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권(필자는 연변대학 체육학원 체육학 박사)
현대축구에서 중원압박이라는 키워드는 거의 모든 팀을 관통한다. 강팀의 경우 경기를 지배하기 위한 압박, 약팀의 경우 꼴을 허용하지 않기 위한 압박이란 차이는 있지만 압박이 존재하지않는 경기는 없다. 그렇기때문에 현대축구를 압박과 탈(脱)압박의 싸움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과거축구는 한두명의 스타가 경기를 좌우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마라도나나 펠레같은 선수 한두명이면 승리가 어렵지 않았다. 이 시대의 꼴과 어시스트(도움) 등 개인기록이 잘 깨지지 않는 리유중 하나다.
이는 축구의 시대적 흐름과 관계가 깊다. 수비보다는 공격을, 전체 전술보다는 개인전술에 집중했던 당시 흐름에 따른 영향이다. 특히 수비전술 차이가 컸다. 과거축구는 1대1마크에 가까웠다. 수비수 한명이 뚫리면 다음 수비수가 막아서는 방식였다. 일종의 차륜전(车轮战)을 벌이는 셈이다. 공격수 립장에서 두명을 동시에 제치는것보다 한명씩 두번 제치는게 쉽다. 개인능력이 좋은 선수 한명이 드리블로 환상적인 꼴을 만들어내고 팀과 대회의 운명을 바꾸는것이 가능했던 리유다.
축구는 1990년대를 거치며 흐름이 바뀌였다. 대회규모가 커질수록 안전하고 실리적인 경기운영이 중시됐고 그런 가운데 압박수비가 대세로 자리잡았다. 압박수비는 단순히 공격수에게 달라붙어 수비하는걸 말하는게 아니다. 팀 전체가 한덩어리가 돼 선수간 간격을 적절하게 유지하면서 공간을 나눠막는다. 각자의 공간안에 들어오면 다함께 움직여 공을 잡은 공격수뿐만아니라 공을 받을수 있는 상대선수까지 2중3중으로 에워싼다. 1대1마크의 차륜전과 달리 진(阵)을 치고 상대를 기다린다.
압작전술에 대한 발전으로 수비망은 더욱 촘촘하면서 복잡해지고있다. 간격이 좁아진만큼 반대로 공격을 위한 공간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두세명이 진을 치고있는 수비진을 공격수 개인이 무너뜨리며 꼴이라는 결과물을 얻어내는건 힘든 일이다. 압박전술 시대가 왔음을 알수 있다.
축구에서 유기적이고 조직화된 수비를 상대로 공간을 찾고 꼴을 만들기 위해 내놓은 해결책은 압박보다 더 유기적이고 더 조직화된 공격이다. 이른바 탈압박 전술이다. 선수의 포진형태인 포메이션을 비롯해 패스방향, 전진속도, 개개인의 임무부여 등 서로의 움직임에 대한 철저한 사전 약속이다. 팀 단위의 압박을 벗어나기 위해 팀 단위의 탈압박을 하는것이다.
그러나 탈압박 전술에 정답은 없다. 각팀은 각자에 맞는 방식을 고안해 쓴다. 원터치로 주고받는 선수간 짧고 빠른 패수일수도 있고 상대압박의 덫을 한번에 건너가버리는 긴 패스일수도 있고 측면에서 선수의 속도를 살린 침투작전일수도 있다. 자기팀 사정뿐아니라 상대압박전술의 형태에 따라서도 상응한 변화를 준다. 이렇게 축구전술이 진화한다.
탈압박은 팀워크가 중요하다. 그리고 그팀 전술을 조직하는건 감독의 역할이다. 감독은 보유한 선수의 력량과 특징, 상대 압박전술의 특성에 맞게 전술을 고안하고 그에 맞게 훈련을 시킨다. 시대에 맞는 전술력량을 갖춘 감독도 중요하지만 그걸 실행할만한 선수들에 대한 장악능력은 물론 선수들의 심리조절과 동기부여도 감독의 몫이다.
해당전술로 주축이 될 선수와 소외될 선수간의 조률과 설득의 과정이 팀 전체의 사기를 북돋고 감독이 추구하는바에 추진력을 더한다. 이 과정에서 감독이 추구하는 전술철학과 방향을 선수들에게 설명하고 숙지시키는것도 상당히 중요하다. 그렇지 않고 설명과 조률없는 전술은 실패 가능성이 크다.
현대축구에서 압박은 크게 두가지 목적성을 띤다. 하나는 실점하지 않기 위한 압박이고 다른 하나는 득점하기 위한 압박이다. 실점을 하지 않기 위한 압박은 단순히 공격수를 방해하는 목적인 반면 득점하기 위한 압박은 공을 빼앗은뒤 역습을 시도해 공격을 마무리하기 위한 과정까지 포함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리버플팀이 유독 강팀에게 강한 모습을 보여주는것은 바로 후자의 과정이 잘 단련됐기때문이다. 이와 같은 사실은 올시즌 강팀을 상대해야 하는 연변부덕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연변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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