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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체류 중 납치·살해된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 유학생 장잉잉[AP=연합뉴스]
(시카고=연합뉴스) 김 현 통신원 = 지난 4월부터 미국 일리노이대학에서 박사과정 입학을 준비 중이던 중국 출신 20대 여성 연구원이 실종 3주 만에 납치 살해된 것으로 확인됐다.
30일(현지시간) 미 연방수사국(FBI)은 지난 9일 일리노이의 중부 대학도시 어바나-샴페인에서 실종된 중국인 장잉잉(26)씨를 납치 후 살해한 혐의로 브렌트 크리스천슨(27)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FBI는 "장씨를 태우고 사라진 검은색 새턴 아스트라 해치백을 크리스천슨이 운전하고 있었으며, 수사관들이 지난주 보안감시 장치를 통해 크리스천슨이 '장씨를 납치했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크리스천슨의 발언과 지금까지 수집된 단서들을 종합해볼 때 장씨는 이미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범행 동기와 장씨의 소재지 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으며, FBI와 지역 경찰은 계속 수사를 진행 중이다. 크리스천슨은 교도소에 수감돼 오는 3일 연방법원 일리노이 중부지원에서 사전 심리를 받을 예정이다.
장잉잉씨 납치 살해 용의자 브렌트 크리스천슨[일리노이 뉴스-가제트]
청운의 꿈을 안고 유학길에 오른지 한 달 반 만에 돌연 사라진 장씨의 소식은 중국인들은 물론 미국에 유학생을 둔 가족들의 관심을 모았다.
중국 푸젠성 출신의 장씨는 베이징대학에서 환경공학 석사학위를 받고, 명문 주립대 일리노이대학 방문 연구원 자격으로 지난 4월 24일 미국에 도착했다.
학교 측은 장씨가 '작물 광합성'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으며, 올가을 박사과정에 들어갈 예정이었다고 밝혔다.
장씨는 지난 9일 오후 1시께 실험실을 나와 버스를 타고 내리는 모습이 캠퍼스 보안 카메라에 잡혔으며, 오후 2시께 공대 캠퍼스 북동쪽 도로변에 서있다가 검은색 새턴 아스트라 해치백 승용차가 다가와 멈춰서자 운전자와 이야기를 나누다 차량에 올라타고 사라졌다. 인근에 설치된 보안 카메라 분석 결과 운전자는 백인 남성으로 확인됐다.
장씨는 실종 시간대에 아파트 임대 계약서 서명을 위한 약속이 있었으나, 약속 장소에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FBI는 차량 운전자가 장씨를 납치한 것으로 추정하고 수사를 벌였으며, 지난 12일 일리노이대학 인근에서 장씨가 실종 당시 탑승한 차량을 포착하고 운전자 크리스천슨에 대한 조사를 해왔다.
딸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며 행진을 벌이고 있는 아버지 장영고(맨왼쪽)씨[일리노이 뉴스-가제트]
일리노이 지역신문 뉴스 가제트는 경찰 조서를 인용, "크리스천슨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경찰은 차량 특징을 들어 그를 유력 용의자로 지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크리스천슨이 '아시아계 여성을 차에 태우기는 했지만 인근 주택가에 내려주었다'는 진술을 했고, 휴대전화 압수 수색 결과 지난 4월 납치 계획 관련 사이트를 방문한 일이 있었다"고 부연했다.
중국 남평에서 공장 운전기사로 일하는 장씨의 아버지 장영고(53)씨는 지난 17일 친지 2명과 함께 미국에 도착, 일리노이대학 내에 머물면서 딸의 소식을 애타게 기다려왔다.
장씨의 친구들은 캠퍼스 곳곳에 전단지를 붙이고, 장씨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는 모임과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로버트 존스 일리노이대학 총장은 이날밤 성명을 통해 "전도 유망한 학자를 어이없이 잃게 된 소식에 학교 전체가 슬픔에 잠겼다"면서 장씨 가족에게 깊은 위로를 전했다.
한편, 시카고 트리뷴은 "현재 일리노이대학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 수는 약 5천600명으로 미 전역에서 가장 많고, 미 대학 전체로 보면 중국인 유학생 수는 30만 명에 달한다"며 "장씨 실종 사건으로 중국인 유학생 부모들이 '자녀를 미국에 보내는 것이 안전한 일인지' 의문을 던지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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