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교원수기]선생님의 ‘욕’
조글로미디어(ZOGLO) 2021년4월20일 20시03분    조회:1210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30여년의 교직생활을 하면서 나는 수많은 제자들을 졸업시켰다. 제자들과 떨어진 후 련락이 있든 없든 때로는 기억의 편린들이 떠올라 그들의 삶이 궁금할 때가 있다. 나의 이런 부질없는 로파심을 덜어주기라도 하듯 문뜩문뜩 제자들이 나의 위챗을 노크한다.

 

며칠전 늦은 저녁, 딩동- 메세지가 도착했다. 상해에 있는 제자 연화의 문안메세지였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지금 연길에 있는데 이번 주말 시간 되세요? 선생님 뵈러 가볼려구요...”

“바쁘겠는데 오지 마...”

말은 그렇게 했지만 20년이 지나도록 못 본 제자라 은근히 기다려졌다.

연화네 학급 담임을 갓 맡았을 때, 30대 초반에 들어선 나는 담임교원 경험도 없었거니와 젊음의 열기가 충천해서 애들과도 곧잘 마찰의 불꽃이 튕기였다. 스스로는 잘한답시고 학생들을 엄하게 대하고 잘 웃지도 않고 눈꼽만한 잘못에도 용서보다 꾸짖음과 훈시로 닥달하였다. 2학년으로 진급할 때, 문과, 리과 학과를 선택하면서 학급편입을 다시 하게 되였다. 조선어문 교원이지만 리과반 담임을 맡게 되였는데 많은 애들이 그냥 나의 학급에 남았다. 그러자 나는 어쩌다 우스개 소리를 하였다. “참, 너희들이 문과반으로 가면 더는 나한테 욕도 안 먹고 얼마나 좋니. 왜 그냥 리과반에 남아있는 거냐?” 그러자 애들은 넉살좋게 대답하는 것이였다. “우리 모두 졸업할 때까지 선생님만 애 먹이려고요, 선생님이 문과반 담임을 맡으면 우리는 쪼르르 따라 가겠습니다. 히히...”

오늘은 상해에서 온 연화를 배동하여 여섯명이나 되는 제자들이 나를 찾아왔다. 20년만에 보는 얼굴들이지만 여전히 기억 속 모습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정말 꿈 속에서도 보고 싶었던 제자들이였다. 제자들도 어느새 직장을 다니면서 한창 애를 키우느라고 몸이 열개라도 모자라는 워킹맘들이였다. 너무도 반가와 한사람, 한사람 포옹하면서 나는 대뜸 제자들의 뜨거운 분위기 속에 빠져들었다.

잠간 사이에 타임머신을 타고 20년전으로 돌아가서 추억에 잠겼다.

선생님은 그때 나이가 지금의 자기들보다 어렸을 거라고, 그런데도 로련해 보였단다. 그러면서 ‘12.9'활동기념문예경연이 끝나 은밀히 뒤풀이를 가졌다가 혼났던 일, 수업시간에 만화책을 봤던 일, 누구누구는 몰래 련애를 했는데 선생님이 몰랐다는 둥, 야간자습을 땡땡이 치고 몇몇이 생일쇠러 양꼬치집에 가서 술까지 마셨다는 둥 ... 내가 모르던 별의별 ‘비밀' 보따리들을 마음껏 헤쳐보였다.

그런 이야기를 듣다가 나는 지금 마주 앉아있는 명희를 건너다 보면서 뒤늦은 사과를 하였다. 그 때 한창 예민할 나이였을 너희들에게, 특히 명희에게 선생님이 너무 막 대해서 마음의 상처를 입었을텐데 미안하다고 진심으로 말했다. 괄괄한 성격의 명희는 자유분방한 애였다. 그래서 나한테 누구보다 욕을 많이 먹었고 쩍하면 꾸지람을 들었다. 뒤끝이 없는 애라 나도 막말을 하고는 그 뒤를 풀어주지 않고 무심하게 지나갔다. 하지만 쾌활한 명희는 내 말을 듣고는 “그 때 선생님의 따끔한 ‘교육'이 있었기에 제가 조금이나마 스스로 단속을 잘할 수 있게 되였습니다. 만약 선생님이 인차 뒤를 풀어줬더라면 저 버릇 못 고쳤을 겁니다.” 하고 생긋 웃는 것이였다.

그러면서 내가 까마득하게 잊고 있던 사실을 털어놓았다. 졸업학년 때, 너무 공부가 머리에 들어가지 않으니 청가도 맡지 않고 기숙사에 가서 이불을 쓰고 만화책을 보고 있었는데 선생님이 쫓아와서는 마음대로 조퇴를 했다고 한바탕 ‘줄욕'을 하고 그럴바에는 이불짐을 싸들고 집에 가라고, 한두번도 아니니까 퇴학을 주겠다고 으름장을 놓더란다. 변명 한마디도 못하고 욕만 먹고 하는 수 없이 주섬주섬 옷을 입고 다시 교실로 가겠다고 선생님을 뒤따라 나서는데 이미 화가 난 선생님은 문을 탕 닫고 나가시더란다. 공교롭게도 그 때 비가 퍼부었는데 그대로 비를 맞으며 운동장을 가로질러 걸어가시는 선생님의 왜소한 뒤모습에서 축 처진 두 어깨가 유난히 눈에 들어 오더란다. 우산을 쓰고 같이 가려고 뛰여가면서 불러도 선생님은 못들은 척 그냥 종종걸음을 치더라는 것이였다.

사랑하는 제자들과 함께

“그날 비 속에서 선생님의 가냘픈 어깨를 보는 순간, 웬지 저도 모르게 자책감에 모대기였습니다. 그 때부터 저희들을 위한 선생님의 마음이 리해되였습니다. 미움이 아닌 사랑이라는 것을... 지금도 그 날의 선생님의 뒤모습이 우련히 안겨옵니다.”라고 하였다.

그러자 모두들 덩달아 한마디씩 하였다. 네가 선생님의 ‘욕'을 남보다 많이 먹은 것은 그만큼 관심을 한없이 받았다는 거다, 우리에게는 그런 ‘배려'가 차려지지 않았는데, 너 선생님께서 자기를 주목해달라고 일부러 그런 거지? 하면서 명희를 놀려댔다.

돌이켜보면 오늘 만난 제자들은 나의 특혜를 받은 것도 아니였다. 연화는 그의 오빠도 내가 가르쳤던 제자라는 인연으로 조금 배려를 해주었던 기억이 어슴푸레 있을 뿐이다. 홍이는 학생시절 무엇이나 알아서 척척 하는 학생이였다. 지금 박사까지 마치고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데 고중 때 공부도 잘하고 학급 공청단 지부서기 역할도 착실히 잘하였기에 욕 먹을 일도 없었고 나도 별로 신경을 써서 따뜻한 말을 해준 적이 있은 것 같지 않았다. 차분한 성격의 옥이도, 란이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애들이 오늘, 옛 추억을 떠올리면서 이구동성으로 선생님의 ‘욕'을 충분히 리해한다고 입을 모았다. 자기들도 애를 키우면서 선생님들의 마음을 더욱 리해하고 존경심을 잃지 않고 있다고 하였다.

리해가 오가는 마음에는 앙금이 생기지 않는다. 폭 넓은 마음으로 너그럽게 리해하니 정은 오히려 더욱 도탑게 쌓였다. 리해의 감정 속에서 불유쾌한 기억들을 거를 줄 아는 깜냥을 갖춘 제자들을 보면서 나는 사제간의 정이 버긋이 갈라지지 않는 것이 나의 지난날 ‘공로' 때문이 아니라 제자들의 속깊은 료량임을 다시 한번 느꼈다.

(최소천 도문시제1고급중학교 교원)/길림신문

파일 [ 1 ]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1209
  • 일본인 아키코씨의 연변추억(1) “…붐비는 기차안을 벗어나 사람들은 큰 마대자루같은것을 어깨에 올려 놓은채 홈에 내렸다. 삼삼오오 떼지은 사람들의 속을 비비고 개찰구에 나왔더니 연변대학 반공실의 D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금은 낡은 검은색 승용차가 우리 곁에 와 멈추...
  • 2018-07-11
  • 입원 가능 어린이병동 찾아 몇 달마다 전전…법적·사회적 배려 필요   '폭염 속 어린이 방치' 통학버스 사고 차량 [연합뉴스 자료사진]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밥 한 끼 못 먹이고 2년간 튜브만 꽂게 했어요. 몸이 훌쩍 자라는 동안 한 번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해 가슴이 저려요...
  • 2018-07-09
  • 제2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19) ▩리오로(장춘) 유정세월에 보낸 고중시절 류수촌 동창들과 함께. 뒤줄 중간이 필자 리오로. 교하시 로야령 상봉에다 뿌리박고 서쪽으로 흘러내리면서 수천쌍 옥답을 적셔주고 수만명 생령들의 생명수가 되여 흘러흐르다 송화강수와 합수하는 강, 이 강이 바로 망우...
  • 2018-07-06
  • 지난 6월 30일, 백년돌솥밥음식유한회사 박성화 사장은 연길총점, 왕청, 훈춘, 도문 분점의 사장들과 함께 안도현 명월진의 왕수매가정과 영경향 류약근가정을 방문했다. 이번 방문은 연변애심어머니협회 방선화 회장의 알선으로 이루어졌다. 안도현 명월진에 살고 있는 왕수매 부부 모두가 장애인이다. 장애인의 몸으로 두...
  • 2018-07-03
  • 제2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18) ▩황혼호(대경) 촬영작품 〈밥 짓는 연기〉와 필자 황혼호 얼마전 나는 촬영 전시회에 참가했는데 한장의 〈밥 짓는 연기〉라는 사진 앞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 사진을 보노라니 어릴 적 내가 태여나고 자란 고향이 사무치게 그리워나며 눈앞에 선히 떠올랐다...
  • 2018-07-02
  • 일본인의 연변추억(1) 올 봄에 들어서서부터 그림을 그리시는 오오무라 아키코(大村秋子)씨와 함께 사진앨범정리를 하게 되였다. 일찍 1985년 남편인 오오무라 마스오 (大村益夫)교수(일본 와세다대학 명예교수)를 동반하여 처음으로 연변대학에 1년간 체류하였고 그후 20여년간 해마다 한달씩 연길에 다녀갈 정도로 연변을...
  • 2018-07-02
  • 농민공을 자처한 한 사람이 두루마리 휴지에 쓴 ‘편지’와 함께 두고간 바지값 11원. 6월 마지막 주의 월요일인 25일의 아침 8시, 여느때와 다름 없이 아침 일찍 출근한 연길시 건공가두 장신사회구역 사업일군들은 사무실 문틈에 끼워있는 ‘편지 한통’에서 우연찮게 큰 감동을 받았다. ...
  • 2018-06-26
  • 제2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16) ▩김덕운(장춘) 1966년 민병패장으로 있은 필자(중간줄 왼쪽 첫 사람) 등이 입대하는 청년을 환송하며 남긴 사진 나는 흑룡강성 오상현 향양공사(지금은 향양진) 중원 3대에 살았다. 그 지대는 수전지구로서 아무리 곤난한 년대에도 주식은 입쌀밥이였다. 그래서 시...
  • 2018-06-15
  • - 로투구진 렴명촌 마을 주둔 사업대 대원 전봉씨의 빈곤해탈 분투기 “고향에 돌아오면 안일한 직장생활이 눈앞에 펼쳐질 거라 생각했지요. 지금껏 저는 공무원은 책상머리에만 앉아 일하는 신사스러운 직업인 줄로만 여겼어요. 알고 보니 그게 아니더라구요. 허허…” 로투구진 렴명촌 마을 주둔 사업대...
  • 2018-06-12
  • 제2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15) ▩김숙자(길림) 소녀시절 친구들과 함께 남긴 사진. 뒤줄 중간 사람 춘애, 그 오른쪽이 필자. 춘애와 나는 초중동창생이다. 녀성의 온갖 아름다움을 한몸에 다 가진듯한 그는 고운 눈에 복스런 보조개에 얼굴형도 길지도 동그랗지도 않고 딱 보기 좋게 갸름한 데다 ...
  • 2018-06-06
  • 케이운칸 온천앞에서 리홍매특파원 원천수(源泉数)가 2만 7000개를 넘는 일본은 세계적인 온천대국이다.“온천에 한번 들어 가면 용모가 아름다워 지고 두번 들어 가면 만병을 치유한다”는 일본인의 온천문화는 1300여년전부터 시작되였다. 올해 2월말, 으로 기네스북에 등록된지 7주년을 맞이하는 온천려관 「...
  • 2018-06-04
  • 사랑하고 또 사랑하는 세상에 둘도 없는 내 딸아: 안녕? 천사같은 네가 내 딸로 태여나주어서 엄마는 얼마나 든든하고 자랑스러운지 모른단다. 아빠를 쏙 빼닮은 네가 빨간 주먹을 꼭 틀어쥐고 세상에 힘찬 고고성을 울린 그날부터 엄마는 온 우주를 다 가진것 같은 기쁨속에 살아오고있단다. 소학교에 입학해서부터는 해마...
  • 2018-06-03
  • "저한테두 이런 날이 오네요. 요즘 저는 한마디로 살맛 난다고 웨치고 싶어요. 출근해 돈을 벌어본다는 건 상상조차도 못했던 제가 인젠 주위의 도움으로 위챗판매를 하면서 짭짤한 수입을 올리고 있으니...고객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좋고 하루 종일 텅 빈 공간에서도 외로움 없이 할 일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
  • 2018-05-31
  • 6.1아동절에 즈음하여 29일 연길시 하남가두의 31명 빈곤가정, 결손가정 아동들의 ‘작은 소망’이 현실로 이뤄졌다.활동준비 과정에 하남가두 사업일군들은 전화로 신청을 받거나 직접 빈곤가정을 방문하는 등 방법으로 관할구역 빈곤가정과 결손가정 아동들의 ‘작은 소망’을 수집했다. ‘새 책가방을 메고 싶어요.’, ‘...
  • 2018-05-31
  • 제2회 ‘아름다운 추억’ 수기 응모작품 (14) ▩리진욱(연길) 1964년 1월 필자의 결혼식 기념사진(앞줄 모친과 조카) 1940년대 중반 부모님의 사진 
  • 2018-05-30
  • 20여년전에 일본에 갓 왔을 때의 일이다. 바다가의 모래밭에 성(姓)자를 새겨놓고 프로포즈하는 장면을 텔레비죤프로에서 보았다. “나의 성으로 되여주세요” “당신의 성으로 되고 싶어요” 깜짝 놀랐다. 절대로 바꿀 수 없다는 의미로 ‘…면 성을 갈겠다’고 맹세를 하기도 하는 ...
  • 2018-05-24
  • 봄빛이 한껏 무르녹는 5월 23일,연변TV《사랑으로 가는 길》 제207회 록화프로 제작이 연변TV방송국 슈튜디오에서 진행되였다. 김광호,김춘희 아나운서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프로제작은 이제 며칠후의 6.1절을 맞으며 세상의 모든 어린이들이 행복한 명절을 보내길 바라는 방청객들의 소원을 담겨져있다. 프로 첫 사연으로...
  • 2018-05-24
  • 계동현 신봉중학교 제1기 졸업생     중학교졸업 50년 기념 동창모임 측기         ▲사진= 50년 전에 찍은 색바랜 졸업사진.     (흑룡강신문=하얼빈) 꿈 많고 승벽심으로 가득했던 학창시절, 우리는 서로 뒤질세라 경쟁을 하면서 공청단원으로, 모범학생으로 함께 푸른 ...
  • 2018-05-21
  • 애심을 천직으로 간주하고 빛을 밝히다 생을 마감한 고 강철수씨를 추모하면서 《사람으로 세상에 태여나서 존재의 의미와 가치는 부동하다.그러나 생명의 의의를 가늠하는 척도는 생명의 길고 짧음이 아니라 불타는 족적으로 세상에 남긴 한 사람의 선행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가치관이다.》 이 말의 의미는 애심으로 오로...
  • 2018-05-21
  •     위해시 조선족로인협회 주원길 회장의 이야기   (흑룡강신문=하얼빈)"도움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며 내 삶도 행복한 삶으로 가꾸어 가겠습니다."   위해시 조선족로인협회 주원길회장은 금년에 새로 당선된 간부이다. 4년에 한번씩 교체되는 규정에 따라 원 협회간부들이 임기가 차서 지난해 년말...
  • 2018-05-18
‹처음  이전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