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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주서 만난 독립운동가의 딸, 그들의 삶
조글로미디어(ZOGLO) 2016년8월17일 09시34분    조회:3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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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중동포에 관한 두 가지 전시 연 류은규 사진작가를 찾아서

"나는 사진가로서 본능적으로 조선족의 사진을 모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기념사진은 그 한 장으로는 별로 큰 의미를 지니지 않지만 모아놓고 보면 시대를 비추는 귀중한 역사 자료가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8월 10일부터 인천개항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는 '만주아리랑 조선족 디아스포라의 삶과 기억 전'(10월 30일까지)에 사진을 제공한 류은규 작가의 말이다. 연일 가마솥 더위가 심신을 지치게 하는 가운데 지난 13일 오후 <만주아리랑>전을 보기 위해 인천을 찾았다. 

한 장의 빛바랜 사진, 조선족의 삶이었다

▲ 한인 여자아이들 1930년대 만주에 살았던 한인 여자아이들의 사진
ⓒ 류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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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태 연해주 독립운동가 김규식 선생의 따님 김현태(흑룡강성 상지시, 1994년)
ⓒ 류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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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개보 항일투사 김정길이 1934년 연길 감옥에서 만든 뜨개보, 여기에는 '연길현 제 4감옥 김정길은 신음과 고통속에서도 결연하고 고고하게 여성해방을 세계적으로 높이 부르짖다"라는 한자말이 숨겨져 있다.
ⓒ 류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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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인 아이들 1910년대 농촌 사숙에서 공부하고 있는 한인 아이들
ⓒ 류은규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 인천개항박물관 기획전시실 주변은 일제강점기에 지은 건물들이 즐비한 곳으로 당시의 건물들은 근대건축전시관을 비롯하여 지금은 박물관 등으로 꾸며져 있다. 건물 주변은 모두 콘크리트길로 조성돼 있어 그렇지 않아도 더운 날씨에 반사되는 태양열로 숨쉬기조차 어려운 지경이었다. 

 
전시장 안으로 들어서니 밖의 날씨와는 달리 에어컨 가동으로 시원했다. 전시는 크게 1,2부로 구성돼 있었다. 아담한 전시장 1층에 꾸며 놓은 1부 전시내용은 한인들의 만주 이주의 역사와 그곳에 정착하면서 독립운동의 거점으로 누구보다도 헌신적이었던 동포들의 삶이 사진과 함께 적나라하게 전시돼 있었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국내의 3·1만세운동 이후 만주에서의 항일독립운동과 재만한인(在滿韓人)들의 활동 모습이었다.

이어 2부 전시장인 2층에는 우리가 잊고 지낸 만주지역 독립운동가 후손들이 모진 세월을 살아낸 삶의 모습으로 꾸며져 있었다. 1층 전시작품들이 류은규 작가가 모은 조선족 동포들의 사진이라면 2층에 전시된 작품은 류 작가가 직접 카메라에 담은 모습이라고 이해하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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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람객 폭염 속에서도 전시회장을 찾은 사람들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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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개항박물관 전시회가 열리는 인천개항박물관 기획전시실 전경
ⓒ 이윤옥

 


류 작가는 카메라를 들고 옛 만주 지역을 발로 뛰어다니며 조선족 동포들의 생생한 삶의 모습을 기록으로 남겼다. 뿐만 아니라 조선족 동포들이 간직하고 있던 사진들을 5만여 점이나 모은 집념의 작가다. 그가 모으지 않았다면, 그가 직접 현장에 가서 독립운동가 후손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지 않았다면, 지금 인천개항박물관에서의 전시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전시장에는 그 어디에고 류은규 작가의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 겨우 2층 전시장 입구에 <조선족 디아스포라의 삶과 기억>이라는 전시 작품 해설 맨 끝에 작은 글씨로 '류은규'라는 이름 석 자가 보일 뿐이다. 중년의 삶을 모두 바친 작품들을 전시하면서 작가의 이름 하나 불러주지 않는 전시 기획자들의 무성의가 참으로 아쉽다. 제대로 1, 2층을 모두 둘러보고 전시장을 나와 류은규 작가의 작업실이 있는 인천관동갤러리(관장 도다 이쿠코)를 찾았다. 관장 도다 이쿠코씨는 류 작가의 부인이다. 

인천관동갤러리에서는 또 하나의 중국 조선족 사진전이 진행 중이다. 제목은 '韓人面貌(한인면모)-중국 조선족 이야기' (10월 16일까지, 금토일만 개관). 개항박물관에서의 전시가 해방 이전의 역사에 초점을 맞춘 전시라면 인천관동갤러리 전시는 92년 한중 수교 직후, 아직 '한국 바람'이 불기 전인 그들의 얼굴을 엿볼 수 있는 자리다. 그들의 꾸밈없고 편안한 표정에서부터 우리는 단절되어 살아온 세월을 느낄 수가 있다. 그리고 민족의 생활풍습이나 언어를 잘 간직하고 살아온 중국 조선족에게 같은 핏줄로서의 친근감을 느낀다. 

<전시 안내>
곳: 인천개항박물관 기획전시실 
때: 2016년 8월 10일~10월 30일(연중무휴 9:00~18:00)
문의: 032-760-7508

중년의 삶을 고스란히 쏟은 조선족의 옛 사진 5만 점
[대담] 20년 동안 중국 조선족의 삶을 기록해온 사진작가 류은규에게 듣는다


- 어떤 계기로 조선족의 옛 사진을 5만점이나 모으게 되었나?   
"1990년대 무렵 조선족 집에 가면 방안의 액자에 아들 사진이나 손자 사진이 걸려있었다. 그러나 그렇게 걸려있던 사진은 영원히 두고 보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죽으면 후손들이 모두 태운다는 이야기를 듣고 안타까운 마음에 달라고 한 것이 계기가 됐다. 한 장 두 장 모은 것이 5만여 점에 이르게 되었다. 처음에는 개인의 사진이라고 생각했지만 여러 장을 나란히 모아놓고 보니 이것이야말로 조선족의 역사라는 생각이 들어 더욱 열심히 모으게 되었다.   

내가 조선족 사진을 모은다고 하니 여기저기서 사진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었는데 사진 한 장을 구하기 위해 교통편도 좋지 않은 곳을 기차와 버스 심지어는 마차와 말을 직접 타고 가는 수고를 아끼지 않고 찾아 간 적도 있다. 그렇게 해서 구하면 그래도 다행이지만 어떤 경우에는 이미 세상을 뜨거나 어디론가 이사를 가버려 허탕을  치면 정말 맥이 빠지고 허탈하기도 했다."  

- 조선족의 사진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나?
"중국의 문화대혁명 시기에는 집안에서 조선옷을 입은 사진이 발견되면 조선특무(간첩)의 누명을 씌워 처벌을 받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러다보니 동포들은 서둘러 조선옷을 입고 찍은 사진들을 불태워 버리는 일들이 많았으나 자신들의 할머니 할아버지의 소중한 사진을 차마 처분하지 못하고 보관해오던 분들이 내게 건네준 사진도 상당하다.   

이 시기 조선족의 사진이 중요한 것은 조선족의 만주 이주 역사와 흑백사진의 역사가 거의 같기 때문이다. 당시 흑백사진 기술이 태동될 무렵 조선족의 만주 이주가 이뤄졌으므로 그 시기에 찍어둔 조선족의 사진은 거의가 희귀본일 수밖에 없다. 이 사진들이야말로 만주에서의 조선족의 삶과 역사를 가장 잘 드러내주는 생생한 증거요, 자료이기 때문에 의미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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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은규 도다 이쿠코 부인이 관장으로 있는 인천관동갤러리에서 류은규 작가
ⓒ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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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에서 사진 활동은 언제부터였는가?    
"한중수교를 한지 얼마 뒤인 1993년 10월, 생후 6개월 된 아들 그리고 아내와 함께 흑룡강성 하얼빈에 정착하여 조선족의 모습을 찍기 시작하였고 한편으로 당시 사진들을 모으기 시작하였다. 이후 2000년 연변대학교 사진과 개설과 동시에 교수로 재직하면서 독립운동가 후손들을 찾아 사진을 찍고 자료를 수집하느라 20여 년을 보냈다.    

그러는 동안 <잊혀진 흔적> 등  몇 권의 조선족 관련 사진집을 내었고 1998년에는 명동 한전플라자에서 만주지역의 독립운동가 후손 사진전을 여는 등 꾸준한 전시를 해왔다. 한편 3년 전부터는 인천에 정착하면서 관동갤러리를 설립하여 그동안 촬영하고 수집한 사진들을 조금씩 선보이고 있다.   

- 만주지역의 조선족 사진을 찍기 전에는 국내의 청학동 사진작가로 이름을 낸 것으로 안다. 그간의 사진 작업을 하면서 어려운 점은?   
"청학동에서의 사진 작업이 청년기의 에너지를 쏟은 것이었다면 만주에서의 작업은 중년의 삶을 고스란히 쏟은 시간들이었다고 할 수 있다. 사진작가로 어려운 점은 경제적인 것이 가장 큰 걸림돌이었지만 특히 국내에서 조선족 사진전을 열었을 때 이른바 '빨갱이'로 몰아붙이는 사람들이 있어 황당하기도 했다. 제 동포요, 핏줄에 대한 사진전조차 이데올로기의 경직된 색안경으로 바라다보는 것이 안타까웠다."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오랫동안 남의 땅에서 사진작업을 위해 뛰다가 2006년도에 귀국하여 제자들을 키우며 사진 활동을 하고 있다. 그간 찍어 놓은 사진을 정리하고 전시하는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며 한중일 교류전도 활발히 하고 있다. 내 사진을 통해 우리의 이웃이자 핏줄인 조선족의 삶과 역사를 더 가깝고 친숙하게 느껴주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열심히 뛸 예정이다."
이윤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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