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마을을 이룬 모습이 정겹다. 조선족의 전형적인 농촌부락이지만 어딘가 낯설지 않다. 중국 용정시 한 마을의 풍경이 담긴 사진이다. 사진전은 그들의 삶 속으로 초대하기라도 하듯 발걸음을 옮기자 우리의 모습과 빼닮은 조선족들의 일상이 이어졌다.
강위원 작가(전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의 개인전이 대백프라자갤러리 A관에서 초대전으로 열리고 있다. 지난 26년간 찍어온 조선족 사진 70여점이 걸렸다.
처음 조선족의 모습에 매료된 것은 1990년 백두산을 찾았을 때였다. 그는 “조선족의 삶 속에서 과거 우리나라의 모습이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졌다. 어느 순간 이미 사라지고 없어진 것들에 대한 그리움이 물밀듯 밀려들어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 없었다. 모두가 어려웠던 시절이지만 기억하고 추억하고 싶은 시간들이었다”고 회상했다.
1999년 8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 연변대학미술대학에서 초빙교수로 활동하며 본격적으로 중국 동북3성의 조선족에 대한 사진작업을 시작했다.
‘정겨웠던 사람들’이라는 주제로 그후에도 매년 3∼6차례 중국의 동북3성 지역을 방문해 조선족의 삶을 담았다.
“옷차림과 헤어스타일, 주거 환경 등 조선족들은 과거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하고 있었다. 격동의 시간을 보내느라 지나쳐버린 과거의 소중한 기억과 모습을 남겨놓고 싶었다” 우리 민족의 문화가 중국 땅에서 간직되며 이어져 올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강 작가는 조선족의 사진뿐만 아니라 조선족이 어떻게 이주하고 정착하게 됐는지에 대한 역사적인 서술도 함께 했다.
최근 출간한 사진집 ‘Gang Wee-won Photo Journey 오늘의 조선족’을 비롯해 조선족 사진집 10권과 관련 저서 4권을 펴냈다.
그는 “조선족들은 1930년대 일본에 의해 강제 집단 이주로 중국에 정착하게 됐다. 할머니부터 손자까지 3대가 함께 가족 단위로 이주하는 독특한 형태를 보이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며 “집과 땅을 준다는 말에 속에 가족 전체가 한국을 떠나 황무지였던 땅을 맨손으로 일궈야 했고 집은 물론 학교를 직접 세워야 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문화를 갖고 있던 사람들이 함께 이주해오면서 그 문화가 고스란히 남아있을 수 밖에 없었다는 것. 이어 “그들은 고유의 문화를 간직하면서도 주변 문화의 영향을 받으면서 살아왔다. 떠나온 고향의 문화와 함께 중국 내 56개 소수민족의 문화가 자연스럽게 융화돼 더욱 흥미롭게 나타났다”고 했다.
하지만 개혁과 개방으로 그 모습은 시간이 흐를수록 사라져 가고 있다. 그가 사진을 찍어 남기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매번 갈 때마다 그 모습이 달라지거나 사라진다. 과거엔 주거의 자유, 이사의 자유가 없었기에 더욱 그럴 수 밖에 없어 유지됐지만 개혁, 개방과 코리안 드림의 열풍이 불고 농경문화가 해체되면서 고유한 문화가 사라져 가고 있다” 그는 이번 전시 작품을 모두 하얼빈 조선족 예술관에 기증할 계획이다.
강 작가는 “처음 그들을 만났을 때, 맑고 환한 모습 뒤로 고향을 그리워하며 망향가를 부르는 조선족들의 모습은 26년이 지난 지금도 잊을 수 없어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며 “한 장의 사진은 글로 표현하기 힘든 많은 내용을 기록하고 전달할 수 있다. 조선족이 어떻게 우리 문화를 지키며 살아가는지를 볼 수 있는 훌륭한 사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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