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이렇게 많은 동포들이 모인 자리는 처음인 것 같아요"
설연휴 마지막날인 2일 구로구 구로동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설(춘절)맞이 동포 노래자랑 한마당'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마련한 의자는 금방 동이났고 서서 구경하는 참석자들이 행사장을 메워 지나다니기 힘들 정도였다.
이날 행사를 준비한 조병태 재한다문화총연합회 총회장은 "외국인이 타국땅에서 명절을 보내니 노래로 기쁨도 주고 (동포들을 위한) 단체가 있다는 것을 홍보하려고 행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노래자랑은 중국 길림성에서 온 특별 초대가수 장미옥씨가 시작을 장식했다. 연길예술단 국가 1급 배우인 장씨는 연분홍 드레스를 입고 "중국 소수 민족의 노래"라고 소개하며 '청장고원(티베트고원)'을 불렀다.
장씨는 "'청장고원'이 한국의 아리랑 같은 노래로 해발 4500m 고원에 아득히 울려퍼지는 메아리를 노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씨의 높은 깨끗한 고음이 행사장에 가득차자 관객은 넋을 놓은 듯 보였다.
어머니와 언니가 한국에 살고 있다는 장씨는 "이런 행사에 초청받아 영광이다"면서 "가족같은 동포들에게 (내 노래로) 조금이나마 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평소 노래 부르기를 좋아한다는 중국 동포 김화(38·가산동)씨는 이날 노래자랑에 13번째 참가자로 나서 진미령의 '미운사랑'을 간드러진 목소리로 열창해 가장 많은 박수를 받았다.
김씨는 3년 전 한국 방문길에 우연히 만난 남편과 결혼하려고 한국에 왔다. "한국에 계신 고모 덕분에 적응하기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는 김씨는 "그래도 동포와 정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는 설이 되기 전 자정에 폭죽을 터뜨리고 만두를 빚어먹는데 올해는 고모와 함께 떡국을 끓여먹었다"며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연변에 남아있는 부모님과 보낸 설날을 떠올리는 것 같았다.
중국 심양에 19살 아들을 두고 온 중국 동포 윤창옥(47·신림동)씨는 언니, 이모와 함께 노래자랑 행사를 찾았다.
미처 앞자리에 앉지 못한 윤씨는 뒤편에 마련된 탁자에 앉아 고개를 높이 치켜들고 공연을 지켜봤다. 그는 "이렇게 동포들이 많이 모인 자리는 없었던 것 같다"며 공연을 보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윤씨는 "한국에 살다보니 한국이 좋아졌다"며 "아들도 곧 데리고 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1년 전 귀화신청을 한 윤씨는 아직도 답변을 기다리는 중이다. 윤씨는 "한국에서 귀화신청이 받아들여지려면 2년6개월이 걸린다"고 했다.
형편이 되지 않아 4년 동안 아들을 보러 가지 못했다는 윤씨는 아들 이야기에 눈시울을 잠깐 붉히기도 했다.
오후 2시30분부터 시작된 이날 행사에는 총 24명이 노래자랑에 참가했다. 재한다문화 총연합회와 함께 행사를 주최한 중국 동포 산악연맹 측은 행사를 찾은 동포가 1000명 가까이 된다고 추산했다.
대상을 차지한 김화씨는 다른 수상자들과 함께 꽃다발을 들고 기념 사진을 찍었다. 수상 소감을 묻자 김씨는 "너무 좋아요"라며 꽃다발을 크게 흔들었다.
끝까지 자리를 지켰던 관객들은 수상자 기념 사진 촬영을 끝으로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이날 행사를 공동 주최한 안부옥 중국동포 산악연맹 부회장은 "동포들이 건강을 위해서 산악도 하고 각종 활동으로 건강해졌으면 좋겠다"면서 이번 행사를 계기로 "이국 땅에서 감정 교류하고 고향 자랑도 하는 모임을 더 자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