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신문=하얼빈) 나춘봉 서울특파원= '문화를 통해 우리 민족의 새로운 부흥을 시도해 보겠다’는 거룩한 뜻에 재능과 민족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무모’한 조선족 젊은이들이 있다. 그들은 “조선족은 진흙 속에 감춰진 보석으로서 그 가치를 바로 세워 세상에 알리겠다”며 팔을 걷어붙였다. 이들은 조선족젊은이들의 글로벌네트워킹을 지향하는 ‘세움’이란 단체의 구성원들이다. 얼마 전 기자는 서울 광화문의 모 카페에서 ‘세움’의 수장인 연세대학교 2학년 박동찬군(심양·21)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모든 위대한 기적은 무모함에서 비롯됐다”는 말이 떠올랐고 그 의미를 되새기게 되었다.
조선족사회 이미지 쇄신, 젊은이들 주역이 돼야
'세움'의 박대표는 한국동북아평화연대 동포모니터링단 단원으로 한국언론에 비춰진 조선족이미지에 대한 리서치 활동을 진행해 왔다. 그는 “한국언론이 다룬 중국동포기사들을 보면 99%가 보이스피싱, 살인, 마약 등 사건들이 등장한다. 언론의 왜곡이나 과장된 보도가 있는 건 맞지만 동포들이 보이스피싱 등 범행을 저지른 것도 사실”이라면서 “지난 90년대 초반 처음 한국을 찾은 조선족들을 따뜻하게 반겨주었던 한국사람들의 시선이 일련의 사건과 더불어 부정적인 고정관념으로 바뀐 것은 동포들의 책임도 크다”고 말했다. 박대표는 “우리가 요구하기보다 한국사회에 득이 되는 긍정적인 영향을 주면서 변화를 유도해야 한다. 조선족사회 이미지쇄신을 위해 스스로 갑절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대표는 "조선족사회의 새로운 변화와 긍정정인 영향력 행사를 위해서는 조선족 젊은이들이 선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로 노무에 종사하는 기성세대와 달리 전문직종이나 고학력 지식분자가 많은 3세대들이 새로운 이미지 창출의 주체가 되고 석·박사 위주의 조선족유학생들이 건설적인 힘을 발휘해야 한다.” 박대표는 젊은 세대들이 조선족사회 발전의 책임을 기성세대에게 밀어붙이고 민족사회 발전을 위해 목소리를 내지 않고 모습을 보이지 않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 원인에 대해 “기성세대와 차세대를 연결시켜주는 연결고리가 없었던 거 같기도 하고 차세대들이 자기가 갖고 있는 재능들을 조선족사회를 위해 환원하고 쓸 수 있는 플랫폼이 미비했던 것 같기도 했다”며 분석했다. 박대표는 “세계 어디서나 조선족으로서 위축되지 않고 당당히 정체를 밝히며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조선족이란 공동체의 이미지 개선과 위상 상승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지금까지 기성세대가 어렵게 조선족의 이미지를 지탱해 왔다면 이젠 신선한 혈기를 자랑하는 조선족 젊은 세대가 사명과 책임을 이어 받아야 한다”고 못박았다. 조선족사회와 동떨어져 산재해 있는 조선족 젊은 세대 개개인의 역량을 연결해서 점이 선이 되고 선이 면을 이루어 조선족사회에 영향을 주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만든 것이 ‘세움’이라고 밝혔다.
젊은 인재와 문화 중심으로 조선족사회 바로 세운다
“'세움'은 조선족사회발전을 위한 젊은 세대의 인적자원을 비축하고 조선족전통문화를 포괄적으로 재정립하는 일을 해 갈 것이다” 올해 초 본격적인 활동에 나선 ‘세움’은 아직 발대식도 열지 않는 신생 단체이지만 짧은 시간에 이미 온라인(위챗계정 ‘세움’)과 오프라인에서 활발한 활동을 통해 조선족청년들의 사회참여를 이끌어내며 인지도를 차곡차곡 쌓아올리고 있다. ‘세움’은 한국과 중국을 걸쳐 20명의 임원진이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지금까지 조선족사회 참여에 소극적이던 조선족 젊은이들의 열정을 점화시켜 그들을 조선족사회 변화의 광장으로 이끌어내는데 착안점을 두고 있다. 지난 1월 심양에서 열린 ‘청춘토크콘서트’, 7월 무순에서 열린 청소년전통문화축제는 조선족 젊은이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세움'의 주최로 무순에서 열린 청소년전통문화축제
“우리의 전통문화는 은연중 사람을 감화시키는 힘이 있는 것 같다.” 박대표는 새로운 한해는 지역별 스터디모임과 동시에 연변역사문화탐방, 산재지역 민족학교 교육봉사 등 젊은이들의 감흥과 눈높이에 맞춘 문화프로그램을 기획중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올 한해동안 ‘세움’ 운영진 개개인의 활약도 돋보였다. 미국 달라스에서 열린 세계 22개 나라 한민족차세대 꿈 발표제전에서 지난해 박동찬대표에 이어 올해는 윤춘홍양이 영광의 수상자가 됐다. 그리고 제5회 상해조선족대학생연합회 회장, 부회장 선거에서 ‘세움’의 박건 사무국장과 전국봉 행정관리국장이 각각 회장과 부회장으로 당선되었다. 박동찬 대표 본인도 어린 나이에 걸맞지 않는 확실한 민족인식과 개념 있는 발언으로 올해 많은 주목을 받았다. 그는 제1회 중국조선족청년지도자심포지엄, 개성공단 발전기원 시민한마당강연, 동북아평화연대 15주년 기념 평화포럼, 2016동북아대학생 워크숍 등 행사와 KBS 한민족방송(세차례 출연)에서 조선족의 우수성과 미래, 조선족청년들의 꿈을 설파했다.
KBS '보고 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에 출연중인 박 대표
조선족 개인이 발전하는 지름길-'공동체의 발전'
한국동포사회에는 숨겨진 조선족인재들이 많다. 그 중에는 조선족의 신분이 밝혀지는 것을 원하지 않고 조선족사회와 거리를 두고 심지어 등을 돌리는 이들도 있다. 이에 대해 박대표는 “조선족을 달갑지 않는 꼬리표로 인식하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하는 같다”면서 “조선족이란 타이틀이 플러스가 아닌 마이너스로 작용하는 부분이 있기에 차세대들을 일방적으로 탓할 일은 아니다”고 했다. “하지만 외면하면 외면할수록, 부정하면 부정할수록 더 괴로워지는 것은 분명 조선족으로서 살아가야 할 본인들이다. 젊은이들은 반드시 조선족이란 타이틀을 관리하고 값어치를 올려야 하는 책임을 져야 한다.” 박대표는 ‘세움’을 출범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으로 운영진 모집을 꼽았다. 개인적인 삶도 피곤한데 왜 이런 일을 해야 하냐며 그를 비난하는 이들도 있었다. “우리가 더불어 잘 살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표를 갖고 있는데 어떤 사람은 열심히 공부를 해서 도달하고 어떤 사람은 열심히 돈을 벌어서 거기에 도달하는데 나는 우리 민족이 잘 되는 것이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이 속해 있는 공동체에 대한 외면과 부정을 전제로 진정한 개인의 행복을 누릴 수 없다는 것. 정체성에 대한 내면의 갈등을 극복하고 소속된 공동체와 같이 잘되는 것이 바람직한 행복이라고. "우리가 물려받는 사회상은 선택할 수 없다지만 앞으로 우리 후대에 물려줄 조선족 사회는 우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다" 약관인 박대표가 조선족을 가슴에 품은 이 한 마디는 긴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