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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고도 처절한 남북 스포츠 대결사
조글로미디어(ZOGLO) 2018년2월23일 09시59분    조회:22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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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스포츠 무대는 남쪽의 데뷔가 빨랐다. 일제강점기 때부터 체육인으로 맹활약했던 이상백 등이 주축이 돼 2차 세계대전 후 처음 열린 1948년 런던 올림픽의 문을 두드린 거지. 아직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서기도 전이었어. 참혹한 전쟁을 치르는 와중에도 한국은 1952년 헬싱키 올림픽에 선수단을 파견했고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북한보다 우월한 지위를 누렸어. 1950년대와 1960년대 초반까지 북한은 올림픽 경기에 참석할 기회가 막혀 있었어. IOC의 원칙은 “1국가 1NOC”, 즉 한 나라에는 하나의 올림픽위원회가 있어야 한다는 거였거든. 그래서 동·서독도 단일팀을 구성해 올림픽에 출전한 바 있어. 한국은 유엔 결의로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로 인정받고 있었고 이 현실이 올림픽 무대에도 적용된 거야. 그 결과 북한의 가입 신청은 번번이 거부됐지.

온갖 노력 끝에 북한은 1963년 정식으로 IOC에 가입하는 데 성공했고, 1964년 도쿄 올림픽에 선수단을 파견하지만 국호(國號) 사용 등 몇 가지 문제가 얽혀서 올림픽 참가를 거부하고 돌아가버려. 도쿄 올림픽 예선에서 남자 배구와 여자 배구는 최초의 남북 대결을 벌여 1승1패를 기록했는데, 하계올림픽에서의 남북 정식 대결은 미뤄졌어. 1964년 2월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에서 열린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은 북한에 확실하게 ‘밟혔다’. 한국은 1948년 노르웨이 오슬로 동계올림픽 이후 꾸준히 동계올림픽에 출전했지만 메달을 단 한 개도 따지 못했는데, 처음 출전한 북한이 한필화라는 천재 스케이트 선수를 앞세워 냉큼 은메달을 획득해버린 거야. 당시 신문 기사를 보자. “한필화는 평양체육대학 3년에 재학 중이다. 신장이 165센티미터, 뚱뚱한 몸집에 눈이 째진 살짝 곰보로 여성다운 점은 찾아볼 수 없는데…(<동아일보> 1964년 2월20일자).” 쓴웃음이 나오지 않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동포의 메달을 축하는 못할망정 살짝 곰보에 눈이 째졌다니. 그런데 그녀를 알아본 사람이 있었어. 한필화 선수의 오빠 한필성씨는 남한에 살고 있었거든. 필성씨는 북한 선수단 사진에서 동생을 알아보았고 7년 뒤 삿포로 동계올림픽 프레올림픽 참석차 일본에 온 한필화 선수와 기적적인, 그러나 참으로 슬픈 전화 상봉을 하게 돼. 

 

ⓒ연합뉴스
1990년 삿포로 동계 아시안게임 선수촌에서 한필성씨(오른쪽)가 동생 한필화씨와 인사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
1966년 북한팀이 잉글랜드 월드컵 이탈리아와의 경기에서 승리해 8강에 진출했다.

 

 

스포츠는 또 스포츠 특유의 매력이 있는 법이지. 1978년 방콕 아시안게임 때 공동 우승을 차지한 후 남한 축구팀 주장 김호곤은 시상대에 오르려다가 북한 선수에게 두 번씩이나 저지당한다. 여기서 주먹이 날아갔으면 아마 또 한 번의 동족상잔이 빚어졌겠지만 김호곤은 얘기했다고 해. “종민씨(북한 주장 김종민), 우리끼리는 몰라도 기자들 있을 때는 좋게 포즈를 취합시다(<스포츠조선> 2010년 3월15일자).” 그 말 한마디에 김종민은 김호곤에게 자리를 내주었고 선수들도 어깨동무를 하고 포즈를 취할 수 있었다는구나. 1994년 서울 월드컵 예선 때 발생한 ‘경우의 수’에서 한국이 반드시 북한을 큰 점수 차로 이겨야 했을 때 북한 감독은 이렇게 말하지. “기왕이면 동포가 본선에 나가는 거이 좋지 않갔습니까?” 북한 수비진은 ‘쉽게’ 허물어지고 3대0으로 패한다. 1990년 베이징 아시안게임에서는 남북 응원단이 함께 어우러지며 서로 응원하는 흐뭇한 풍경을 연출했고 이어 남과 북의 축구 대표팀이 번갈아 서울과 평양을 방문하며 ‘경평전(일제강점기와 해방 직후 있었던 서울과 평양의 축구 대결)’을 재연하기도 했어. 뭐니 뭐니 해도 남북 스포츠가 함께 썼던 최대의 드라마는 1991년 일본 지바 세계 탁구선수권대회와 세계 청소년축구대회에 출전한 남북 단일팀이었겠지. 남북의 탁구 여자 선수들이 합심하여 세계 최강 아니 우주 최강이라 해도 될 만한 중국을 무너뜨렸을 때, 친북 조총련과 친한 거류민단 재일동포 사이 수십 년 쌓인 반목을 무너뜨렸지. 남한 청년이 멋모르고 “김일성이다!” 소리치자 북한 청년이 포크를 들고 “주석님 모독한 놈 죽인다”라고 멱살을 잡는 상황에서도 우여곡절 끝에 한 팀을 이뤄 세계 청소년 축구 8강에 올랐던 남북 청소년 대표 단일팀의 활약을 보면서 느낀 흥분은 지금 떠올려도 온몸에 소름이 돋는단다. 적어도 스포츠에서 우리는 통일을 이뤄보지 않았겠니. 스포츠는 스포츠라서 의미가 있어. 아무리 적개심 그득한 사이라도 공정하게 겨루고 서로를 격려할 수 있고, 생각지도 못했던 서로의 공통점, 깨닫지 못했던 서로의 속내를 교환할 수 있는 화합의 길을 터주기도 한단 말이지.
ⓒ연합뉴스
1991년 세계 청소년축구대회 조별 리그에서 1승1무1패로 8강에 진출하게 된 코리아 팀의 선수와 코치진이 관중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아빠는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에 그다지 찬성하지 않았지만, 진심으로 그들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주기를 기원하고 있어. 졸속으로라도, 좀 억지로라도 만들어낸 이 가냘픈 단일팀이 ‘미친 듯한’ 모습으로 남북 모두를 열광시켰으면 좋겠어. 그러면 요즘 추위보다도 더 얼어붙은 남북에 조금이라도 훈훈한 바람이 스며들지 않겠니. 남북을 갈라놓았던 전쟁이라는 이름의 악마를 한 치라도 더 밀어낼 수 있지 않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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