 ‘선생’이라 하였은 즉 그래 ‘선생’이구 말구...” 나는 구들에 닿일 정도로 구부렸던 머리를 번쩍 쳐들고 뜻밖에 나를 치하하시는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불현듯 가슴이 뭉클해나고 눈앞이 흐려지면서 도저히 더는 아버님의 참모습을 정시할 수가 없었다.

그 때 그 아버지의 꾸지람은 내 가슴속 깊이 각인되여 종시 잊어지질 않았고 금후 나의 사업과 생활에서 무형의 편달로 되였다.

반세기도 훨씬 넘은 오늘까지 해해년년 새해 설날이 오면 서당 문앞에서 남의 어깨 너머로 천자문이며 구구대문이며를 다 배워내고 유식인으로 된 아버지와 아버지의 ‘꾸지람’을 아련히 회억게 된다. 하냥 엄하면서도 인자하시고 자식들의 기를 꺾을세라 보듬어주시고 키워주시던 도량이 넓고 존경스러운 아버지를 오매불망 더욱 그리게 된다.

하기에 오늘, 할아버지로 된 자신이 아버지구실을 한 여생을 깊이 성찰해보면서 이 필수덕목의 ‘바통’을 대물림 보배로 간주하고 길이 전해가게 하리라고 다지였다.길림신문 / 리진욱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209
  • 두 팀 선수들의 합영. 6월 25일, 연변주 왕청현제2중학교로인협회의 12명 회원들은 유서깊은 왕청진 춘화촌을 찾아 이 촌 로년협회를 참관하고 게이트볼친선경기를 진행하였다. 이날 게이트볼경기장은 만남의 장, 기쁨의 장, 교류의 장, 단합의 장으로 들끓었다. 게이트볼경기 한 장면 춘화촌로년협회 최동빈, 연은옥회장의...
  • 2013-06-26
  • 그리고 2005년 7월18일 약 8개월 후, 한국에서 화상을 입은 어린이들을 돕는 라는 단체와 장로님이 연결을 주선했습니다. 이 단체의 도움으로 KBS 병원24시에 방영되면서 각계 각층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다시 한국으로 치료받으러 가게 되였습니다. 한국 가자마자 금방 수술 받으려고 했는데 그간 여러차례의 수술로 앓고있...
  • 2013-06-25
  • “저의 이름은 장미꽃입니다. 저의 이름은 초불입니다. 저의 이름은 즐거운 인생입니다.” 아름다운 념원이나 취향에 따라 지은 각자의 닉네임을 서로서로 발표하는 주지체장애인협회 까페 회원들의 소통의 장면이다. 평소 컴퓨터로 사이버공간에 자작 글이나 작품을 발표하고 건강상식, 컴퓨터지식을 전수하고 ...
  • 2013-06-25
  • 21일, 안휘성 안경시 종양현 선모건축로무회사 일군 역미쌍의 가족이 주총공회에 “대중을 위해 직책을 다하고 농민공을 위해 열성껏 봉사한다”란 글귀가 씌여진 축기(锦旗)를 전달했다. 역미쌍은 지난해 10월 2일 중국철로 22국집단이 연길시에서 도맡아 시공한 모 도로건설공사장에서 일을 하다가 허리를 크게...
  • 2013-06-24
  • 올해 78세에 나는 왕청현정법후대관심사업위원회 상무부주임 최룡섭로인은 대경에서 사업하고있는 둘째 아들 최창길(47세)씨와 함께 당의 생일을 맞으며 왕청현후대관심사업위원회에 만원을 기부하기로 하였다. 6월 21일 아침, 최룡섭부주임(오른쪽사람)은 현후대관심사업위원회 김춘섭주임에게 현금 만원을 전달했다. 경제...
  • 2013-06-24
  • 세분 스승님께 올리는 글을 랑독하고있는 김범순씨. 일전, 목단강진달래식당에서 있은 일이다. 이날 김범순씨의 70돐 생신축제가 이 식당에서 있었는데 첫순서로 3명의 로교원들을 특별상에 모셨다. 지난세기 5-60년대에 목단강시 사도촌소학교, 사도중학교, 목단강고중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온 김범순씨는 항상 친부모처럼...
  • 2013-06-20
  • 한 중국동포로인 이름모를 경찰을 표창해달라 신문사를 찾아 박동기로인 6월 5일, 서울의 날씨는 꽤 사람을 못살게 구는 더운 날씨였다. 이날 지하철 대림역 1번 출구에 위치한 《길림신문》한국지사에 한 중국조선족로인이 찾아와 새벽에 만났던 이름모를 한 경찰을 표창해달라고 청들었다. 구부정한 허리에 얼굴에 잔주름...
  • 2013-06-20
  • “장애인 돕기날”을 맞아 화룡시 투도지체장애자협회에서 4명의 장애인 학생에게 각각 300원씩 사랑의 성금을 발급했다. 알아본데 의하면 투도지체장애인협회에서는 해마다 이맘때면 “사랑나누기”활동을 벌려 불우장애인 또는 장애인가족에 협회의 따뜻한 사랑의 마음을 전달한다고 한다. / 연변일...
  • 2013-06-20
  • 지원자성립의식에서 한결같이 선서하고 기발을 수여받는 꼬마지원자들   하남가두 백산사회구역 김련화 당총지서기가 활동의 발기문을 선독 / 꼬마지원자가 친구들을 대표해 앞으로 지원자활동에서 선두역할을 할것을 다짐       사회구역주민들이 지원한 물품을 "사랑마트"에 정연하게 진렬해놓고 행...
  • 2013-06-19
‹처음  이전 56 57 58 59 60 61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