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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어떻게 우리민족 최대 명절 됐을까
조글로미디어(ZOGLO) 2017년10월2일 09시57분    조회: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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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민 박사 "조선 사대부, 추석과 사시제 결부…'성묘'로 위상 높아져"

추석을 맞아 성묘하는 사람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이틀만 지나면 한민족 최대 명절이라는 추석(秋夕)이다. 곡물과 열매가 풍성하게 맺힌 데 대해 감사하고, 보름달을 바라보며 소원을 비는 추석은 연중 가장 풍요롭고 넉넉한 날이다.

'한가위'라고도 하는 추석은 신라에서 유래한 명절이다. 삼국사기 신라본기에는 8월 보름이 되면 여성들이 패를 나눠 길쌈을 했다는 기록이 있다. 고려시대에도 추석은 중요한 국가 의례일이었다.

하지만 추석은 설과 달리 중국에 기원을 두지 않은 까닭에 성리학적으로는 명절로서의 명분이 약했다. 이론상으로는 농경의례일 이상의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는 이야기다.

특히 조선은 성리학을 국가를 경영하는 이념이자 사회를 지탱하는 질서로 받아들인 나라다. 추석을 성대하게 치러야 할 근거가 없었다.

이 같은 생각은 율곡 이이가 과거 시험의 답안지로 제출한 '질서책'에 잘 나타나 있다. 율곡은 조선에서 중시한 18개 날을 천리(天理)에 합치하는 명절(名節)과 그렇지 않은 속절(俗節)로 나눴다. 그는 설과 입추, 동지는 명절로 분류했으나, 추석과 단오, 칠석은 속절에 포함했다.


추석 성묘객.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나 조선 후기에 이르자 사대부와 서민은 모두 추석을 설, 한식, 단오와 함께 명절로 인식했다. 명절과 속절의 구분이 사라진 셈이다. 하수민 한국학중앙연구원 박사는 국립민속박물관이 내는 학술지 '민속학연구'에 게재된 논문에서 추석이 조선시대에 명절로 자리 잡는 과정을 추적했다.

하 박사는 "조선시대 가례(家禮) 제사 전통이 반드시 송나라 주자가 정리한 '주자가례'의 원칙대로 이뤄지지는 않았다"며 "조선시대 추석의 명절 인식에는 조선의 주체적 관점이 투영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주자가례에 나오는 사시제(四時祭)와 추석이 결부하는 과정에 주목했다. 사시제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가운데 달에 사당에서 지내는 제사를 의미한다. 조선에서는 이와는 별도로 설, 한식, 단오, 추석을 사명일(四名日)로 삼아 제사를 올렸다.

하 박사는 "사명일은 조선 중기 사시제에 준하는 가례적 명절로 성립됐다"며 "조선 후기 대표적 성리학자인 송시열도 사명일을 절일로 부르기 때문에 묘에 가서 참배하는 예(禮)가 있다고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명일 가운데 설과 단오는 성묘하기 쉽지 않은 면이 있었다. 설에는 궁궐에서 열리는 정조 하례에 참가해야 하는 데다 낮이 짧고, 여름인 단오에는 제사상에 올릴 음식물이 쉽게 부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반면 추석은 성묘 덕분에 오히려 위상을 높일 수 있었다. 송시열의 제자인 이재(1680∼1746)는 추석 풍경을 "해 저물어 닭과 개 사립문에서 우니, 집집마다 산소에 갔다 오는 것을 알겠도다"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19세기가 되면 사시제와 사명일의 구분은 사실상 사라진다. 성리학자의 정체성이 강했던 김매순(1776∼1840)조차도 사시제와 사명일의 층위가 엄밀히 다르다고 강조하지 않았다.

하 박사는 "조선시대 사대부는 사명일에 사계절에 행하는 사시제의 의미를 붙여 사시 사명일로 엮어냈다"며 "조선 후기에는 추석 명절론이 확립 단계에 이르렀고, 성묘를 실천에 옮기는 양상이 두드러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추석은 한식과 달리 농가의 명절로 부각되며 명절로서 의의가 한층 확대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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