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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의 입장에서 본 중-한대결
조글로미디어(ZOGLO) 2017년3월28일 07시47분    조회: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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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로씨야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6라운드 경기에서 중국팀은 1-0으로 한국을 누르면서 그동안 지겹도록 중국팀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던 '공한증'을 털어버렸다. 한국에게는 가장 만만해보였던 상대한테 덜미를 잡힌 참담한 결과였지만 승리가 고팠던 중국인들한테는 그야말로 깨기 싫은 꿈같은 달콤한 하루였을 것이다. 

2010년에 일본 도쿄에서 3대0으로 한국을 이긴후 기나긴 7년동안 또 다시 이어져오던 '제2차 공한증'을 깨뜨린 중심에는 세계급 명장인 마르첼로 리피감독이 있었다. 과거에 이탈리아 국가팀을 이끌고 월드컵 우승을 이뤄 냈던 리피감독은 "나는 오직 승리만 생각한다"라며 단호한 화법을 구사했고 그라운드에서 자신의 말을 지켜내고야 말았다. 

신장조건이나 스포츠자질 모두 아시아에서는 최고로 인정받는 중국이다. 아시아뿐만 아니라 올림픽에서도 1위를 했던 나라가 아니던가? 탁구나 배드민턴 항목에서는 세계를 호령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축구에서는 아시아의 2류에도 끼지 못하는 중국이다. 이런 중국팀으로 놓고 말하자면 정말 수도없이 많은 약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중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정신력이고 할 수 있다. 정신력부족은 바로 체력으로 이어진다.  

과거의 중국팀의 체력한계는 전반 20분이 고작이었다. 아시아국가들중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키를 자랑함에도 불구하고 공중볼에서 밀리는 이유는 역시 체력이 따라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떠한 감독이 팀을 맡아도 해결이 불가능했던 중국선수들의 정신기강문제인지라 아무리 리피감독이라고 해도 많은 사람들이 반신반의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번 경기만큼은 약간 달랐다. 

1월달에 남녕에서 열린 '차이나컵'경기에 고준익, 지충국, 최민, 지문일 등 조선족선수들을 대거 선발하는 등, 리피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후의 행보부터 남달랐다. 이번 경기에는 연변팀의 선수들은 모두 제외됐지만 '차이나컵'을 통해 발굴한 뉴페이스 尹鸿博가 투입되었고 북경국안팀에서 선발출전도 못하고 있는 于大宝를 데려가서 원톱으로 내세우는 등 파격적인 결정을 보여줬다. 경기전인터뷰에서 중국팀의 가장 기대되는 선수로 于大宝와 王永珀를 언급했는데, 전반 34분에 터진 골이 바로 이 두선수의 작품었다는 점은 리피감독이 '신의 예지력'을 가지고 있는게 아닌지 의심까지 들게 만들정도로 우연하게 맞아떨어졌다. 

뿐만 아니라 미드필더에 张稀哲와 蒿俊闵같은 발재간이 좋은 선수들을 출전시킨 것은 중원장악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리피감독의 분명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선발명단을 보는 순간 오늘은 뭔가 될것 같은 기대감을 가지게 만들었다. 

수비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선수는 冯潇霆과 郑智였다.

冯潇霆은 소극적인 수비플레이만 펼치기로 유명한 수비수이다. 오랜 경험과 안정적인 수비능력때문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을 많이 커버했었지만 이번 경기에서 冯潇霆은 적극적인 마크로 한국 공격수들의 볼 키핑을 힘들게 만들었고, 후반전에는 공격전개시에 상대팀의 진영으로 돌진하는 모습을 여러번이나 보여줬다. 그의 돌파를 여러번 허용한 것을 보면 최후방의 중앙수비수가 전방까지 돌진할 줄은 미처 몰라던 한국 선수들도 어지간히 당황했던 모양이다.

올해 37살이 되는 郑智는 여전히 죽지 않은 노장의 저력을 아낌없이 보여주었다. 4-3-3 포메이션의 수미를 지키고 선 郑智는 전술의 핵심이었다. 수비시에는 두 중앙수비수들의 앞을 지키고 서서 한국선수들이 침투할 수 있는 공간을 커버했을 뿐만 아니라, 공격시에는 공격라인을 이끌고 상대팀의 금지구역 깊숙히 침투하여 여러번 치명적인 쓰루패스를 날리기도 했다. 한국이 점유율에서는 일방적으로 우세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曾城이 지키고 있는 중국팀의 골문을 향해 먹히는 공격을 하지 못한 이유중의 하나가 바로 郑智의 활약이다. 후반전에 들어서면서 노장인 郑智의 체력이 급속히 떨어지자 리피감독은 공격수인 武磊를 빼고 미드필더인 吴曦를 투입시켜 郑智를 보좌하게 했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교체가 진행됐다는 점은 그야말로 '명장'이라는 타이틀에 무색하지 않은 리피감독다운 결정이 아닐가 싶다.

리피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중국팀이 고홍파감독이 이끌던 지난 1차전때에 비해 달라진 점을 찾아보면 가히 놀라울 정도이다.

똑같이 한국을 상대로 치른 경기에서; 점유률은 41%에서 44%로, 패스는 290개에서 392개로, 패스성공률은 50%에서 54%로 늘었다. 특히 1차전때는 단 1회에 그쳤던 오프사이드가 2차전에서는 7회로 늘었다. 오프사이드가 큰 의미에서 보면 반칙이라서 효율적인 전술에는 속하지 못하지만 적어도 이것은 리피 감독이 기존의 측면크로스 중심의 따분한 전술에서 벗어나 침투 패스를 통한 공격을 시도했음을 아주 정확히 보여주는 수치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리피 감독이 부임후, 가장 철저히 준비를 한 부분은 다름아닌 수비였다. '차이나컵'때부터杨善平,고준익, 최민 등 새로운 선수들을 시험대에 올려봤으며 조직적으로 그 체계를 잡아갔다. 고홍파감독시절의 중국팀은 시도때도 없이 나타나는 선수들의 위치이탈현상때문에 중원압박에서 거의 실패한 반면, 리피감독이 이끄는 중국팀은 기본적으로 '대인압박'이라는 개념을 행동에 옮겼고 패스를 받을 준비를 하는 상대선수들에게도 압박을 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한국의 선수가 공을 잡으면 4명이 동시에 에워싸서 공을 가로채는 모습은 박태하감독의 연변팀의 수비전술과도 흡사한 부분이 많았다. 이러한 중원압박을 하면 좋은 점은 바로 상대팀의 단거리패스를 효과적으로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패스를 받고 중심을 바로 잡기도 전에 서너명의 선수들이 다가와서 발을 들이댄다고 생각해보라. 한국팀의 패스 성공률은 확연히 떨어진 것은 의심할 나위도 없이 리피감독의 이런 방해전술때문이었다. 

중국팀은 또한 공중볼 경합면에서 성공률이 기존의 35%에서 67%로 크게 증가했고, 패스차단도 다소 증가했다. 이 모든 것은 중국의 변화된 수비전술이 상당히 효과적이었다는 증거가 된다.

사실 경기가 뒤로 갈수록 중국팀의 약점이 선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에 진짜 승패를 가르는 것은 후반전이라고 봐야 맞다. 한국팀은 경기가 막바지로 치달을수록 점점 더 기세가 오르는 세계에서 몇 안되는 국가팀중 하나이다. 중국팀은 마침 그 정반대의 팀이다. 우리민족의 특유의 근성때문에 한국팀이 유독 정신력에서는 돋보이기도 하지만, 대부분 그렇지 못한 국가팀들중에서도 중국은 거의 꼴찌수준이다. 이런 중국팀이 한국을 상대로 후반전에도 꾸준히 반격을 시도했다는 점은 또 한번 크게 칭찬해야 할 부분이다.

12번의 슈팅기회에도 불구하고 한골밖에 넣지 못한 것은 중국의 공격에 날이 서지 못한 단점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나 적어도 리피감독이 이끄는 중국팀은 철저한 분석과 사전 준비를 통해 한국을 상대로 1골이라는 좋은 성적을 냈다. 아마 더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중국팀한테는 매 경기가 모두 배수일전이었기에 중국선수들도 최선을 다해서 경기를 뛰었을지 모르겠다.

7년간의 기나긴 '공한증'끝에 한국을 상대로 역사적인 승리를 거뒀지만 기자회견에 나온 리피감독은 여전히 담담한 표정을 풀지 않았다. 중국기자들의 환호를 받았을 때도 그는 여전히 변화없는 표정으로 "모든 것이 예정된 결과"라고 말해주고 있었다. 

"목표는 이뤘지만 지난 카다르와의 경기때보다 못했다고 본다. 우리 선수들은 아직도 더 진보해야 할 공간을 남겨두고 있다. 오늘 3점을 따내면서 2위와의 격차가 줄었으니 남은 경기를 잘 준비하겠다" 짧고도 굵은 그의 한두마디에서 범접못할 세계급 명장의 아우라가 그대로 느껴진다.

"축구에서 선수가 99%고 감독은 1%다. 하지만 그 1%가 99%를 지배한다"
                       - 알렉스 퍼거슨 감독 - 

겨우 한 경기를 이겼다고 해서 감독을 신들린 존재로 부각시켜 추켜올리는 어리석음은 범하고 싶지 않으나, 적어도 이 것 하나만은 꼭 말하고 싶다.

지나온 40년동안 중국팀은 줄곧 방향을 제대로 못잡고 있었다. 자체의 풍격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새로운 감독이 부임할때마다 이런 스타일 저런 스타일에 휘둘려온 중국팀을 이제 그나마 자체의 풍격을 갖추게 만든 사람은 바로 리피감독이다. 그리고 리피감독은 거의 꺼져들어가던 중국팀의 희망의 불씨를 자그마하게나마 살려낸 기적같은 존재이다. 아직까지 월드컵진출을 희망적으로 바라보는 이는 많지 않다. 그러나 이 날의 한국전의 승리만 가지고도 중국인들은 두고두고 리피감독을 기억하게 될지도 모른다.

승리를 자축하는 것은 얼마든지 좋으나 절대 자만하지는 말자. 원정에서 소조1위인 이란을 상대하는 다음경기야말로 진짜 힘든 경기가 될것이다. 겨우 살려놓은 희망의 불씨를 이대로 꺼지지 않게 정신줄을 바짝 잡고 전진하는 중국팀의 앞날을 조심스레 기대해 본다.

아... 그리고 

경기에 관한 수다는 여기서 끝났지만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 맺혀있는 것이 하나 있다. 경기시작전에 한국의 국가가 경기장에 울려퍼질때 관중석에서 음악소리를 압도할 정도의 야유성이 들렸었다.  

아무리 실력으로 한국을 이겼다 한들 이러한 중국인들의 비개념행동때문에 '승리'라는 단어가 빛이 바랠가봐 걱정된다. 축구는 스포츠이며, 모든 스포츠는 정치와 문화와 종족을 뛰어넘는 신성한 개념의 사물이다. 1차대전시기에 적대국인 영국과 독일도 축구를 할 때만큼은 상대방의 국가연주가 끝나면 박수를 쳐줬다고 한다. 하물며 요즘같은 평화시대에 먼 거리를 날아서 중국으로 경기를 치르러 온 손님한테 야유를 퍼붓다니, 게다가 상대방팀의 국가를 향해 야유성을 지른 행동은 중국인의 수준을 저 깊고 시퍼런 바닷물 속으로 사정없이 떨어뜨린 과하디 과한 어리석음이 아닐까?   중국조선어방송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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