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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우리와 다르지 않은 '너는'…곽효환 시집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10월28일 09시24분    조회: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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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흔들리며 흔들리며 다시 너에게로 간다"

곽효환 시인[본인 제공]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시집 '인디오 여인', '지도에 없는 집', '슬픔의 뼈대'로 독자를 늘린 중견 시인 곽효환(51)이 신작 시집을 냈다. 시집 제목은 명료한 두 글자 '너는'(문학과지성사 펴냄).

지난 4년여간 쓴 시 71편을 담은 이 시집은 시인이 그간 천착한 자아와 타인, 관계 맺음의 문제에 사회역사적인 상상력을 더해 폭넓은 세계를 보여준다. 시인의 시에서 빛나는 서사적 서정성은 여전하면서도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한층 더 넓고 깊어졌다.

시집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는데, 이 구분은 시인의 시선이 '나'로부터 출발해 '너', 타자로 향하는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보인다.

시인이 산 "세월의 무늬" 안에서 특히 어린 시절 고향 마을과 집에 관한 아련한 기억으로부터 출발한다.

"그 여름밤도 남자 어른들은 돌아오지 않았다/(중략)/어둠이 더 깊어지면 할머니는 두런두런/일 찾아 항구도시로 간 아버지 얘기를 했고/마당을 서성이던 어머니는 더 과묵해졌다/기다려도 오지 않는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달과 별과 호랑이, 고래와 바다를 두서없이 얘기하다/스러지듯 평상 위에 잠든 아이들을/할머니와 어머니는 하나씩 들쳐 업고/별빛 가득한 마당을 건너 그늘 깊은 방에 들었다//그런 밤이면 변소 옆 장독대 항아리 고인 물에/기다림에 지친 별똥별 하나 떨어져 웅숭깊게 자고 갔다" ('마당을 건너다' 부분)

서정적이지만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부재를 의식하는 쓸쓸함이 녹아 있다. 이런 정서는 시인이 떠난 북방 '환인'의 풍경에서도 이어진다. 

"작은 산들은 작은 산대로/멀리 큰 산은 큰 산대로 그늘 깊은 북방의 밤/얼마나 많은 사람들이/이 산 밖으로 나가고 또 들어왔을는지/울고 웃고 뒤섞이고/사랑하고 헤어지고 떠나고 남았을는지/그들을 만나러 가는 검푸른 길은 깊어 서늘하고/내 마음은 외롭고 쓸쓸하지만 모처럼 헌거롭다" ('환인桓仁 가는 길' 부분)

[문학과지성사]

북방에서 시인은 우리처럼 한반도에 산 이들의 후예인 고려인들을 만난다. 시 속에서 어느 우즈베키스탄 국적 고려인 청년은 돈을 벌기 위해 선조들이 떠나온 땅, 경기도 안산 쪽방촌에 흘러들어온다.

"함경도에서 연해주로 그리고 중앙아시아로/다시 연해주로 모스크바로 서울로 유전하는 나는/나의 조국을 모른다/이리 떼 속에 살기 위해 더 강한 이리가 되어야 했던/빅토르, 콘스탄틴, 게오르기, 니콜라이, 소피아지만/대대로 김, 이, 박, 최, 정씨가 아닌 적이 없던 나는/가끔씩 소연방 시절을 그리워하는 고려 사람이다" ('나는 고려 사람이다' 부분)

모진 역사를 온몸으로 헤친 고려인 노인은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내가 돌아갈 조국은 없소. 우릴 품어준 이곳, 부모가 묻힌 여기가 이제 내 고향이고 삶의 터전이오. 그래도 이 언덕을 찾는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은 꼭 통일을 이루어 강한 나라를 만들라는 것이오. 왜 아직 남과 북으로 갈라져 있는지 모르지만 살아남아서 강한 자가 되는 그 슬픔이 반복되어서는 아니 되오. 강한 나라의 평범한 백성이 얼마나 좋은 일인지 모를 것이오. 언제 다시 보게 될지 모르겠지만 오늘 찾아와주어 참으로 고맙소. 잘 가시오." ('바스토베 언덕에서 듣다' 부분)

이어 시인의 시선은 다시 현재의 '우리'에게로 돌아온다.

세월호 참사 앞에서 "뿌연 도심의 뉴스 전광판을 맴돌며 나는 밤늦도록 흐느껴" 울고('잠들어선 안 될 잠에 든 아이들'), 야만적인 상황에서도 자신의 몸을 던져 제자들, 친구들을 구하려 한 선생님과 학생들('우리의 선장이 된 사람')을 호명한다.

시인이 오래도록 몸담은 직장이 있는 광화문에서 그는 필연적으로 길을 잃고 서성인다. 그러면서 '너'라는 근원을 찾아 헤매는 시를 쓴다.

"나는 본다/어느 날은 트인 광장이었다가 어느 날은 거대한 분리대가 되고 어느 날은 고장 난 확성기가 되는 아니 그것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교차하는 광장의 불가해한 모습을/하여 나는 때때로 광장에서 길을 잃는다" ('2014년 여름, 광화문광장에서' 부분)

시인은 시집 앞머리 '시인의 말'에 이렇게 썼다.

"너는,/타자이면서 우리이다./시원이면서 궁극인 너는/끝내 닿을 수 없는 내 안의 타자이다./나는/흔들리며 흔들리며/다시 너에게로 간다.//우리이면서 타자인/너는 너무 멀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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