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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너무 잘난 사람들하고만 어울려 놀지 마, 희경씨.’ ‘책 많이 읽어, 희경씨.’ ‘버스나 전철 타면서 많은 사람들을 봐, 희경씨.’ ‘재래시장에 많이 가, 희경씨. 그곳에서 야채 파는 아줌마들을, 할머니들 손을, 주름을 봐봐, 희경씨. 그게 예쁜 거야, 희경씨.’ ‘골프 치지 마, 희경씨. 대중목욕탕에 가, 희경씨.’ ‘우리 자주 보지 말자. 그냥 열심히 살자, 희경씨.’ (노희경,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 2015년 북로그컴퍼니 펴냄)
드라마작가 노희경은 갓 데뷔했을 때, 배우 나문희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지금도 마음에 품고 산다. 휘황하고 부침 많은 방송가에서 사람다움을 잃지 않고 스스로를 지키는 법을 일러준 원로배우의 조언은 그에게 방송생활과 인생의 지표가 되었다. 나문희는 그저 ‘서민의 어머니’를 능숙하게 연기하기만 하는 배우가 아니었다. 그는 실제로 ‘서민의 어머니’처럼 살기 위해 애썼다. 재래시장에 가고, 목욕탕에서 할머니들의 수다를 엿듣고, 단돈 500원에도 절실하게 사람을 대하는 시장 상인들의 주름진 얼굴을 응시했다. 너무 잘난 사람들하고만 놀면 삶이 망가질까봐, 평범한 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찾아다녔다. 못난 사람들에게서 예쁨을 발견하고 그게 진짜 사람의 아름다움이라 믿었다.
일이 술술 풀리고 잘나가는 시절엔 주위에 잘난 사람도 늘어간다. 그러나 자꾸 만나 밥 먹고 친목을 다지지 않아도 든든한 관계가 있다. 굳이 자주 보지 않아도 등대가 되는 사람이 있다. 작가 노희경과 배우 나문희, 이들은 ‘패밀리’라고 불릴 정도로 끈끈한 관계였지만, 똘똘 뭉쳐서 서로 잘사는 거 확인하고 더 잘살 궁리를 하기보다는 가끔 만나 약 되는 이야기 몇 마디 주고받았다. 잘나가는 사람들끼리 밥 한끼 술 한잔의 공수표를 남발하기 전에, 이들처럼 말해보면 어떨까. ‘우리 너무 자주 보지 마요, 그냥 열심히 살아요. 가끔 만나요. 대신 오래 보고 지내요.’ /이연실 문학동네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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