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잊지 못할 중학시절의 집단생활
조글로미디어(ZOGLO) 2020년1월10일 09시03분    조회:1504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나는 중학시절을 하늘아래 첫 동네로 불리우는 안도현 석문진 무학이란 곳에서 보냈다. 안도현, 룡정시, 화룡시가 접경한 금삼각 지대에 자리 잡은 무학은 경치 좋고 인품 좋은 고장이 있는데 멀리서 바라보면 지세가 마치 선학이 춤을 추는 것 같다하여 지명을 무학(舞鹤)이라 하였다.

필자 한창국

마을 주변에는 뭇산들이 병풍을 친 듯 방풍(防风)을 하고 있었고 마을 남북쪽 언덕 아래로 맑은 시내물이 졸졸 흘러내리다가 마을 아래에서 하나로 합쳐 동으로 쉼 없이 흘러간다. 은띠같은 시내물이 Y자형으로 꽃망울을 받쳐든 듯한 멋 진 고장이다. 〈산도 겹겹 물도 겹겹 / 길 없다 했더니 / 버들 숲 꽃밭 속에 마을이 보이여라〉는 륙유의 시처럼 묘사된 곳이 바로 내가 태여나 잊지 못할 중학시절을 보낸 살기 좋은 고향마을이다.

지금의 중학생들은 먹고 싶은 것 다 먹고 입고 싶은 것 다 입고 놀고 싶은 것 다 놀고 배우고 싶은 것 다 배우면서 학교에 다니지만 지난 세기 70년대 중기의 중학생들은 먹고 싶어도 먹을 것이 없고 입고 싶어도 입을 것이 없고 놀고 싶어도 놀 것이 없었다.

그래도 배를 곯으며 가방을 달랑 메고 학교에 다녔는데 반은 공부하고 반은 이일 저일 하면서 농부의 후손답게 힘을 키웠다. 지금 학생들처럼 영양가를 따지며 먹지는 못했지만 모두 허우대가 크고 뼈가 굵직굵직하여 농군의 후계자로 되기에 손색이 없었고 올리보고 내리봐도 나그네 티가 조금씩 났다. 신체가 발육되였지만 사랑에 대해선 늦둥이였다. 지금 중학생 같으면 끼리끼리 짝을 무어 앞동산, 뒤동산 찾아다니며 사랑을 속삭이는 학생들도 있지만 그 당시 누가 눈에 띄는 차림만 해도 유치하게 놀려주군 하였다.

순박하고 유치했던 그 시절 미를 추구하는 권리마저 박탈당한 녀학생들이 참 불쌍하였다. 아마 당시 환경의 지배를 받아 사랑을 맘 속에 고이 묻어두고 곁으로 표현을 못했던 것 같다. 동네 혼사는 삼대 적선해야 성사한다는 말이 있다. 적선이 모자라선지 인연이 없어서인지 하여튼 나중에는 짝을 찾아 날아가고 짝을 찾아 데려오고 모두 제각기였다.

학교의 겨울 화목은 사생들이 채벌하고 운수는 사원들이 도맡고 자르고 패는 일은 또 사생들의 몫이였다. 화목을 할 때 대체로 수레길이 가깝고 가파로운 산을 택했다. 그래야 만 인력으로 나무를 길옆에 가져다놓기 쉽기 때문이다. 그 때만 해도 지금처럼 림업정책이 엄하지 않아 산 한면을 턱의 수염을 말끔히 밀어버리듯 아예 민둥산으로 만들어 놓는다. 선생님들이 나무를 베면 키가 크고 힘이 센 학생들이 아지를 따버리는데 나머지 학생들은 산기슭으로부터 산꼭대기까지 한일자로 쭉 늘어서서 나무 넘겨주기를 한다. 이렇게 내려온 나무가 길옆에 쌓이고 쌓여 산더미를 이루었다.

한번은 초겨울에 화목을 하러 학교에서 좀 멀리 떨어진 골짜기로 갔다. 전날에 선생님이 점심밥으로 밥과 고추장만 가져오라고 포치하였다. 그날 선생님은 하마(기름개구리) 잡이에 이골이 난 학생 몇을 보내여 전문 하마를 잡게 하였는데 자그만치 물통 하나는 되였다. 점심때 아가리가 큰 솥에다 하마탕을 끓이는데 학생들이 가져온 고추장을 모두 쏟아넣고 또 준비해온 감자도 큼직큼직 썰어넣어 맛을 돋구었다. 입이 많아서인지 맛이 좋아서인지 큰 솥의 하마탕을 잠간 새에 소멸해버렸다. 지금 그렇게 한번 포식하려면 천여원 팔아야 될 것 같다.

학교에서 근검공학으로 밭을 몇쌍 다루었는데 콩도 심고 피마주도 심고 감자도 심었다. 학교에서 밭 다루기는 정말 식은죽 먹기였는데 김매거나 가을을 할 때 수십명 되는 학생들이 한번만 쑥 지나가도 한뙈기는 인츰 해결되였다. 수십년이 지난 오늘에 와서 생각해도 감자캐던 일이 제일 인상이 깊다.

감자 캐는 날이면 몇몇 남학생들이 먼저 밭에 달려가 밭머리에다 나무를 주어 모닥 불을 지펴놓는다. 대부대가 와서 감자를 캐기 시작하면 이글이글하는 불 속에다 큼직큼직한 감자를 골라서 굽는다. 이럭저럭 감자를 다 캐면 불속의 감자도 푹 익어 구수한 냄새를 풍긴다. 감실감실한 감자를 하나씩 들고 먹으려니깐 너무 뜨거워 이 손에 쥐였다 저 손에 쥐였다 하는데 마치 탁구공이 이쪽 왔다 저쪽 갔다 하는 것 같았다. 그래도 입으로 호호 불며 먹는데 량볼에 까만 분칠을 하여 깜쟁이로 변해가지만 누가 누구를 보며 놀려주거나 웃을 겨를도 없었다. 주린 창자를 달래려고 목젖이 방아를 찧는데 언제 감둥이 흰둥이 할 새 있겠는가. 그 맛이 또한 별맛이여서 사람을 싹 죽여주는데…배속에 기름기가 말라버린 고난의 중학시절의 감자구이, 지금도 그 때 일을 생각해면 군침이 돈다.

어린 나이에 힘에 부치는 로동이였고 또 지금은 호랑이 담배 피우던 옛날로 되여가지만 그 때의 집단생활이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있다. 한창국/길림신문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209
  •       흩날리는 오동잎은 가을이 다가옴을 알리고 못가의 련꽃들이 활짝 피면서 여름과 가을이 교차되는 이 시각 길림시 송화강반에 우뚝 서있는 길림육문중학교 앞에 발걸음을 멈추고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다보니 깊은 생각에 잠기게 된다.   쉼없이 흐르는 강물과 같이 무정한 세월의 흐름도 지워버릴 ...
  • 2020-08-26
  • (원제목) 애심이 깃든 티셔츠 입고 새학기 힘찬 출발을 해요 8월 24일,길림성 화룡시신동소학교 어린이들은 사회 각계의 사랑과 관심을 담은 따스한 개학식으로 새학기의 힘찬 스타트를 멋지게 출발했다. 오전 8시,알롱달롱 고운 민족복장을 한 신입생 꼬마들이 가족의 손을 잡고 호기심 어린 눈을 누비며, 순수한 동...
  • 2020-08-25
  • [수기] 자식들이 펼친 낡은 물건 ‘소탕전’ 김삼철 ‘소탕전’이라하면 모두들 전쟁 마당에서 적을 짓부시는 장면을 련상할 지 모르겠으나 지난해 추석 기간 우리 집에서는 시집 간 딸들과 사위들이 오랜만에 놀러와서 난데 없는 낡은 물건을 숙청하는 ‘소탕전’을 벌려 온 집안이 며칠간...
  • 2020-08-14
  • 할머니와 ‘선생님’ 박순자 어느 날인가 뜬금없이 누군가로부터 할머니라 불리우는 바람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던 적이 있다. 아마 47살 나던 해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물론 그 호칭이 무척이나 낯설고 귀에 거슬리긴 했어도 자신이 더 이상 젊지 않다는 걸 깨달은 것도 그 무렵이였다. 시력이 1.5로 유난히 밝...
  • 2020-08-09
  • 족보의 종착역은 어디? 첨서    나는 어릴 적 큰아버지가 왜 족보란 물건을 보배인양 숨겨놓고 우리한테 보이지 않았는지 지금껏 알지 못하고 있다. 하긴 큰아버지가 세상을 뜬 지도 어느덧 25년이 지났고 아버지가 세상을 뜬 지도 23년 철을 잡으니 어데 가서 물을 데도 없다. 간혹 있다 해도 아리숭한 추측이거...
  • 2020-08-07
  • 한국 간병업계에 떠오른 새별 한국 “간병정보”회사 황설자 회장에 대한 이야기 한국 “간병정보”회사 황설자 회장 캄캄한 밤 하늘에 유난히 밝게 비쳐오는 작은 별 하나가 있다. 거기에 또 마음과 마음을 하나로...
  • 2020-08-04
  • 이불 30채, 손소독크림 60개, 현금 3천원을 30명 학생들과 장애인녀성들에게 전달   연변애심어머니협회 상무리사이며 연길시해금포민족이불유한회사 리사장 최경심의 사랑나눔 미담이 뜨거운 태양이 작렬하는 삼복더위 열기를 타고 널리 전해지고 있다. 코로나19로 모든 기업이 직격탄을 맞아 직원들을 먹여살리기도...
  • 2020-07-31
  • 민낯   주소: https://mp.weixin.qq.com/s/iEXOQSZMrSSFfY4JNRKq0Q   아침에 일찍 나오면 드물게 사람들의 얼굴을 볼 수 있다. 이른 시간에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표정이 살아서 걸어다니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원래는 이게 정상인데 어떻게 하다보니 얼굴표정을 볼 수 있는 길거리가 이...
  • 2020-07-24
  • '박방본초 전매점”의 려순희 사장의 헌신 이야기   15살 소녀가 발 하나를 잃게 된다면 그의 삶은 어떠했을가? 상상만해도 끔찍하다. 동상을 입은 발이 썩어들어가 잘라야 한다는 던. 발이 100일간의 치료끝에 완쾌됐으니 전설같지 아니한가.   사실은 이러했다.   올해 2월, 왕청에 살고 있는 한...
  • 2020-07-16
  • 김매화(왼쪽)씨가 에도가와구 시바다 야스히로 총무부장으로부터 감사장을 받았다.   지난 7월 8일,재일조선족 김매화씨가 도꾜 에도가와구(江戸川区)에 마스크 2만장을 기부하였다.   류학생시절 장학금으로 공부하고 생활하면서 일본사회복지의 덕택을 받았던 김매화씨는 현재 도꾜 에도가와구에서 주식회사 ...
  • 2020-07-14
  • 엄마 집은  5층으로 된 아빠트인데 내가 엄마 집에 간다고 하면 엄마는 아래층에서 날 기다리실 때가 많다. 엄마가 이렇게 내려오신 것은 내 다리가 걱정되였기 때문이다. 번마다 함께 올라갈 때면 엄마가 내 앞에 등을 내밀면서 말씀하신다. “너 그 다리로 오르기 힘들 텐데 어서 내 등에 업혀.” 그럴 때...
  • 2020-06-29
  •  내가 만난 남편 (박영옥편 7) 2012년도 가을의 어느날, 나는 이외의 사고로 다리에 상처를 입었다. 부랴부랴 병원으로 가서 사진 찍었더니 골절되였다면서 석달이 지나야 회복된단다. 정말 약한 다리에 침질한 격으로 부실한 다리가 골절되였던 것이다. 나는 아픔을 견디며 석달 후란 그 날자에 초점을 맞추고는 매일...
  • 2020-06-29
  •  고마왔던 은사님 박영옥편 6 소학교부터 고중까지 공부하는 동안 제일 고마운 은사는 이미 고인이 되신 박창호선생님이다. 졸업 후 20년이 넘은 후에도 내가 문학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는 나에게 여러가지 서적과 속담책도 사다주셨고 발표된 글을 보러 일부러 우리 집에 오시기도 했던 선생님이시다. 그리고 내가 장...
  • 2020-06-24
  • 내 '아픈 손가락'들이 남기고 간 자리  박미자(연길시제2중학교 교원) 2020년 5월 4일 태암촌의 진달래는 유난히도 화사하게 봄볕을 만끽하고 있었다. 무덤무덤의 묘지를 지나 푸른 초원마냥 길게 뻗은 들판을 지나 흐드러지게 피여난 진달래는 파아란 하늘과 어우러져 연분홍빛 꽃바다를 뽐내고 있었다. &nb...
  • 2020-06-19
  • 인생에서 지기가 있다는 것은 참으로 행운이다. 나는 행운아였다. 나에게는 나의 분신 같은 친구 둘이 있다. 소꿉친구이자 동창생(화룡현신동소학교 1966년급 동창생)이며 부대의 전우이자 지기인 허문선과 방창화다. 이들 둘은 평생을 부대에서 청춘과 정열을 다 바쳐 근무하다가 퇴직한 전업 군인이다. 허문선은 원 길림...
  • 2020-04-12
  • ▲사진설명: 최창성 의사 부인인 채경숙씨가 정성드려 준비한 청국장   2020년 4월 1일 수요일 어제는 잊을 수 없는 날! 우리 낭군님께서 우한 의료 제일선으로부터 칭다오로 돌아오셔서 한시름 놓게 되었습니다.  50일간 집밥을 못 드시고 고추장, 된장을 못드셨으니 얼마나 허전하셨겠습니까?   우한에서...
  • 2020-04-03
  • “나이가 들다 보니 큰 도움은 못 드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조금이나마 저의 성의를 표달하려고 합니다.” 3월 5일, 71세의 로당원 신순자는 들고 간 현금 만원을 신립사회구역당지부 서기인 정립화의 손에 쥐여주면서 전염병 예방통제 일선에서 싸우고 있는  의료일군들과 환자들에게 전해달라고 ...
  • 2020-03-11
  • 장백조선족자치현 장백술공장 리성모 공장장은 설기간에 본사 주재기자와 함께 당지에서 제일 장수로인으로 불리우는 박동수(107세)로인을 방문했다. 장백술을 받아들고 기뻐하는 박로인(우) 박동수로인은 1913년 10월 11일에 조선 단천에서 출생했다. 1.60메터의 작은 키에 백근 정도의 몸무게를 가진 로인은&n...
  • 2020-02-12
  •       조선기업인 천진청송화약(青松华药)의약회사에서 최근 천진시인민정부에 3만장의 한국 의료용 마스크를 기증했다.   신종코로나가 발생후 1선 방역에 필요한 마스크가 부족하다는 얘기를 듣고 이 회사 심재관 리사장과 직원들이 설 휴식도 마다하고 여러경로를 통해 해외공급상과 연락했다. 드디여...
  • 2020-02-05
  • 나는 꿈을 꾼다. 얼굴을 간지럽히는 해빛이 창문에 따갑게 비추던 어느 하루, 여섯살 난 나는 집에서 이야기책을 보고 있었고 어디선가 뿡뿡하는 기분 나쁜 승용차 사이렌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갑자기 빚쟁이들이 들이닥친다. “엄마는 어디 갔니?” 이젠 “아빠는 어디 갔냐”도 생략이다. 얼어붙...
  • 2020-02-01
‹처음  이전 1 2 3 4 5 6 7 8 9 10 11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