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글로로고
나, 우리와 다르지 않은 '너는'…곽효환 시집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10월28일 09시24분    조회:403
조글로 위챗(微信)전용 전화번호 15567604088을 귀하의 핸드폰에 저장하시면
조글로의 모든 뉴스와 정보를 무료로 받아보고 친구들과 모멘트(朋友圈)로 공유할수 있습니다.
"나는 흔들리며 흔들리며 다시 너에게로 간다"

곽효환 시인[본인 제공]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시집 '인디오 여인', '지도에 없는 집', '슬픔의 뼈대'로 독자를 늘린 중견 시인 곽효환(51)이 신작 시집을 냈다. 시집 제목은 명료한 두 글자 '너는'(문학과지성사 펴냄).

지난 4년여간 쓴 시 71편을 담은 이 시집은 시인이 그간 천착한 자아와 타인, 관계 맺음의 문제에 사회역사적인 상상력을 더해 폭넓은 세계를 보여준다. 시인의 시에서 빛나는 서사적 서정성은 여전하면서도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한층 더 넓고 깊어졌다.

시집은 크게 네 부분으로 나뉘는데, 이 구분은 시인의 시선이 '나'로부터 출발해 '너', 타자로 향하는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보인다.

시인이 산 "세월의 무늬" 안에서 특히 어린 시절 고향 마을과 집에 관한 아련한 기억으로부터 출발한다.

"그 여름밤도 남자 어른들은 돌아오지 않았다/(중략)/어둠이 더 깊어지면 할머니는 두런두런/일 찾아 항구도시로 간 아버지 얘기를 했고/마당을 서성이던 어머니는 더 과묵해졌다/기다려도 오지 않는 할아버지와 아버지 그리고/달과 별과 호랑이, 고래와 바다를 두서없이 얘기하다/스러지듯 평상 위에 잠든 아이들을/할머니와 어머니는 하나씩 들쳐 업고/별빛 가득한 마당을 건너 그늘 깊은 방에 들었다//그런 밤이면 변소 옆 장독대 항아리 고인 물에/기다림에 지친 별똥별 하나 떨어져 웅숭깊게 자고 갔다" ('마당을 건너다' 부분)

서정적이지만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부재를 의식하는 쓸쓸함이 녹아 있다. 이런 정서는 시인이 떠난 북방 '환인'의 풍경에서도 이어진다. 

"작은 산들은 작은 산대로/멀리 큰 산은 큰 산대로 그늘 깊은 북방의 밤/얼마나 많은 사람들이/이 산 밖으로 나가고 또 들어왔을는지/울고 웃고 뒤섞이고/사랑하고 헤어지고 떠나고 남았을는지/그들을 만나러 가는 검푸른 길은 깊어 서늘하고/내 마음은 외롭고 쓸쓸하지만 모처럼 헌거롭다" ('환인桓仁 가는 길' 부분)

[문학과지성사]

북방에서 시인은 우리처럼 한반도에 산 이들의 후예인 고려인들을 만난다. 시 속에서 어느 우즈베키스탄 국적 고려인 청년은 돈을 벌기 위해 선조들이 떠나온 땅, 경기도 안산 쪽방촌에 흘러들어온다.

"함경도에서 연해주로 그리고 중앙아시아로/다시 연해주로 모스크바로 서울로 유전하는 나는/나의 조국을 모른다/이리 떼 속에 살기 위해 더 강한 이리가 되어야 했던/빅토르, 콘스탄틴, 게오르기, 니콜라이, 소피아지만/대대로 김, 이, 박, 최, 정씨가 아닌 적이 없던 나는/가끔씩 소연방 시절을 그리워하는 고려 사람이다" ('나는 고려 사람이다' 부분)

모진 역사를 온몸으로 헤친 고려인 노인은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내가 돌아갈 조국은 없소. 우릴 품어준 이곳, 부모가 묻힌 여기가 이제 내 고향이고 삶의 터전이오. 그래도 이 언덕을 찾는 사람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은 꼭 통일을 이루어 강한 나라를 만들라는 것이오. 왜 아직 남과 북으로 갈라져 있는지 모르지만 살아남아서 강한 자가 되는 그 슬픔이 반복되어서는 아니 되오. 강한 나라의 평범한 백성이 얼마나 좋은 일인지 모를 것이오. 언제 다시 보게 될지 모르겠지만 오늘 찾아와주어 참으로 고맙소. 잘 가시오." ('바스토베 언덕에서 듣다' 부분)

이어 시인의 시선은 다시 현재의 '우리'에게로 돌아온다.

세월호 참사 앞에서 "뿌연 도심의 뉴스 전광판을 맴돌며 나는 밤늦도록 흐느껴" 울고('잠들어선 안 될 잠에 든 아이들'), 야만적인 상황에서도 자신의 몸을 던져 제자들, 친구들을 구하려 한 선생님과 학생들('우리의 선장이 된 사람')을 호명한다.

시인이 오래도록 몸담은 직장이 있는 광화문에서 그는 필연적으로 길을 잃고 서성인다. 그러면서 '너'라는 근원을 찾아 헤매는 시를 쓴다.

"나는 본다/어느 날은 트인 광장이었다가 어느 날은 거대한 분리대가 되고 어느 날은 고장 난 확성기가 되는 아니 그것들이 하루에도 몇 번씩 교차하는 광장의 불가해한 모습을/하여 나는 때때로 광장에서 길을 잃는다" ('2014년 여름, 광화문광장에서' 부분)

시인은 시집 앞머리 '시인의 말'에 이렇게 썼다.

"너는,/타자이면서 우리이다./시원이면서 궁극인 너는/끝내 닿을 수 없는 내 안의 타자이다./나는/흔들리며 흔들리며/다시 너에게로 간다.//우리이면서 타자인/너는 너무 멀리 있다." 

[필수입력]  닉네임

[필수입력]  인증코드  왼쪽 박스안에 표시된 수자를 정확히 입력하세요

Total : 42
  • '인터내셔널 부문' 쇼트리스트 6편에 포함…번역가 김지영 함께 올라 심사위원회 "에너지에 휩쓸리는 작품, 거부할 수 없는 매력" '고래'로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 오른 천명관 작가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천명관(59) 작가가 영국 최고 권위 문학상인 부...
  • 2023-04-18
  • 까보 까보슈-다니엘 페나크 원작/그레고리 파나치오네 각색·그림/윤정임 옮김/문학과지성사/2만5000원- 그래픽노블로 재탄생한 동화 - 위태롭고 험한 삶 살던 유기견 - 다시 사람과 함께하기까지 여정 천진한 선명함, 우아한 단순함, 틀을 깨는 과감함. 또 뭐가 있을까. 절묘한 연출력? 인상깊고 기억에 오래 남는 그...
  • 2022-11-11
  • 산문집 ‘괜히 열심히 살았다’를 출간한 이재무 시인./사진=헬스조선DB 서해의 온 바다가 한꺼번에 저물면서 빛날 때 저녁은 대낮보다 아름답다. 술 없이도 불콰한 그런 저녁에 무슨 심통 나는 일을 겪으셨나. 시집들 사이로 귀하게 내는 산문집에 ‘괜히 열심히 살았다’란 제목을 붙였다. 이재무 시...
  • 2022-09-20
  • 누구나 한번쯤은 ‘데미안’을 만나고 누구나 한번쯤은 ‘데미안’이 된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은 불안한 젊음에 바치는 령혼의 자서전이다.     1차 세계대전 직후인 1919년, 에밀 싱클레어라는 가명으로 출간된 헤르만 헤세의 이 소설은 잘 알려진 대로 ‘한 인간이 자...
  • 2022-07-27
  • 1922년에 제정된 뉴베리상은 매년 어린이 문학에 공헌한 작품과 작가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어린이책의 노벨상이라고도 불리는 뉴베리상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어린이 문학상이라 할 수 있다. 매년 뉴베리상에서는 대상한 작품과 보통 우수상에 해당하는 아너상 3~4작품이 선정된다. 100년 력사의 뉴베리상에서 대상과 아...
  • 2022-07-27
  • 유발 하라리의 ‘인류 3부작’ 《사피엔스》, 《호모 데우스》,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그가 제안하는 거시적이고 통시적인 시야, 명료한 진단과 근본적인 해법은 불확실하고 복잡한 세계를 리해하고 삶을 지탱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태도이다. 이것이 ‘인류 3부작’이 수많은 독자의 선택을...
  • 2022-07-27
  • 4주 연속 NYT 베스트셀러 에세이 ‘한인마트에서 울다’ 저자 미셸 조너 서울서 태어나 9개월만에 美이주… 한국인 엄마-한국계 딸이 겪은 문화 충돌과 이해의 이야기 다뤄…“한인마트 가면 세상뜬 엄마 떠올라 미국인들 뜨거운 공감에 놀라”, 가수로도 활동… 내달 3집 앨범 내 작...
  • 2021-05-24
  • 결혼해도 '나답게' 사는 부부들 한국에서 레즈비언 부부로 사는 김규진씨 부부 일상의 성평등 위해 분투하는 페미니스트 신혜원씨 부부 "이대로 둘이 쭉 살아도 행복하다" 무자녀 최지은씨 부부 왼쪽부터 김규진씨 부부, 신혜원씨와 이은홍씨 부부의 책 『평등은 개뿔』, 최지은씨. ⓒ김규진씨·사계절&middo...
  • 2021-05-21
  • 책소개 『괴테 문학 강의』는 괴테의 다양한 문학과 사상을 한 권의 책으로 집대성한 책이다. 이 책은 크게 '사상 분야'와 '문학 분야'의 두 틀로 나뉘어 있다. '사상 분야'로는 괴테의 신화관과 문명관 그리고 역사관을, '문학 분야'로는 괴테의 시, 소설, 희곡의 분야를 다루었다. 괴테...
  • 2020-05-07
‹처음  이전 1 2 3 4 5 다음  맨뒤›
조글로홈 | 미디어 | 포럼 | CEO비즈 | 쉼터 | 문학 | 사이버박물관 | 광고문의
[조글로•潮歌网]조선족네트워크교류협회•조선족사이버박물관• 深圳潮歌网信息技术有限公司
网站:www.zoglo.net 电子邮件:zoglo718@sohu.com 公众号: zoglo_net
[粤ICP备2023080415号]
Copyright C 2005-2023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