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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수기] 코바늘에 깃든 이야기 - 최범수
조글로미디어(ZOGLO) 2022년2월24일 17시39분    조회: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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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수기] 코바늘에 깃든 이야기

- 최범수


갓 결혼하고 첫 딸애를 본 나는 마냥  즐거워 늘 행복 속에 잠겨 흥얼흥얼 코노래를 부르며 학교로 출근했다. 금방 걸음마를 탈가말가하는 딸애는 그렇게도 귀엽기만 했다. 집에 척 들어서면 아버지 얼굴을 아는지라 수영선수마냥 온힘을 다해 마구 기여오군 했다.

 

어느날 점심, 퇴근하고 집에 들어서니 딸애가 엄마품에 안겨 울고 있었다. 안해는 아이를 안고 안절부절 못하여 어찌할바를 몰라 망설이고 있었다. 애타게 나만 기다리고 있는 중이였다. 아이를 보니 코구멍에 콩알이 들어가 퍼져 있었는데 콩알이 들어간 코구멍은  부어 충혈이 되여있었고 다른 한 코구멍은 밀리여 구멍이 좁아져 숨쉬기가 가빠했다.

 

아이는 다만 입으로만 숨을 쉬며 울어대고 있었다. 나는 다짜고짜로 왜 대대 병원에는 가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맨발의사는 아이가 어려서 콩알을 다칠 수가 없다며 공사병원으로 가라고 하여 집으로 되돌아왔다고 하며 나만 기다리고 있었다.

 

당시 생산대에서는 수분이 많은 콩들을 집집마다 나누어주어 구들에 말려 생산대에 바치도록 했다. 다 말린 콩은 생산대에 바쳤으나 구들에 한두알씩 남은 콩알들이 있었나 보다. 기여 다니며 놀던 딸애가 콩알을 입에 넣는다는 것이 코구멍으로 넣은 것 같았다.

 

나도 조급해났다. 오후에는 출근해야 하지 공사병원은 20여리 떨어져있지 하여 나는 머리를 굴려 나절로 치료해 보려고 작심하고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콩알은 이미 퍼졌기에 무엇으로 찔러도 뚫을 수가 있었다. 하지만 콩알을 빼내려면 걸리는 것이 있어야 빼낼 수가 있었다. 돼지도 급하면 담장을 뛰여 넘는다고 나는 급한 김에 맨발의사가 되여 나절로 빼보려고 했다.

 

이 때 머리 속에 알맞춤한 공구가 떠올랐다. 당시 처녀들은 시집가기 전에 꼭 이불보를  마련해야 했다. 젊은 새각시들 집에는 대부분 코바늘이 있었다. 그 코바늘로 봉황새도 떠넣고 모란꽃, 제비, 공작새, 비둘기 등 많은 도안을 떠넣고 정연이 쌓아얹은 여러가지 모분단이불 칠색단 담요 우에 씌워 놓는다. 그 속에서 새각시의 깔끔한 솜씨와 됨됨이를 읽을 수 있었다.

 

나는 여기저기를 뒤적여 코바늘을 찾아냈다. 나는 한 손으로 애의 코 웃쪽을 꼭 눌러 콩알이 더는 코안으로 밀려 들어가지 못하게 하고 다른 한 손으로 코바늘을 잡고 천천히 콩알을 찔렀다. 다음 살짝 비틀어  코바늘의 코가 콩알에 걸치게 하고 살그머니 당겼더니 콩알이 순한 양처럼 살살 따라 나왔다.

 

콩알이 빠져나오니 막혔던 코가 시원히 열렸다. 안해의 눈에도 기쁜 나머지 방울방울 이슬이 맺히더니 나를 대견스레 바라보았다. 아반티가 따로 없다. 나는 득의양양하여 맛있게 점심밥을 먹고 출근길에 올랐다.

 

아기자기한 가족사랑이 나로 하여금 코바늘을 생각하게 했고 코바늘이 있었기에 딸애의 고통을 풀 수 있었다를 심심히 느끼게 되였다.

 

세월은 류수와 같이 흘러 딸애는 이미 어엿한 성인이 되였지만 나는 아직도 딸을 키울 그 때를 잊을 수 없다.

료녕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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