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내릴테니 국내서 사라" 메시지… 한국도 타격 우려
중국이 소비 활성화를 위해 수입 관세 인하 카드를 꺼냈다. 중국인이 해외에서 많이 사는 고가품과 일용품 등 27개 품목의 수입 관세를 내년 1월 1일부터 절반 이하로 낮추기로 했다고 중국 재정부가 10일 밝혔다. 또 리커창 총리는 지난달 국무원 회의에서 "(내국인용) 면세점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명품 등의 중국 내 판매 가격을 낮추고 면세점을 늘릴 테니, 외국 대신 중국에서 소비하라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지난 5월 서울 중구 롯데면세점의 화장품 코너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줄지어 계산을 기다리고 있다. 내년에 중국이 수입 관세를 내리면 국내 면세점을 찾는 중국인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연정 객원기자
북경청년보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모직·면직 의류의 수입 관세는 내년부터 기존의 16%에서 8%로 떨어진다. 신발류 관세는 24%에서 12%로, 여행가방·핸드백 등의 관세는 20%에서 10%로 내려간다. 카메라의 경우 15%에서 3%로 조정된다. 선글라스 관세는 20%에서 6%로, 태양열 온수기는 35%에서 5%로 대폭 낮아진다. 중국인이 해외에서 '싹쓸이 쇼핑'하는 대표적 품목인 분유의 수입 관세도 일부 품목에 한해 기존의 20%에서 5%로 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소비자들은 2008년 영·유아 6명의 목숨을 앗아간 '멜라민 분유' 파동 이후 해외 분유를 고집하는 경향이 강하다. 영·유아 의류와 가공식품의 관세도 15%에서 5%로 인하될 예정이다. 중국은 지난 6월에도 가죽 신발과 모피, 피부관리 화장품, 기저귀 등의 관세를 절반 이상 깎아줬다.
중국 남방도시보는 최근 "중국 정부가 성장의 새로운 엔진으로 떠오른 소비 활성화를 위해 입국장 등에 더 많은 면세점을 설치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구체적 방안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해외 관광에서 돌아오는 유커가 중국 내 입국장의 면세점에서 쇼핑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루페이쥔(魯培軍) 해관총서 부서장은 한 인터뷰에서 "정부가 공항과 항구에 새 면세점을 개설하고 승객별 구매 한도를 상향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중국에는 총 262곳의 면세점이 있는데, 중국인 해외 관광객 규모 등을 감안하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해 해외 관광을 다녀온 중국인은 1억1200만명이며 해외에서 소비한 돈은 1조위안(약 180조원)이 넘는다. 중국 전체의 소비·판매 시장 규모는 26조2000억위안을 기록했다.
유커가 한국으로 몰리는 주요 이유는 한국 면세점 가격이 중국보다 20~30% 이상 싸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내에서도 수입품을 이전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고, 면세점도 늘어난다면 유커는 중국 내 소비를 늘리거나 쇼핑보다 경치·문화를 즐기는 해외여행을 떠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SCMP는 최근 "중국 당국이 내수 진작을 위해 '다이거우(代購)'로 불리는 해외 구매대행업체 단속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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