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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던 거인 김신욱은 '나비'였다
조글로미디어(ZOGLO) 2014년6월27일 06시37분    조회:17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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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김신욱(오른쪽)이 27일(한국시간) 브라질 상파울루의 아레나 데 상파울루 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예선 3차전 벨기에와의 경기에서 상대편과 치열한 볼다툼을 벌이고 있다. 2014.6.27/뉴스1 © News1 상파울루(브라질)=박정호 기자

6년의 땀과 열정으로 이룬 K리그 MVP의 월드컵 데뷔전

(서울=뉴스1스포츠) 임성일 기자 = 2009년 K리그에 데뷔한 새내기 김신욱과 6년이 지난 2014년의 김신욱은 하늘과 땅 차이다. 중앙대를 졸업할 때만해도 무명에 가까웠다. 그리고 수비수였다. 196cm라는 큰 키는 그저 상대를 막기 위한 ‘벽’으로 사용됐다.

그 무명의 수비수가 2014년 전혀 다른 옵션이 됐다. 김신욱은 서서히 K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가 탈바꿈하더니 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원톱이 됐다. 6년이라는 애벌레와 번데기 시절을 거친 그는 탈피를 거듭하면서 드디어 하늘을 날아오르는 '아름다운 나비'가 됐다.

대한민국이 27일(한국시간) 오전 브라질 상파울루의 상파울루 경기장에서 벨기에를 상대로 브라질 월드컵 H조 최종 3차전 경기를 가졌다. 벨기에를 상대로 대승을 거두고 같은 시간 열란 러시아와 알제리전 결과까지 조건이 맞아야 16강에 오를 수 있는 기적이 필요한 경기에 홍명보호의 원톱으로 출격한 선수가 바로 김신욱이다.

 
고심을 거듭한 홍명보 감독의 선택은 변화였다. 다득점이 필요한 경기에 과감하게 박주영을 빼고 6년 전까지 수비수였던 김신욱을 넣었다. 이 선택은 적중했다.

하드웨어가 좋은 벨기에의 수비수들에게도 김신욱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2명의 수비수들이 김신욱을 에워싸는 상황이 지속적으로 펼쳐졌다. 2대1 싸움에서도 좀처럼 지는 법이 없었다. 단순히 포스트에서의 공중 볼 싸움만 한 것도 아니다. 2선까지 많이 내려와 동료들과의 연계 플레이도 준수했다. 박주영이 있던 1, 2차전보다 무게감이 있었다.

굉장히 부지런히 뛰었다. 체력이 남아 있을 때까지 많이 뛰고 높이 뛰겠다는 각오가 보였다. 그 헌신은 전반 44분 예상치 않은 상황을 만들어냈다.

벨기에 드푸르에게 퇴장 명령이 떨어졌다. 김신욱의 발목을 밟던 모습이 주심에게 발각됐고 곧바로 레드 카드가 나왔다. 김신욱이 드푸르의 공을 빼앗으려던 상황에서 나온 장면이다. 수비에도 게으르지 않았다는 것이고 결국 성실함이 유리함을 만든 셈이다.

김신욱 덕분에 11대 10의 싸움으로 진행된 후반전은 한국이 주도권을 잡고 경기를 풀 수 있었다. 김신욱 덕분에 홍명보 감독은 수비형MF 한국영을 빼고 공격수 이근호를 투입할 수 있었다.

김신욱이라는 장신 공격수가 전방에 버티고 있기에 손흥민, 이근호, 이청용 등 2선 공격수들이 공간을 많이 확보할 수 있었다. 가만히 서 있지 않고 부단히 움직여 준 덕분이다. 여러모로 공이 컸다. 다만 다른 선수들의 도움이 없었을 뿐이다.

김신욱은 후반 20분 김보경과 교체돼 필드 밖으로 나왔다. 경기 전부터 예정된 교체 타이밍이었을 확률이 높다. 65분 정도를 염두하고 최선을 다해달라는 주문을 하달 받은 김신욱은 그야말로 혼신의 힘을 다해 뛰었다.

비록 자신의 포인트는 없었다. 그리고 자신이 나간 뒤 한국은 실점을 허용했다. 결국 벨기에에게 0-1로 패해16강 진출과 첫 승에 모두 실패했다. 답답했던 마지막 경기에서 유일하게 축구 팬들을 위로해준 것은 김신욱이 보여준 65분간의 아름다운 비상이었다. 그는 거인이 아니라 나비였다.

데뷔 첫해 김신욱은 K리그 27경기에 나와 7골을 넣었다. 2010년에는 33경기에서 10골을 뽑았다. 수비수에서 공격수로의 변신 과정이었다. 2011년부터는 확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해 19골 4도움을 기록했던 김신욱은 2012년 13골을 거쳐 2013년 다시 19골 6도움을 올리며 K리그를 대표하는 스트라이커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김신욱은 2013년 K리그 MVP다. 그리고 2014년, 그는 대한민국 월드컵 대표팀의 원톱 공격수가 됐다. 그는 거인이 아니라 아름다운 나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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