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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 對 알파고 첫판… 인간과 기계, 두뇌전쟁 시작됐다
조글로미디어(ZOGLO) 2016년3월9일 10시56분    조회: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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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한 수에 인류가 긴장한다

이세돌·알파고 15일까지 대결… 에릭 슈밋 구글 회장 "누가 이겨도 승자는 인류"


- 신중모드로 전환한 이세돌 9단
"5대0 완승 아닐 확률 높아 긴장… 아직은 인공지능이 인간 못이겨"
- 알파고 개발자 허사비스 대표
"경우의 수 모두 계산하지 않아도 이길 가능성 높은 길 찾아낼 것"

인간과 기계 간 세기의 대결이 9일 시작된다. 수퍼컴퓨터로도 경우의 수를 다 계산할 수 없는 바둑을 놓고 벌이는 대결이다. 인간 대표로는 이세돌(33) 9단이 나서고, 기계 대표는 구글의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다. 알파고는 작년 10월 유럽에서 활동하는 바둑기사 판후이 2단과 겨뤄 5대 0 전승을 거뒀으나, 그는 '인간 대표'라고 하기엔 실력이 한참 떨어진다. 이번 대국이 진정한 대표급 승부인 셈이다.

양측은 서로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승부 전망에 대해 "50대 50"이라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던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대표는 8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알파고는 자기학습을 거듭해 작년 10월과 또 다르게 발전했다"며 승리를 점쳤다. 이에 대해 이세돌도 이날 "5대 0이냐, 한 판 정도 내주느냐의 승부"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세돌 對 알파고 첫판… 오늘 한 수에 인류가 긴장한다 - 이세돌(가운데) 9단이 8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를 만든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왼쪽) 대표, 알파벳(구글 지주회사)의 에릭 슈밋 회장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 9단과 알파고는 9일부터 15일까지 이곳에서 11억원의 상금을 걸고 총 5번의 대국을 펼친다. 이 9단은“언젠가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기겠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연합뉴스


바둑과 인공지능 모두에 밝은 전문가들은 "이번 대국은 결국 이세돌의 본능적인 '직관(直觀)'과, 확률로 승부하는 컴퓨터 '집단지성(集團知性)'의 대결"이라고 말했다.

승률 계산 통해 직관력 모방

바둑은 수(手)가 말 그대로 무궁무진하다. 바둑판에서 돌을 놓을 수 있는 경우의 수는 모두 10의 170제곱 가지다. 우주에 있는 원자를 모두 합한 것보다 많다. 경우의 수를 계산하려면 엄청난 컴퓨터 능력이 필요한 것.

알파고는 이전 인공지능보다 계산력이 뛰어나지 않다. 20여년 전 체스 세계챔피언을 이긴 IBM의 인공지능 수퍼컴퓨터 '딥블루'는 1초에 2억 가지의 착점 방법(경우의 수)을 계산했지만, 알파고는 1초당 10만 가지를 계산하는 데 불과하다.

이와 관련, 알파고를 개발한 허사비스 대표는 "알파고는 경우의 수를 모두 계산하지 않고도 직관력을 가진 인간처럼 이길 가능성이 큰 길을 찾아낸다"고 설명했다. 구글 자회사인 딥마인드는 아마추어 고수들이 둔 기보(棋譜) 16만 건을 인터넷에서 내려받아 알파고에 입력했다. 기보에 담긴 착점은 3000만 건이 넘었다. 사람들의 경험을 모은 일종의 집단지성이 알파고의 교재가 된 것이다. 알파고는 사람이 몇 수 앞을 머릿속에서 그려보듯, 기보에 없는 위치에 돌을 놓으면 나중에 승률이 어떻게 되는지 계산하는 방법도 적용했다.
 
8일 오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각국 취재진이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알파고’와의 맞대결에 앞서 열리는 기자회견을 기다리고 있다.
世紀의 대결에 쏠린 관심 - 8일 오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각국 취재진이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알파고’와의 맞대결에 앞서 열리는 기자회견을 기다리고 있다. 이 9단과 알파고는 9일부터 15일까지 총 5판의 대결을 펼친다. /성형주 기자

 
구글 측이 알파고가 이번 대결을 준비하면서 이세돌의 과거 기보를 중시하지 않았다고 밝힌 것도 알파고가 일종의 집단지성이라는 증거이다. 알파고 개발을 주도한 구글 딥마인드의 데이비드 실버 박사는 "알파고는 수많은 데이터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특정 바둑 기사의 한정된 정보는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허사비스 대표도 "이세돌 9단과 대국을 하고 나서 그 정보로 매번 프로그램을 바꾸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세돌 "완승 어려울 수도 있다"

이세돌 9단은 이날 "알파고가 인간의 직관력을 70~80%만 구현해도 대단한 일"이라며 "언젠가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기겠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바둑에서 직관이란 어떤 국면을 마주했을 때 척 보고 느끼는 전체적인 조망 능력을 뜻한다. 인간 고수(高手)는 모든 경우의 수를 계산하지 않고 요령껏 필요한 전체 개요만 흡수한다. 이러한 직관 능력은 인간이 기계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핵심 요소로 평가돼 왔다.

특히 이세돌의 바둑은 거칠고 모험적이며 도발적인 기풍이다. 직관 능력이 인간보다 떨어지는 컴퓨터로선 이런 시끄럽고 변화무쌍한 전개에 대응하기가 어려울 것으로 바둑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지만 이 9단은 이날 "인공지능이 인간의 직관력을 어느 정도 모방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5대0 완승이 아닐 확률이 높은 것 같아서 긴장된다"고 살짝 한 발을 뺐다. 인간이 직관으로 1000수 정도를 생각한다면 컴퓨터는 무조건 100만 수, 1000만 수를 다 계산해야 답을 찾을 것이라고 짐작했는데, 이번에 그 폭을 굉장히 줄였다는 것을 알았다는 것. 이 9단은 "'쓸데없는 수읽기'를 대폭 제거했다면 컴퓨터의 연산 능력으로 볼 때 내가 위험한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누가 이기든 인류 모두가 승자

구글 지주회사인 알파벳의 에릭 슈밋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인공지능이 발전하면 인간이 더 똑똑해지고 세상이 더 좋아질 것"이라며 "이번 대국의 승패 여부와 상관없이 인류 모두가 승자"라고 말했다. 허사비스 대표도 "알파고를 만든 사람도 인간인 과학자이니 결과에 상관없이 인간의 창의성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했다.

구글은 벌써 바둑 대국 이후를 준비하고 있다. 허사비스 대표는 "과거의 인공지능이 입력된 지식에 따라 특정 임 [removed][removed]무만 잘하도록 개발된 좁은 의미의 인공지능이라면, 알파고는 모르는 일도 스스로 배워서 할 수 있는 '범용 인공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AGI)'"이라고 말했다. 구글 딥마인드는 이미 영국 보건 당국과 협의해 알파고를 질병 진단과 치료법 탐색에 활용하기로 했다. 로봇과 스마트폰의 '두뇌'로 사용하는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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