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의 말: 선후로 일본과 향항에서 사업하고 있는 한 조선족 축구팬이 연변팀 유니폼을 입고 차터향항마라톤(渣打香港马拉松)에 참가한 사연이 화제로 되였다. 이에 그는 편집부의 요청에 따라 그 사연을 위챗 편지를 통해 보내왔다.
◆ 향항 마라톤에 참가하게 된 원인
일본에서 회사에 출근하던 나는 2015년 4월 향항에 주재원으로 파견되여 향항에서 생활하게 되였다. 그러던중 2017년 2월에 향항 마라톤대회에 참가하게 되였다. 곧 태여날 아들을 위하여 아빠가 될 결심,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가족을 지켜나가겠다는 결심을 다지는 의미로 뛰게 되였다.
그리고 2018년 1월 또 다시 마라톤에 참가하게 되였다. 이번 마라톤 참가 동기는 주재원 기한을 마치고 일본에 다시 돌아가게 되였으니 향항생활에 종지부를 찍는다는 의미도 있었고 또 가정의 원인도 있었다. 작년 12월에 아버지가 타계하고 어머니를 비롯해 아버지가 남기고 가신 우리 가족들을 내가 지켜나가며 아들에게 우리 아버지와 같은 훌륭한 아빠가 되겠다는 결심을 보여주고 싶었다.
◆ 연변팀 붉은색 유니폼 입고 달린 사연
2018년 1월 향항 마라톤에서 연변팀 유니폼을 입고 달리고 있는 김경일씨
2018년 1월 마라톤에 나서면서 특별히 붉은색 연변팀 유니폼을 입고 뛰게 되였다.
향항에서 연변사람이라는 것을, 조선족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연변’이라는 로고가 달린 연변팀 유니폼이 가장 그 분위기에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2017시즌 연변팀은 아쉽게도 2부 리그로 강등했지만 그래도 우리 조선족의 상징인 연변팀을 사진으로 남겨 알리고 싶었다. 사진에 남긴다고 해도 사실상 향항에서 알아줄 사람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주위에 알려졌을 거라고 믿고 싶다.
유표한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마라톤을 뛰는 동안 한없이 자랑스러웠고 마음이 든든했다.
◆ 작지만 의미있는 향항의 조선족모임
연변팀 대 광주부력과의 원정경기에서 응원을 펼치고 있는 김경일씨
2016시즌 연변부덕팀의 광주부력과의 원정경기에 우리는 ‘향항조선족협회’라는 현수막을 만들어 들고 광주로 원정응원을 가기도 했다.
2015년부터 향항에 와서 사업하면서 향항에서 생활하고 있는 조선족들과 하나둘 알게 되였다. 향항 지리적 위치와 취직환경 때문인지 내지에서 온 한족은 많았지만 조선족은 일본과 한국에서 온 사람보다도 더 적었다. 그동안 찾아낸 향항 거주 조선족은 15명 정도다. 고향은 연변, 길림시, 흑룡강, 심양시 등이였다.
2017년 향항조선족협회 모임 일각
비공식적이지만 ‘향항조선족협회’(가칭)라는 모임을 만들어 가끔씩 모여 활동하고 있다. 모임의 취지는 향항에 와서 취직하거나 비즈니스를 하려고 하는 조선족들이 향항에 대해 잘 료해하도록 도와주고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서로 이끌어주며 힘을 합치려는 것이다. 더우기는 향항에서 태여난 조선족 어린이들에게 우리 문화와 우리 말을 배워줄 수 있는 여건도 마련하는 것이다.
향항의 조선족 지인들과 함께 등산모임을 조직
지금 련락되고 있는 15명 정도의 조선족 외에도 더 많은 조선족들이 향항에서 사업하거나 생활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찾을 방법이 없어 고민이였다. 올해 마라톤에 참가하면서 연변팀 유니폼을 입게 된 것도 이를 알아보는 조선족을 만날 수 있지 않을가 하는 희망사항과 함께 연변팀을 알고 있는 그 누구든지 이 유니폼을 보고 주위에 있는 조선족들에게 전달하지 않을가 하는 바람도 있었다. 그렇게 한사람이라도 늘면 향항조선족협회의 규모도 그만큼 커지게 될 것이고 점차 향항에 있는 많은 조선족들이 모여 좋은 모임을 확대시킴으로써 서로 도우면서 향항에 잘 적응할 수 있지 않을가 하는 욕심도 가져보았다.
◆ 분명 연변팀 유니폼 알아본 사람 있었을 것
2018년 향항 마라톤대회에서의 김경일씨
여느 마라톤에서든지 개성적인 복장으로 뛰는 사람들이 많다. 그중 유럽의 유명 축구팀 유니폼을 입는 사람들이 대체로 많다. 하여 그속에서 연변팀 유니폼이 너무 눈에 띄지는 않았던 것이 유감이다.
하지만 내지에서 향항에 와 마라톤에 참가한 사람중에는 분명 중국 슈퍼리그를 보는 사람이 있을 것이며 그렇다면 연변팀 유니폼을 알아봤을 거라고 믿는다. 마라톤 참가 사진을 위챗 모멘트에 올렸을 때 향항에 있는 친구들은 고향 연변팀 유니폼이라고 “좋아요” 메세지를 남기기도 했다.
◆ 향항에 와서 다시 연변팀 팬 되다
나의 고향은 화룡이다. 어릴적 화룡경기장에서 축구시합이 있을 때면 축구팬이였던 할아버지와 함께 경기장에 다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연변축구에 특별히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아마도 연변현대자동차팀 때부터였던 것 같다.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서인지 그 당시 연변축구는 특별한 사연과 화제거리가 많았던 것 같다. 맥주공장 한 직원이 리프팅하면서 연변일주 했던 것도 그때 큰 화제였고, 연변오동팀이 갑A 리그에서 4등이라는 기염을 토하며 축구 열풍을 일으켰던 것도 큰 뉴스였다. 가슴 아픈 기억이지만 갑B로 강등이 확정됐을 때 경기가 끝나고 나서 키퍼가 얼굴을 두손으로 감싸고 소리내 울던 장면을 TV로 지켜보면서 함께 슬픔을 삼키기도 했다. 아마 그때부터 나는 완전히 연변팀 팬이 되였던 것 같다.
그후 대학에 가면서 고향을 떠났고 그때는 지금처럼 인터넷이 발달하지 못하여 연변축구에 관한 소식을 접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는 대학다닐 때도 항상 “연변축구가 제일”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숙소 친구들과 얼굴을 붉히며 론쟁을 벌리기도 하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에서 류학생활에 이어 취직까지 하면서 바삐 살다보니 항상 그리운 고향이긴 했지만 고향소식에 대해 관심을 가질 겨를도, 고향을 떠올릴 계기도 그다지 없었다.
그러다 2015년에 향항에 오게 되였고 여기 조선족 친구들과 알게 되였다. 때마침 그해 연변팀 또한 중국 최고 리그인 슈퍼리그에 승격하는 등 기적같은 돌풍을 일으키면서 연변지역 뿐만 아니라 전체 조선족 사회를 열광케 했다. 나 또한 연변축구에 대한 사랑과 연변축구라는 존재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계기가 되였다. 2015년에 연변팀이 슈퍼리그 진출에 성공했을 때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 연변팀에 대한 건의와 생각
이국과 타향에 오래 있다보니 연변팀은 고향같은 존재이다. 자주 고향에 가지 못하지만 연변팀의 사연, 연변팀의 경기, 연변팀 선수들의 얼굴을 보게 되면 마치 고향에 가 있는 느낌이 든다. 친인을 만난 것처럼 반갑다.
연변팀이 더욱 좋은 성적을 따낸다면 팬으로서 더없이 기쁘겠지만 슈퍼리그든 갑급리그든 우리 민족 축구팀인 연변팀이 존재한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승패는 병가지상사"(胜败乃是兵家常事)라고 연변인민과 우리 조선족의 투지와 열정을 느낄 수 있는 경기를 볼 수 있다면 어디까지라도 함께 가고 언제까지라도 연변팀을 응원하겠다.
2017년 2월 향항 마라톤대회에 참가한 김경일씨
□ 김경일/길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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