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 추석에 뭘 먹을까?
추석은 중국의 전통 명절이다. 이날이 되면 온 가족이 오손도손 모여 맛난 음식을 먹으며 달을 구경한다. 속담에 ‘백성들은 먹는 것을 하늘로 여긴다(民以食爲天)‘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국인들은 자고로 음식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보여 왔다. 이 점은 몇 년 전 한국에서 방영된 ‘혀끝의 중국’이라는 다큐멘터리 프로에서도 엿볼 수 있다. 다가오는 추석, 중국인들은 뭘 먹을까? 지방별로 대표적인 추석 음식을 알아보면 아주 흥미롭다.
월병(月餠)
추석 음식을 한 가지만 꼽는다면 단연 월병이다. 추석에 보름달을 구경하며 월병을 먹는 것은 대대로 내려오는 중국인들의 풍습이다. 월병이란 말이 처음 사료에 등장한 것은 남송 시기의 문인 오자목(吳自牧)이 작성한 <몽량록(夢梁錄)>에서다. 그때 월병은 그냥 일종의 딤섬(간단한 요깃거리)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달구경과 연결지어져 온 가족의 화목과 그리움을 나타내는 음식이 되었다. 오늘날 월병은 추석 때 가장 많이 주고받는 선물로 그 종류도 부단히 개량되어 다양해지고 있다.
월병은 온 가족의 화목함을 상징한다.
아이스크림으로 만든 월병도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 월병의 종류는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중국의 한 백화점에 진열된 1,200kg에 달하는 초대형 월병
계화주(桂花酒)
옛날 그림을 보면 추석 밤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계수나무 밑에 모여 계화꽃으로 만든 딤섬, 사탕, 과자 등의 음식을 먹으며 환담을 나누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때 꿀 같은 계화주 한 잔을 곁들여 마시면 하늘에 사는 신선도 부럽지 않을 것이다. 지금도 맑은 밤하늘에 떠 있는 동근 달에 비친 계수나무의 그림자를 감상하며 계화주를 즐겨 마시는 사람들이 많다.
은은한 향기가 가득한 계화주
연근
연근의 모양은 원만한 동그라미를 하고 있기 때문에 온 가족이 한데 모이는 것을 상징한다. 추석에 연근 음식을 즐겨 먹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 장쑤(江蘇)성과 저장(浙江)성 일대의 사람들은 추석이 되면 얇게 썬 연근 두 개 사이에 고기나 대합으로 다진 소를 넣어 들끓는 기름에 노랗게 튀겨 만든 ‘우병(藕餠)’이란 음식을 먹는다. 그 모양은 월병과 흡사한 면이 있다. 중국 전통 의학에서 연근은 삶은 후 그 성상이 차가움에서 온화함으로 변화하여 위경(胃經)의 기운(氣運)을 도와서 보양(補養)하는 효능이 있다고 믿는다.
연근 튀김은 중국 장쑤 및 저장 성 일대의 대표 음식이다.
우렁이
청나라 함풍(咸豊)제 때 편찬된에는 <순덕현지(順德縣志)>에는 ‘八月望日,尚芋食螺(8월 보름날 토란과 우렁이를 즐겨 먹는다)’ 라는 기록이 전해 온다. 민간에서도 추석 때 우렁이를 먹으면 눈을 밝게 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그 이유는 추석 전후가 되면 마침 우렁이 뱃속에 새끼가 없어 육질이 쫄깃하고 맛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늘날 중국 광저우(廣州) 일대에 사는 사람들은 추석날 우렁이를 볶아서 식탁 위에 꼭 올린다.
우렁이볶음은 군침을 돌게 한다.
토란
중국 광둥(廣東)성의 일부 지방에는 추석날 여자와 아이들이 달에 제사를 지내는 풍습이 남아있다. 또한 추석 음식으로 토란을 먹는 습관도 전해 오고 있다. 8월은 토란을 수확하는 계절이기 때문에 농민들은 토란을 제사 음식으로 많이 사용한다.
추석에 토란을 먹는 이유와 관련하여 또 다른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1279년 몽골 귀족이 남송을 멸망시키고 원나라를 세운 후 한인들에 대해 잔혹한 통치를 가했다고 한다. 그때 남송 관료 마발(馬發)이 차오저우(潮州)를 점거하여 원나라를 대항했다. 하지만 끝내 원나라 군대에 의해 격파당한 후 성 내 백성들은 비참한 대학살을 당했다. 호인(胡人)의 잔혹한 통치를 잊지 않기 위해 후세 사람들은 ‘호인의 머리(胡頭)’와 형태와 발음 둘 다 유사한 토란을 음식으로 만들어 조상에게 제사 지내기 시작했고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예쁜 자태를 뽐내는 토란 요리
계화꽃 오리
중국 강남(보통 양쯔 강 이남을 지칭) 일대의 사람들은 다양한 추석 풍습을 보유하고 있다. 난징(南京) 사람들은 추석에 월병 외에 현지 일품요리인 ‘계화꽃 오리’를 필수로 먹는다고 한다. 계화꽃 오리는 추석 전후 계화꽃이 향기를 내뿜으며 만발하는 시절에 꽃잎을 따서 만든 조미료로 오리고기를 맛있게 요리한 것인데 담백하고 고소한 것이 특징이다. 이 계화꽃잎으로 만든 조미료는 ‘계장(桂漿)’이라고 불리는데 꽃잎과 설탕과 매실을 적정한 비율로 섞어 발효시킨 것이다. 그 유래를 전국시대 시인 굴원(屈原)의 작품 <초사▪소사명(楚辭▪少司命)>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난징(南京) 사람들은 추석에 ‘계화꽃 오리’를 필수로 먹는다.
게
따쟈씨에(다리에 솜털이 나 있는 민물 게)는 장쑤 성과 저장 성 지역 사람들의 추석 식탁에 빠져서는 안 될 중요한 음식이다. 원형 식탁에 모여 솜털게 하나씩을 생강과 식초로 만든 소스에 찍어 먹으며 환담을 나누는 것은 그 지방 사람들의 ‘최고의 낙’이라고 여겨진다. 다만 솜털게는 차가운 음식에 속하기 때문에 먹을 때는 황주(黃酒)를 가반주로 곁들여 마시는 것이 좋다. 식사 후 생강차를 한 잔 더 먹으면 건강에는 매우 유익하다고 한다.
따쟈씨에, 다리에 솜털이 나 있는 민물 게.
석류
추석 전후는 석류의 성숙기다. 빨간 마노(瑪瑙)와 하얀 수정(水晶)을 연상케 하는 석류는 추석 식탁에 특별히 사랑을 받는 과일이다. 무병장수와 가족의 화목함을 상징하기도 한다.
석류는 추석 식탁에 특별히 사랑을 받는 과일이다.
인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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