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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는 변함없이 기승을 부렸지만 5경기 련속 무승을 끊은 연변팀의 승리 소식은 팬들에게 시원한 ‘바람’을 선물해줬다. 팬들은 “무더위를 한방에 날려준 급시우”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로써 연변팀은 개막전 원정승(1대0)에 이어 홈에서도 매현철한을 2대0으로 잡는 기염을 토했다.
사실 이날 경기장에 갈 때까지만 해도 이번 경기장 분위기에 락관적이지 못했다. 날씨가 짜증나게 더운 데다가 현장을 찾은 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줬던 지난번 홈경기를 생각해본다면 아마 ‘인내심에 바닥이 난’ 팬들이 ‘직관’을 포기하지 않았을가 하는 ‘시시한’ 생각을 가졌다. 그러나 경기장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 그 생각이 보기좋게 빗나갔음을 느꼈다.
지난 경기 때와 마찬가지로 현장을 찾은 팬들의 모습에 한번, 여전히 각자의 자리에서 목높여 응원하는 각 협회의 열정적인 응원 모습에 두번, 그리고 경기장에 온 게 맞나 싶은 악단의 연주소리에 세번 놀랐다. 특히 흥 넘치는 연주로 현장을 아우르는 관악단의 응원 모습은 관중들의 시선을 톡톡히 끌었다.
폭염 따위로는 골수팬들의 열정을 꺾을 수 없다. 변함없이 각자의 자리에서 열정적인 응원을 펼친 각 응원 협회.
가까이 가보니 더욱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3구역에서 열정적으로 연주 응원을 펼친 악단 멤버들은 모두 나이 지긋한 로인분들이였던 것이다. 경기 중간 휴식시간에도 끊임없이 연주를 진행하는 열정 덕분에, 더불어 전반전을 1대0으로 끝낸 연변팀의 기분 좋은 스타트 덕분에 현장 분위기는 일찌감치 끓어올랐다.
현장 분위기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낸 어르신들은 다름 아닌 북산가두 단영사회구역 양광관악단이다. 서원섭(65세) 단장을 시작으로 30명으로 무어진 양광관악단의 평균 년령은 무려 66세. 원 연변축구팬협회 조일 비서장의 사비로 조직됐으며 이날 응원 행사를 위해 대고, 소고, 색소폰, 트럼베타 등 악기들을 싣고 경기시작 한참 전인 1시에 벌써 경기장에 도착해 응원을 시작했단다. 이번이 4번째라고.(슈퍼리그 때3번 응원왔다고 했다.)
경기 90분을 선수들과 함께 '뛴' 양광관악단 단원들.
“우리의 응원은 연변팀의 성적과 무관합니다. 요즘 조금 주춤하고 있는데 그래도 우리 팀 아닙니까? 우리 연변의 자랑아닙니까? 이겨도 내 형제, 져도 내 형제 아닙니까? 우리의 응원이 선수들에게 힘이 될 수 있고 실망한 팬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이날 활동을 조직한 조일 비서장도, 서원섭 단장도, 김영자 단원(67세)도 "우리 팀"이라고 한마음 한뜻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신나게 연주하고 있는 김영자 단원.
그러나 어르신들은 아마 몰랐을 것이다. 어르신들의 열정이 팬들에게 위로만 된 것이 아니였다는 것을. 진공하면 함께 연주소리를 높이고 꼴이 나면 노래쟝르를 바꿔가며 그라운드 상황에 맞게 연주하는 센스 덕분에 현장 팬들은 하나가 되였고 응원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더우기 더운 날씨에 선수들 또한 얼마나 힘들었겠냐만 현장 응원소리에 보답이라도 하듯 선수들도 진지하게 경기에 임했고 이를 악물고 뛰였다. 그 일례로, 59분경 배육문 선수가 패스를 받으려다가 실수가 나왔고 다행히 위협적인 장면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배육문 선수는 관중석을 향해 연신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선수들도 얼마나 승리가 간절했을지, 팬들의 응원이 선수들에게 얼마나 힘이 되고 있는지 간접적으로 보아낼 수 있는 장면이기도 했다.
환호로, 박수로, 감동으로 선수들과 함께 2대0 승리를 만든 현장팬들.
그 간절함이 통했는지, 71분경에 오스카의 멀티꼴이 나왔고 간만의 승리를 눈앞에 둔 현장은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였다. 양광관악단은 더욱 신나서 릴레이로 연주곡을 뽑아냈고 이에 관중들은 관악단의 연주소리에 맞추어 통일로 박수를 치면서 응원에 동조하는 감동의 장면을 연출했다.
그 현장의 감동을 함께 한 일인으로서 이날 경기의 ‘MOM’을 꼽으라면 양광관악단에 한표를 던지고 싶다. 무더위를 제치고 평균년령 66세가 무색하게 열정을 연주한 양광관악단은 이날 연변팀의 제12멤버가 되기에 손색이 없었다.
팬들은 “우리 팀”이기에 다른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져도 괜찮으니 연변팀 다운 투지와 경기력을 보여달라”고 말한다. 드디여 선수들이 그 절실함에 응답했다. 승리로, 연변팀 다운 풍격으로!
이날 경기는 승리했다는 결과를 떠나 응원단과, 현장팬들과, 선수들이 만들어낸 감동으로 오래 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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