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수기 8] 70년대 벼모내기(한창국)
조글로미디어(ZOGLO) 2019년5월23일 13시52분    조회:950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오늘은 나도 자랑많은 추억렬차의 기관사가 되련다.추억의 렬차를 몰고 서서히 현재를 떠나 고동을 울리며 칙칙폭폭 과거로 추억려행을 떠나련다.추억의 벌판을 지나고 추억의 고개를 넘고 추억의 굽이를 돌아 녀인들의 애환이 서린 아득히 먼 70년대 생산대의 벼모 꽂는 현장으로 가련다.

안도현 석문공사 무학대대에서 태여난 내가 중학교를 다닐 때의 일이니깐 어느덧 40년이란 무정한 세월이 흘렀다.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이런 십년이 4개이니 강산도 마을도 사람도 변해도 아주 몰라보게 변했으리라.

필자 한창국

그때의 늙은이는 땅속에 묻혀 진토가 되였을 것이고 그때의 청년은 석양길에 들어선 허리가 활등같이 휘여든 꼬부랑 할배할매가 되였을 것이고 그때의 중학생은 로년의 막차에 올라타고 한 가정을 이끌며 오후의 태양아래서 땀을 흘리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이양기로 모내기를 깔끔하게 하고 모퉁이만 손으로 꽂아서 70년대 굉장히 분주했던 생산대의 인공벼모내기와 비하면 효률적이고 속도가 빠르다. 70년대 남정네들은 벼모 꽂는 일은 의례 녀인들의 일로 간주하고 근본 손을 적시며 모를 꽂으려 하지 않았다. 그저 논이나 갈아엎고 써레질이나 하고 번지를 놓고 논물을 조절하고 벼모를 공급하는 일들을 하였다.이렇게 ‘앞단도리’를 다 해놓고 논뚝에 서서 담배를 피우거나 한담을 하고 혹은 밭머리에 여럿이 쭈크리고 앉아 막걸리를 마시며 제 안해 혹은 누이들이 허리를 굽혔다 폈다 하면서 이악스레 모 꽂는 것을 강건너 불보듯 멍하니 바라보며 녀자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토끼꼬리만큼이라도 했는지는 나로선 잘 모르겠다.

대남자주의 사상이 심했던 이런 분들이 80년대초 호도거리를 할 때는 50대에 들어선 감농군이지만 모 꽂기에서는 초보자도 아주 낮은 등급의 초보자였다. 모철에 넓은 논판에서 안해 혼자서 모 꽂는 것이 보기에 미안했던지 논판에 들어서서 손등이 젖었다 말랐다 하며 모를 꽂는데 그 모습이 옆에서 보기에도 여간 안쓰럽지 않다.

앞단도리를 다 해놓으면 줄모를 꽂는 사람들(대부분 햇내기 모군들인데 청년남녀 혼합팀이다)이 줄자를 가지고 너비가 한메터좌우 되게 줄모를 꽂고 길이를 재여 그 수자를 얇고 가느다란 패말에다 적고 그것을 논뚝에 박아놓는다. 가구를 짤 때 먹줄을 치듯이 줄을 곧게 치는데 논뚝과는 관계없이 될수록 길게 친다.줄의 량쪽에 팔뚝만한 말뚝을 고정해놓고 두 사람이 량쪽에서 쥐고 당기며 줄을 옮겨 놓는데 그중 한사람이 호각을 불며 지휘한다. 중간에는 몇사람이 왔다갔다하며 줄따라 모를 꽂는다.어떤때는 량쪽의 두사람이 장난을 치느라고 줄모를 다 꽂기전에 호각을 불며 줄을 당긴다.이러면 마지막 모군이 영낙없이 낯에 굵은 먹줄을 받아야 한다. 고함를 지르며 야단을 쳐도 여럿의 웃음소리에 먹히우고 또 이미 쏟아진 물이라 속으로 봉창을 엿보는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호각소리가 나면 노루 제 방귀에 놀란 듯 반사적으로 모 꽂던 손을 멈추고 제꺽 허리를 펴고 한발 뒤로 물러선다. 이렇게 웃고 떠들며 논밭에다 칸을 만들어 놓으면 모군들이 모를 쥐고 논판에 들어선다.

모군들은 모 꽂는 솜씨가 좋은 청일색의 처녀들과 아줌마들이다. 그때는 몇메터에 한공이라고 규정해놓고 공수를 기입하는 때인지라 녀인들은 새벽에 나가 날이 어둑시그레 해서야 지친 몸을 끌고 집으로 온다.

저녁밥이고 나발이고 다 때려부시고 구들에 누워 푹 쉬였으면 좋으련만 우로는 시부모님이 계시고 그리고 남편, 아래로는 아이들에게 저녁밥을 지어줘야 했다. 그 고역 말하지 않아도 상상할 수 있으리라.

별 쉼도 없이 허리가 아프면 정통편을 먹으며 그 패말을 기를 쓰고 모았다. 패말을 잘 건사해서 하루 두번, 점심때와 저녁때 기공원한테 가서 공수를 기입했다. 당시 웬간한 솜씨를 가지고는 하루에 여덟공을 벌기 힘들었다.사원들은 모두 모택동사상으로 무장되여서인지 일을 할라치면 죽을둥살둥 모르고 일을 했다. 상급의 지시만 내리면 칼산에도 오르고 불바다에도 뛰여들 그런 태세로 일을 했다. 어찌보면 시대의 희생품으로서 불쌍하기도 했고 또 좀 우둔한데도 있는 것 같다. 천하무적 정치의 힘을 과시하는 좋은 귀감인 것 같다.

고양이 손도 빌려쓴다는 모철에 학교에서도 덩달아 벼모 방학이란 것을 했다. 녀학생들은 줄치는 모꾼대오에 가담하고 남학생들은 주로 중로인들이 모판에서 벼모를 떠놓으면 그것을 어른들과 함께 운반해다가 논판에 펴놓은 일을 하였다. 모꾼들은 모를 꽂다가 모가 모자라면 “모야, 모야”하며 고함을 친다. 그러면 학생들이 달려가 논뚝에서 모를 뿌려주군 한다. 논판에서 첨벙첨벙 다니며 모를 섬기면 발자국자리가 많이 난다고 싫어한다. 개구쟁이들은 가끔 장난기가 도져 우정 좀 먼 논뚝에 서서 모를 뿌려준다. 모는 씽~날아서 모군의 뒤에 떨어지며 흙탕물을 찰랑 튕겨 모군의 옷에 깜장칠을 해놓는다.그러면 걸죽한 욕이 날아오고 심하면 모가 되려 날아오는데 이때는 삼십륙계 줄행랑이 제일이다.어떤 능청스러운 애들은 자기 부모거나 가깝게 지내는 모군들 뒤에다 모를 많이 펴놓으며 욕심을 부린다. 그런데 어떤 때는 욕심을 너무 과하게 부려 모가 남아돌아 모군은 나머지 모를 처리하느라고 모내기속도가 늦어져 등이 달 때도 있다. 하지만 벙어리 랭가슴 앓듯 내놓고 말은 못하고 속으로 미련한 놈이라며 듣지 못하는 욕을 한다.

지금도 그때 모내기를 생각하면 저도 몰래 손이 허리로 올라간다.어려운 시기의 힘겨운 로동이였지만 잊지 못할 추억의 한페지로 간직되여 있다. 한창국/길림신문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209
  • 일본인 아키코씨의 연변추억(1) “…붐비는 기차안을 벗어나 사람들은 큰 마대자루같은것을 어깨에 올려 놓은채 홈에 내렸다. 삼삼오오 떼지은 사람들의 속을 비비고 개찰구에 나왔더니 연변대학 반공실의 D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금은 낡은 검은색 승용차가 우리 곁에 와 멈추...
  • 2018-07-11
  • 입원 가능 어린이병동 찾아 몇 달마다 전전…법적·사회적 배려 필요   '폭염 속 어린이 방치' 통학버스 사고 차량 [연합뉴스 자료사진]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밥 한 끼 못 먹이고 2년간 튜브만 꽂게 했어요. 몸이 훌쩍 자라는 동안 한 번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해 가슴이 저려요...
  • 2018-07-09
  • 제2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19) ▩리오로(장춘) 유정세월에 보낸 고중시절 류수촌 동창들과 함께. 뒤줄 중간이 필자 리오로. 교하시 로야령 상봉에다 뿌리박고 서쪽으로 흘러내리면서 수천쌍 옥답을 적셔주고 수만명 생령들의 생명수가 되여 흘러흐르다 송화강수와 합수하는 강, 이 강이 바로 망우...
  • 2018-07-06
  • 지난 6월 30일, 백년돌솥밥음식유한회사 박성화 사장은 연길총점, 왕청, 훈춘, 도문 분점의 사장들과 함께 안도현 명월진의 왕수매가정과 영경향 류약근가정을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연변애심어머니협회 방선화 회장의 알선으로 이루어졌다. 안도현 명월진에 살고 있는 왕수매 부부 모두가 장애인이다. 장애인의 몸으로 두...
  • 2018-07-03
  • 제2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18) ▩황혼호(대경) 촬영작품 〈밥 짓는 연기〉와 필자 황혼호 얼마전 나는 촬영 전시회에 참가했는데 한장의 〈밥 짓는 연기〉라는 사진 앞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 사진을 보노라니 어릴 적 내가 태여나고 자란 고향이 사무치게 그리워나며 눈앞에 선히 떠올랐다...
  • 2018-07-02
  • 일본인의 연변추억(1) 올 봄에 들어서서부터 그림을 그리시는 오오무라 아키코(大村秋子)씨와 함께 사진앨범정리를 하게 되였다. 일찍 1985년 남편인 오오무라 마스오 (大村益夫)교수(일본 와세다대학 명예교수)를 동반하여 처음으로 연변대학에 1년간 체류하였고 그후 20여년간 해마다 한달씩 연길에 다녀갈 정도로 연변을...
  • 2018-07-02
  • 농민공을 자처한 한 사람이 두루마리 휴지에 쓴 ‘편지’와 함께 두고간 바지값 11원. 6월 마지막 주의 월요일인 25일의 아침 8시, 여느때와 다름 없이 아침 일찍 출근한 연길시 건공가두 장신사회구역 사업일군들은 사무실 문틈에 끼워있는 ‘편지 한통’에서 우연찮게 큰 감동을 받았다. ...
  • 2018-06-26
  • 제2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16) ▩김덕운(장춘) 1966년 민병패장으로 있은 필자(중간줄 왼쪽 첫 사람) 등이 입대하는 청년을 환송하며 남긴 사진 나는 흑룡강성 오상현 향양공사(지금은 향양진) 중원 3대에 살았다. 그 지대는 수전지구로서 아무리 곤난한 년대에도 주식은 입쌀밥이였다. 그래서 시...
  • 2018-06-15
  • - 로투구진 렴명촌 마을 주둔 사업대 대원 전봉씨의 빈곤해탈 분투기 “고향에 돌아오면 안일한 직장생활이 눈앞에 펼쳐질 거라 생각했지요. 지금껏 저는 공무원은 책상머리에만 앉아 일하는 신사스러운 직업인 줄로만 여겼어요. 알고 보니 그게 아니더라구요. 허허…” 로투구진 렴명촌 마을 주둔 사업대...
  • 2018-06-12
  • 제2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15) ▩김숙자(길림) 소녀시절 친구들과 함께 남긴 사진. 뒤줄 중간 사람 춘애, 그 오른쪽이 필자. 춘애와 나는 초중동창생이다. 녀성의 온갖 아름다움을 한몸에 다 가진듯한 그는 고운 눈에 복스런 보조개에 얼굴형도 길지도 동그랗지도 않고 딱 보기 좋게 갸름한 데다 ...
  • 2018-06-06
  • 케이운칸 온천앞에서 리홍매특파원 원천수(源泉数)가 2만 7000개를 넘는 일본은 세계적인 온천대국이다.“온천에 한번 들어 가면 용모가 아름다워 지고 두번 들어 가면 만병을 치유한다”는 일본인의 온천문화는 1300여년전부터 시작되였다. 올해 2월말, 으로 기네스북에 등록된지 7주년을 맞이하는 온천려관 「...
  • 2018-06-04
  •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세상에 둘도 없는 내 딸아: 안녕? 천사같은 네가 내 딸로 태여나주어서 엄마는 얼마나 든든하고 자랑스러운지 모른단다. 아빠를 쏙 빼닮은 네가 빨간 주먹을 꼭 틀어쥐고 세상에 힘찬 고고성을 울린 그날부터 엄마는 온 우주를 다 가진것 같은 기쁨속에 살아오고있단다. 소학교에 입학해서부터는 해마...
  • 2018-06-03
  • "저한테두 이런 날이 오네요. 요즘 저는 한마디로 살맛 난다고 웨치고 싶어요. 출근해 돈을 벌어본다는 건 상상조차도 못했던 제가 인젠 주위의 도움으로 위챗판매를 하면서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으니...고객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고 하루 종일 텅 빈 공간에서도 외로움 없이 할 일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
  • 2018-05-31
  • 6.1아동절에 즈음하여 29일 연길시 하남가두의 31명 빈곤가정, 결손가정 아동들의 ‘작은 소망’이 현실로 이뤄졌다.활동준비 과정에 하남가두 사업일군들은 전화로 신청을 받거나 직접 빈곤가정을 방문하는 등 방법으로 관할구역 빈곤가정과 결손가정 아동들의 ‘작은 소망’을 수집했다. ‘새 책가방을 메고 싶어요.’, ‘...
  • 2018-05-31
  • 제2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14) ▩리진욱(연길) 1964년 1월 필자의 결혼식 기념사진(앞줄 모친과 조카) 1940년대 중반 부모님의 사진 
  • 2018-05-30
  • 20여년전에 일본에 갓 왔을 때의 일이다. 바다가의 모래밭에 성(姓)자를 새겨놓고 프로포즈하는 장면을 텔레비죤프로에서 보았다. “나의 성으로 되여주세요” “당신의 성으로 되고 싶어요” 깜짝 놀랐다. 절대로 바꿀 수 없다는 의미로 ‘…면 성을 갈겠다’고 맹세를 하기도 하는 ...
  • 2018-05-24
  • 봄빛이 한껏 무르녹는 5월 23일,연변TV《사랑으로 가는 길》 제207회 록화프로 제작이 연변TV방송국 슈튜디오에서 진행되였다. 김광호,김춘희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프로제작은 이제 며칠후의 6.1절을 맞으며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이 행복한 명절을 보내길 바라는 방청객들의 소원을 담겨져있다. 프로 첫 사연으로...
  • 2018-05-24
  • 계동현 신봉중학교 제1기 졸업생     중학교졸업 50년 기념 동창모임 측기         ▲사진= 50년 전에 찍은 색바랜 졸업사진.     (흑룡강신문=하얼빈) 꿈 많고 승벽심으로 가득했던 학창시절, 우리는 서로 뒤질세라 경쟁을 하면서 공청단원으로, 모범학생으로 함께 푸른 ...
  • 2018-05-21
  • 애심을 천직으로 간주하고 빛을 밝히다 생을 마감한 고 강철수씨를 추모하면서 《사람으로 세상에 태여나서 존재의 의미와 가치는 부동하다.그러나 생명의 의의를 가늠하는 척도는 생명의 길고 짧음이 아니라 불타는 족적으로 세상에 남긴 한 사람의 선행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가치관이다.》 이 말의 의미는 애심으로 오로...
  • 2018-05-21
  •     위해시 조선족로인협회 주원길 회장의 이야기   (흑룡강신문=하얼빈)"도움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며 내 삶도 행복한 삶으로 가꾸어 가겠습니다."   위해시 조선족로인협회 주원길회장은 금년에 새로 당선된 간부이다. 4년에 한번씩 교체되는 규정에 따라 원 협회간부들이 임기가 차서 지난해 년말...
  • 2018-05-18
‹처음  이전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