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문취재기(8) 하문의 백두호랑이 - “하문장백호축구동호회”
연변축구팀이 15년만에 슈퍼리그에 오르면서 요즘 조선족사회는 축구열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온 민족을 하나로 되게 하는 축구의 마력에 놀라지 않을수 없다. 매번 경기때마다 축구팬이건 아니건 모두가 연변축구팀과 함께 울고 웃는다.
최근 상해팀과의 경기에서는 원정경기 사상 최고기록인 3500명 열혈 축구팬들이 연변축구팀 응원에 나서 큰 감동을 주기도 했다. 경기 결과는 아쉬웠지만, 그렇다고 축구팬들의 연변팀 사랑은 더 거세졌으면 거세졌지 조금이라도 사그러들지 않았다.
얼마전 우리가 찾았던 하문시에도 이 같은 열혈 축구팬들이 있다. 그들이 바로 하문시 장백호(长白虎 )조선족축구동호회 회원들이다. “백두호랑이”, 이름만 들어도 민족 색채가 짙다.
지난달 광주부력팀과의 원정경기에 장백호축구동호회는 “연변팀 하문축구팬”이란 이름까지 새겨들고 원정 응원에 나섰다.
광주 월수산경기장에서 회원들은 빨간색 연변축구팬 복장을 차려입고 각지에서 모인 축구팬들과 하나가 되여 목 터지도록 함성을 질렀다.
경기장을 찾은 생면 부지의 사람들이 연변축구팀에 대한 사랑으로 삽시간에 한사람같이 뭉쳤다. 그속에서 회원들은 또 타향에서 잠시나마 잊고 살았던 끈끈한 민족애가 자신의 가슴 어덴가 깊숙히 자리하고 있음에 큰 전률을 느끼기도 했다.
20대에서 40대까지 년대를 넘나드는 다양한 년령구조, 회사 직원, 대학 교사, 경찰, 기업인… 등 종사 업종도 각양각색인 26명 회원으로 구성된 장백호축구동호회 역시 하문시 조선족사회에서 몇손가락안에 꼽히는 조선족단체이다.
동호회 코기러기는 하문시 석운석재 (世运石材)회사를 경영하는 정무씨이다.
동호회 정무 회장
고향이 길림성 왕청현인 정무사장은 하문에 정착한지 올해로 14년차인 오랜 하문인이다. 기업을 운영하면서도 정사장은 하문시 조선족 사회 구성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러다보니 하문시 조선족들에 대한 료해도 깊은 편이다.
정사장이 금방 하문에 발을 붙였던 2003년 당시 하문시에는 조선족들이 2,3천명에 불과했고 조직적인 조선족 단체도 없는 형편이였다. 알고 지내는 사람들끼리 가끔씩 모여 술 한잔 나누는 가벼운 모임이 전부였다.
그러던중 2006년 축구를 좋아하는 주변 조선족 친구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팀을 만들어 축구를 차자”는 의기투합이 있었고 그 뒤로 5,6명이 모여 5인조 축구부터 시작했다고 정사장은 축구동호회 발족을 간단히 소개했다.
그러면서 정사장은 본인 역시 축구 마니아라고 이야기했다.
어려서부터 축구를 즐겼고 연변1중 고중시절 수능을 앞두고도 당시 연변축구팀 홈장 경기를 빼놓지 않고 다니며 응원했다고 한다. 축구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멀리 타향에서까지 축구동호회를 내올 생각을 갖게 하고 또 오늘에 이르기까지 10년 가까이 협회를 이끌어올수 있게 했던것 같다.
다들 바쁜 일상을 이어가고 있지만 마른 날 궂은 날 상관없이 매주 토요일마다 동호회 회원들은 어김없이 모여 7인조 축구를 즐긴다.
한때 동호회는 축구팀을 구성해 하문시 아마추어 리그에까지 출전하기도 했다. 성적이 가장 좋을때는 16개 출전팀에서 4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축구팀 활약은 현지 사회에 우리민족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요즘 연변축구팀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조선족, 연변에 큰 관심을 갖는것과 똑같이말이다.
경기때마다 “장백호(长白虎)조선족축구동호회”라는 기발을 내걸고 동호회 로고가 박힌 유니폼을 입고 경기장에서 땀흘리며 열심히 뛰는 선수들은 알게 모르게 현지인들에게 조선족을 알리고 “조선민족은 축구를 잘한다”는 이미지를 굳혀주게 되였다.
정사장이 늘 외우는 말이 있다.
“‘민족을 위해, 나라를 위해’라는 거창한 말보다 언제 어디에서라도 나 자신을 잘 추스리고 주어진 삶을 열심히 살다보면 언젠가 그것이 민족을 위한것이 되고, 나라를 위한것이 될것이다”. 크게 공감 가는 말이다.
축구팀 역시 결코 “민족을 위해” 축구를 한것은 아니다.
단지, 축구를 하는 과정에 서로의 마음이 하나로 뭉치고, 그런 뭉친 마음으로 각종 경기에 열심히 림하면서 좋은 성적을 따낸것이 민족의 이미지 향상에도 기여한것이 아닌가 싶다.
지금은 성원들이 조금씩 바뀌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그전같이 리그에서 뛰기는 힘들어졌지만, 축구팀 "존재의 이유"는 퇴색하지 않았다.
매주 한번씩이지만 회원들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자리이다.
고향을 떠나 낯선 도시에서 현지인들보다 더 열심히 노력해야 설 자리를 찾고 성공한 삶을 살수 있는 “이방인”의 슬픔과 고단함을 다들 감내하고 있다. 회원들은 축구를 즐기면서 한주간 쌓인 피로를 축구공과 함께 한방에 날려보내고 새 출발의 힘을 얻는다.
낮동안 열심히 땀 흘리고 나서 저녁에 마시는 맥주 한잔이 그렇게 좋을수가 없다. 속이 뻥 뚫리는듯한 시원한 맥주 한잔에 담긴 뜻도 많다. “이번주에도 고생 많았어” , 자신에게 위로의 한마디를 건네주기도 하고 “지금 힘들어도 다 괜찮아질거야”하며 서로 다독여주기도 하며 회원들은 그 순간만큼은 모든것을 내려놓고 즐기기만 한다.
요즘은 연변축구팀 경기때문에 동호회는 나눌 화제도 더 많아졌다. 매주마다 연변축구팀의 경기를 지켜보고 그 결과에 울고 웃으며 연변팀 하문시 축구팬으로서 나름 제 역할에 충실하다.
지난 일요일 연변팀은 장춘아태팀을 2대 0으로 꺾고 3연패에서 벗어났다. 이 기꺼운 성적에 하문시 장백호조선족동호회 열혈 축구팬들도 오랜만에 큰 희열을 느꼈을것이다.
중앙인민방송국 조향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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