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수기]어른들의 칭찬을 받으려다가…(원죽순)
조글로미디어(ZOGLO) 2020년1월31일 10시05분    조회:1494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내가 동년 시절을 보냈던 고향 마을은 장백산 아래 첫 동네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닌 심심산골 화룡시 룡성진 청산촌이다. 마을 3면은 높은 산이 병풍처럼 둘러 쌓여있고 옹기종기 초가집이 늘어진 마을 앞으로 해란강이 흐른다. 마을 뒤의 넓은 신작로로 아름드리 통나무를 실은 차량들이 실북나들 듯 달린다.

 

필자 원죽순.

봄이면 해란강 버들방천에는 오동통한 파란 버들가지가 바람에 흔들거리고 앞산, 뒤산 언덕마다에는 진달래 꽃이 흐드러지게 피여난다. 얼핏 보아도 한폭의 아름다운 산수화를 방불케 하는 산촌 마을이다.

50여년전 내가 열네살 되던 해, 마을 웃쪽 산기슭에 진달래가 유난히 곱게 핀 어느 일요일, 우리 소꿉친구 다섯은 진달래 꺾으러 가자고 약속했다. 금선이, 정애, 어금이와 영옥이 그리고 나까지, 우리 다섯은 산에 올라가 떨기떨기 호함지게 피여난 진달래를 보고 약속이나 한듯 일제히 환성을 지르면서 저마다 고운 꽃가지를 꺾어 한아름 가득 안고 산기슭으로 내려왔다. 우리는 산기슭 아래쪽에 세워진 렬사비와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누가 꺾은 진달래 꽃가지들이 더 고운가를 비기면서 수다를 떨었다. 그 때 진달래 꽃술이 12개 이상이면 그해에 풍년이 든다던 어른들의 말이 생각나 우리는 꽃술을 세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 때 금선이는 꽃송이 열개를 세여봤는데 꽃술이 모두 12개 넘는다면서 올해는 틀림없이 풍년이 들거라고 떠들었다. 우리 넷도 자기가 꺾은 진달래 꽃술이 모두 12개 이상인 것을 보고 올해는 꼭 풍년을 맞을 거라고 확신했다.

우리가 앉아 있는 곳에서 저 멀리 지평선까지 풀이 무성하게 자란 들판이 보였다. 당시 금선이의 아버지는 생산대 대장이였다. 금선이는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오가는 말을 들었는데 올봄에 생산대에서 마을 웃쪽 황무지를 논으로 개간하기로 결정지었다며 바람이 불지 않는 날을 잡아 사원들을 동원하여 불을 피워 풀을 태울 계획이라고 했다.

그 때는 봄철이여서 생산대 사원들은 거름내기에 분망했다.

금선이의 말대로 풀을 태우려 한다면 우리가 그 일을 하면 어떨가고 생각했다. 그날은 또 바람도 없고 어른들의 일손도 돕고 칭찬도 받고…우리 다섯은 그렇게 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황무지 옆은 넓은 신작로가 있어서 불길이 넘어갈 념려가 없고 높은 산과 잇닿아 있는 곳만 불길이 넘어가지 않게 하면 될 것 같았다. 이렇게 하려면 방어선을 쳐야 하기에 우리는 부랴부랴 집에 가서 낫을 가지고 와서는 풀을 베기 시작했다. 부지런히 일손을 놀리다니 땀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방어선을 다 쳐놓고 불을 달 준비를 했다.

이제 깜쪽 같이 좋은 일을 하여 어른들의 칭찬을 받을 생각을 하니 우리는 저도 몰래 어깨가 으쓱해지면서 사기가 올랐다. 우리는 성냥가치에 불을 달고는 풀밭에 던졌다. 바싹 마른 풀이 타기 시작하면서 삽시에 불길이 뿌연 연기를 뿜으며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그런데 난데 없는 바람이 불어오더니 불길은 사나운 불룡마냥 우리가 쳐놓은 방어선을 넘어 산으로 올라 붙었다. 불길이 계속 높은 산쪽으로 붙으면 상상도 하지 못할 화재가 일어날 것 같았다. 우리는 너무도 놀라서 나무가지를 꺾어 산에 올라가 불을 끄려고 허둥댔다. 하지만 불길은 사그라지기는 커녕 더욱 기승을 부리며 타버렸는데 우리 힘으로는 전혀 해낼 수가 없었다. 급해난 우리는 발만 동동 구를 뿐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 때 마을 쪽에서 호각소리가 들려오고 민병 련장, 금선이 아버지, 그리고 사원들이 불이 난 곳으로 줄달음쳐 왔다. 50여명 청장년들이 달려와 불을 껐는데 그렇게 사납게 기승을 부리던 불길이 차츰 잦아들었다. 큰 화재를 모면하게 되였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불을 끄는 사원들을 지켜보던 우리는 불이 다 꺼지자 한시름은 놓았지만 이제 꾸지람을 받을 생각을 하니 겁도 나고 창피하기도 했다.

우리는 죄수처럼 우두커니 서 있었다. 금선이 아버지가 우리 쪽으로 다가오더니 어떻게 된 일이냐고 매섭게 따졌다.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냥 눈물만 뚝뚝 떨구었다. 그래도 금선이가 기여들어가는 소리로 “아버지께서 이 곳을 논으로 만든다는 말씀을 듣고…”하며 말끝을 흐리자 빙 둘러섰던 어른들은 어이가 없어 아무 말도 없이 자리를 뜨는 것이 였다. 욕하는 사람이 없어 다행이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집에 가서 부모들에게서 혼뜨검 받을 생각을 하니 겁이 더럭 났다. 우리는 제각기 아버지들의 손에 코 꿰맨 송아지처럼 끌려갔다. “큰일 저질렀으니 영락없이 엄마에게서 호된 매를 맞겠구나”고 생각하니 속이 후둘후둘 떨렸다. 눈치를 보면서 살금살금 집안에 들어서면서 성난 엄마가 비자루를 쥐는지를 아버지 등뒤에 숨어 훔쳐봤다. 그런데 생각밖으로 엄마는 세수대야에 물을 떠놓고 세수부터 하라면서 “오늘 큰 사고가 나지 않은 것이 다행이다”고 말했다.

이 일은 50여년이 지난 오늘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된다. 그해 생산대에서는 정말 황무지를 논으로 개간하고 새 품종을 심었다.

단풍잎이 곱게 물든 어느 일요일, 우리는 우리가 불을 놓았던 곳으로 갔다. 누렇게 익은 벼이삭들이 미풍에 이리 저리 흔들렸다. “와~정말 풍년이네!”우리는 고함을 지르며 정말 진달래 꽃술이 12개 이상이면 풍년이 든다고 믿었다.

우리는 명년 진달래 꽃이 필 때면 또 꽃술을 세여보기로 약속했다. 

길림신문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209
  • ㅡ룡정온천사우나의 ‘때밀이박사’ 김철수도 아빠트 두채에 자가용 갖춘 부자 지금은 목용탕에서 때밀이를 하는 사람들중 조선족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왜냐하면 그들은 때밀이를‘천’한 일로 여기기때문이다. 하지만 목욕탕에서 때밀이를 17년 째 해오고 있는...
  • 2018-05-16
  • - 아들의 프로 데뷔를 보고 싶은 한 아버지의 가슴 아픈 사연 지난 10일 만난 정명호(46세)씨는 수심이 가득했다. 부모가 돼서 자식에게 자꾸만 부담을 주고 짐이 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 뿐이라고 했다. 목에 튜브를 낀 정명호씨는 이틀에 한번씩 투석 치료를 받아야 하는 뇨독증 환자이다. 당뇨합병증을 10여년 앓던 그...
  • 2018-05-14
  • 5월 10일 오전, 연길시 신흥가 민창사회구역에서 점심준비가 한창이다. 어머니의 사랑을 확인하고 기념하는 날인 어머니날은 미국에서 유래된 기념일(5월 두번째 일요일)로 연변에서는 ‘3.8’부녀절이나 ‘8.15’로인절 등에 비해 작은 규모의 비교적 생소한 명절에 불과하나 독거로인을 비롯한 로인...
  • 2018-05-12
  • 4월 22일, 일본국제문화원 정걸씨의 초청으로 메지로대학“스즈키선생과 장연선생을 모시는 모임”에 참가하였다. 이날 모임의 현장 ㅡ 동경 닛포리 HOTEL LUNGWOOD으로 가는 길은 연변의“진달래꽃 축제”를 마중해 언녕 핀듯한 울긋불긋한 철쭉꽃들로 필자의 기분이 더 없이 상쾌하였다. 이날 모임은...
  • 2018-05-10
  • 제2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11) ▩양상태(길림) 필자부부가 당시 두손으로 지은 기와집 내가 결혼할 당시(1967년 겨울)에 우로는 아버지, 어머니, 형님, 누이가 계셨는데 누이는 출가했고 형님은 항미원조에 나갔다가 제대하여 흑룡강성 대경시에 배치받았다. 아래로는 남동생이 둘 있었는데 ...
  • 2018-05-09
  • 왕청진후대관심사업위원회 전금선 주임의 사적   (흑룡강신문=하얼빈)리강춘 특약기자= 10년을 하루와 같이 왕청현 왕청진 동진소학교의 학교, 유치원어린이들에게 새 이불, 솜신, 솜옷, 교복, 운동복을 보내주고 생활형편이 어려운 가정의 학생들에게 온갖 사랑의 선물을 보내주는 공산당원이 있다. 그가 바로 왕청진 후...
  • 2018-05-08
  • 제2회 ‘아름다운 추억’ 응모작품 (10) ▩김삼철(룡정) 1968년 11월 7일, 맏딸 홍화의 돌생일날에 남긴 기념사진 지금도 우리 부부가 처음 엄마 아빠로 되던 날을 생각하면 나는 기쁨보다 온몸에 소름이 끼친다. 처음 맞게 되는 큰애의 출생이 안해의 난산으로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 줄을 누가 알았으랴. &lsqu...
  • 2018-05-04
  • 제2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9) ▩김성숙(장춘) 앞줄 왼쪽부터 필자의 올케, 어머니, 오빠. 뒤줄 왼쪽부터 필자의 동생부부, 언니, 필자 김성숙. 어머니는 아버지를 일찍 여읜 우리 네 형제자매를 근면하고 정직한 사람으로 키우기에 힘썼다. 후에 아들을 장가 보내 며느리를 삼은 후에는 화목한 가...
  • 2018-04-25
  • 료녕성 무순시에서 해방전쟁시기 전투영웅 리형선 로인을 만나 취재중인 김광현. 출판기념모임에서《백년실록》교육편의 주필인 허청선 교수와 담소하고 있는 김창석. (지난 기에 이어) 김광현과 김창석은 아예 우리 지도의 최남단에 위치한 해남도로부터 취재를 시작하기로 기획을 하고 일시불로 동영상카메라 4대를 샀다...
  • 2018-04-20
  • -10여년간 불우이웃에 따뜻한 애심손길 보내준 김선희씨 이야기 휴빈스의 애심천사 “영채꽃”은 누구? “불우이웃을 돕는데 전혀 사심이 없고 항상 앞장선다” 는 짤막한 기사제보를 보내준 사람은 화룡시 팔가자진에서 옹기된장기업을 운영하고있는 장청옥, 김경남씨 부부였다. 함께 애심활동을...
  • 2018-04-16
  • 연변주봉체육양성쎈터 양매 외지에 오래 있다 보면 누구나 고향을 그리워하기 마련이다. 창업에 발을 들여놓기 전에 줄곧 외지에서 사업했던 연길시주봉체육양성쎈터 교장 양매(43세)도 그중 한 사람이다.   “창업을 시작하기 전에 저는 줄곧 장춘, 심양 등지에서 기업관리에 종사했습니다. 외지에 나간 시간이...
  • 2018-04-13
  •     광둥 후이저우에 조선족 노인협회가 탄생되기까지   (흑룡강신문=하얼빈) 자녀따라 광둥에 진출한 노인들은 악착같이 버텼다. 적응기는 빡셌고 슬펐다.   친구도, 말 동무도 없었던 노인들은 정착 과정에서 문화적응, 언어장벽, 여가생활의 부족, 병원 등 사회 공공 기관  사용의 불편은...
  • 2018-04-11
  • 제2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7) ◈김철우(위해) 40여년전 유치원 문예공연을 마치고 남긴 기념사진(중간 필자) 오늘 나는 책상서랍을 뒤지다 우연히 흑백사진 한장을 땅에 떨구었다. 허리를 굽혀 손에 쥐여들고 보다가 나는 세월 속에 깊숙이 묻힌 추억의 바다 속에 저도 몰래 빨려들어가고 말았다....
  • 2018-04-11
  • 일본에 온 지가 어느덧 18년이 돼간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두번이나 변할 정도의 기나긴 세월이 눈깜짝 할 사이에 흘러갔다. 일본은 나에게 희망도, 행복도, 저주도, 슬픔도 배워준 희로애락의 인생교과서이다 . 나는 처음부터 그 어떤 웅대한 포부나 꿈을 가지고 일본류학을 선택한 것은 아니였다. ...
  • 2018-04-10
  • 5일 새벽, 깊은 산속에서 54년간 묵묵히 렬사기념비를 지켜온 리은기 로인이 지팡이를 짚고 오솔길을 따라 마을에서 그닥 멀지 않은 산속을 향해 걷는다. 길의 저 끝에는 혁명렬사기념비 하나가 조용히 서있었다. 기념비에 도착한 로인은 손으로 기념비 우에 앉은 먼지를 살살 닦아내고는 기념비 앞에 두 발 모아 바로 선 ...
  • 2018-04-09
  • 일본전통씨름대회인 오오즈모 현장 지난 4월 4일 일본 교토 마이즈루 (舞鶴) 시에서 있은 봄철 오오즈모(大相撲:일본전통씨름대회)에서 인사말을 하던 시장이 갑자기 지주막하출혈로 쓰러졌다. 긴급한 상황에서 관객석에 있었던 두 녀성(간호사)이 도효(土俵:경기장)에 올라 구급조치를 취하게 되였고 잇따라 다른 두명...
  • 2018-04-09
  • [편집자의 말] 을 펴내면서 북경 등 전국 각지 네티즌들 뿐만 아닌 한국 네티즌까지 아낌없는 고무격려와 응원의 박수에 감사를 드린다. 에서는 서로 떨어져있는 부모와 자식간의 그리움, 원망으로부터 서로 리해해주고 서로 응원해주는 가족사랑을 담은 내용이였다면 (3)에서는 부모와 자식간 소통의 기회를 마련해가면서...
  • 2018-04-08
  •    든든한 "무송서기"로 불리우는 룡정시 석문촌 김무승 제1서기   (흑룡강신문=하얼빈)류설화 렴청화 연변특파원= "우리 무송서기한테 토닭알하고 된장을 좀 줘야겠는데, 우리 아바이는 매일 저녁만 되면 날이 추워져서 무송서기가 잠을 못잘가봐 '우리 집으로 데려올까'하고 물어보오. 어디 그뿐이오...
  • 2018-03-29
  • 제2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5) ◈김삼철(룡정) 당년의 ‘땅소나기’ 김병인로인(84세). 당시 조선에 사는 한 친척 화가가 놀러 왔다가 그렸다고 함.
  • 2018-03-29
‹처음  이전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